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심해의 왕 파이크

Zygard

Zygard

"심해의 왕 파이크"

F.A.Q.

추천 음악

"수심 5,000m 입니다. 에어록의 전등이 손상된 것이 보입니다." 그루샤(Grusza)는 손으로 통신기를 잡은 채로 침착하게 말했다.

그 순간 그가 천천히 하강하는 잠수종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던 풍경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에 잠겨있었으며, 오직 버튼에서 나오는 두 불빛만이 보일 뿐이었다. 저 밖에 도사린 공허를 비추는 거라곤 에어록을 비추기 위해 그 인근에 설치된 조명등 두 개에서 나오는 빛줄기 두 개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들은 뒤집혀서 두 무작위 방향을 비추고 있었다. 아직 작동하는 게 기적이었다.

발트해는 지구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바다 중 하나로, 대양으로 흘러드는 좁고 꼬인 지류였다. 거의 바다라기보단 호수로 분류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생태계가 얼마나 망가져 있던, 재단에게는 딱이었다. 아무도 발트해라고 불리는 이 오물구덩이를 뒤지는 데 관심이 없었으니까. 공식 수심은 459m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굴망이 존재해서 13,000m까지 내려가는 곳도 있었다. 그게 재단 무인기가 현지 야생동물에게 파괴되기 전까지 갈 수 있었던 최대 깊이였다. 발트해구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깊었다. 재단이 연구 대상으로 삼고 5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제PL-69기지를 건설하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사건 며칠 전, PL-69-137호 무인기가 해당 지역의 극도로 비정상적인 동식물들의 잠재적 근원지를 찾아냈다. 동굴 중 하나에 희미한 빛을 발산하는 균열이 있었다. 적어도 영상에 잡힌 모습은 그랬다. 어쩌면 카메라 이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다음 탐사를 진행해보고 나서야 판단할 일이었다.

"5,500m입니다. 곧 내부로 진입하겠습니다. 맙소사… 벌써 시체 한 구를 본 것 같습니다." 그루샤는 그렇게 보고하며 제PL-69기지의 붕괴된 알파 구역에 접근했다.

알파 구역은 제PL-69기지의 첫 부분으로,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가장 먼저 건설되었다. 덕분에 가장 불안정한 구역이 되었다. 다음 구역들은 7,500m 지점의 베타 구역, 8,500m 지점의 감마 구역, 9,500m 지점의 델타 구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부는 해저에 있고 다른 일부는 그 밑에 묻혀있는 엡실론 구역이 있었다. 각각의 구역들은 자신을 나머지 구역들로부터 차단할 수 있는 여러 에어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 경우 알파가 붕괴되어 베타가 그걸 해야 했다. 나머지 구역들의 에어록들도 손상된 부분이 완전히 수리가 될 때까지 봉쇄되었다. 하지만 수리를 위해서는 절차에 따라 손실과 피해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조사관 한 명을 투입해야 했다. 그 주인공이 야쿠프 그루샤였다. 그는 잠수종이 갑자기 정지하자 몸을 낮췄다. 잠수종을 손상된 에어록에 연결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도킹하려는 참입니다. 15분 후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그루샤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하고, 마지막으로 잠수복을 확인한 다음 잠수종을 나섰다.

에어록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실험복을 걸친 어느 젊은 갈색머리 여자의 시신이었다. 근처 레버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시신은 물 속을 의식없이 떠다녔다. 그루샤는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어 방 안으로 흘려보냈다. 조명을 키자, 경비원, 잡역부, 그리고 금발의 선임 과학자가 방 안을 떠다니는 게 보였다. 방 안에는 시체들 말고 쓰레기, 일상용품과 깨진 유리의 조각들도 있었다. 유리가 깨진 덕에 이제 작은 물고기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루샤는 방 중앙에서 멈추더니 유리에 난 손상을 자세히 살펴보고 전부 기록했다. 그는 말 없이 두 번째 방으로 헤엄쳐갔다. 이전 방과 비슷하게 엉망이었다. 유일한 차이점은 직원의 시신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손상 상태를 기록하려던 그 순간, 그루샤는 무언가가 저 멀리서 헤엄치더니 즉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을 본 것 같았다. 거의 완전히 파괴된 복도는 작고 갑갑한 방에서 바다의 공허하고 넓은 공간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 사이를 막고 있는 건 어둠 속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물고기와 유리 조각들 뿐이었다. 그루샤는 계속 나아가며 복도의 그나마 온전한 부분을 찾았다. 실험실과 거실로 이어지는 갈림길이었다.

알파 구역의 연구실은 기지 주변에서 찾은 몇몇 개체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전부 변칙개체는 아니었고, 일부는 성공적으로 비변칙개체로 분류되었다. 물론 매우 흥미롭고 흔하지 않은 것들이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그렇게 진화한 논리적인 설명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중 하나는 과학자들이 애정을 담아 "파이크(Pike)"1라고 부르는 놈이었다. 파이크처럼 생겼냐고? 어쩌면 조금. 그럼 물고기냐고? 그건 아니었다. 그는 지적 포유류였고, 종종 강의 왕이라고 불리는 진짜 파이크처럼 이 심해의 지배자였다. 그의 특징을 말하자면, 얼굴을 알아보고, 패턴을 배우고, 매우 단순한 도구를 사용하고, 자주 재미를 위해 살상을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비변칙개체로 분류되었다. 진짜 변칙개체들은 하층의 더 현대적이고 적합한 구역에 보관되었다. 그루샤에게 충분히 걱정스럽게도, 파이크의 수조는 뒤집어지고 부서져 있었다. 그 안에 있던 동물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루샤는 아까 본 시체들에 공격받은 흔적이 없었고 파이크가 지적 생명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마 놈은 자신이 갇혀있던 이곳에서 멀리 헤엄쳐 간 모양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방의 다른 수조들도 손상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현지에 서식하는 게, 혹은 게를 닮은 생물들을 격리하고 있었다. 자연이 종들을 독립적으로 게 모양으로 진화시키는 현상이 다시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손상으로 인해 생긴 난류에도 불구하고 연구실 바닥과 벽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손상 상태를 기록하는 그루샤의 존재 때문에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듯 했다. 또다시 저 멀리서 물고기의 형상이 얼핏 나타났다가 곧장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조금 걱정이 된 조사관은 작살로 손을 가져갔다. 그는 잠수종 안으로 돌아가 차분히 기록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조사관은 재미있다는 듯 게들을 바라봤다. 두 마리가 벽을 기어가던 참이었다. 그는 이 혼돈에도 불구하고 그 생물들이 평화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방을 헤엄쳐 돌아다니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루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도 저렇게 걱정없이 살고 뛰어다니며 즐겁게 발톱을 딸깍거리는 게가 되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는 연구실을 떠나 거실로 방향을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돌아선 그의 눈에 보이는 건 그냥 책상 상판 부분이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진 모습 뿐이었다.

"여기는 그루샤, 15분 지나서 보고합니다. 손상 보고는 거의 끝났습니다. 직원 절반이 죽었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베타 구역으로 탈출한 듯 합니다. 추가로, "파이크"도 탈출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책상은 그의 시선을 돌릴 미끼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리없이 헤엄쳐 온 파이크가 즉시 조사관의 후두에 이빨을 박았다. 그리고 피 흘리는 그를 내버려두고 아까처럼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반면 그루샤는 패닉에 빠져 출혈을 멈추려고 시도했다. 피와 물의 혼합물에 목이 막혔다.

"그루샤, 여기는 사령부, 응답하라, 나머지 절반 내용이 들리지 않-" 조사관의 시야가 붉어지고, 정신이 흐려지더니, 모든 게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그가 마지막으로 들은 유일한 말이었다.

"여기는 그루샤, 아무 문제 없습니다. 게가 제 사지를 물어서 쫓아내야 했습니다. 모든 건 절차대로 진행 중입니다. 엔진실과 베타1 에어록을 확인하겠습니다. 15분 후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희미한 목소리가 본부한테 응답했다.

2010년 4월 10일

해저에서 온 이야기

새우잡이의 고통

by

agent rebel

각주

1. 역주: 민물꼬치고기의 다른 이름

PASS THE STORY ON

이 밤을 함께 읽어요.

XThreadsTelegramWhatsApp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