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SCP-10000-J

일련번호: SCP-10000

등급: 무시가능(Negligible)

특수 격리 절차: SCP-10000은 제19기지의 전문 기록팀과 정비 인원 들이 유지관리한다. 프로토콜 무식쟁이 훠이훠이에 의거하여 기지 내에 소각로 16개를 항상 작동하는 채로 둔다.

설명: SCP-10000은 나무 서랍장이다. 해당 물체의 내부 크기는 무한히 넓으며, 내부 공간은 드넓은 미술관의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대상 안에는 SCP-10000-1들이 격리되어 있다.

SCP-10000-1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창조한 모든 예술 작품들의 완벽한 복제 모형이다. 구체적인 종류로는 시와 그림, 음악1, 조각, 추상예술 등이 있다. SCP-10000-1 개체가 파괴되면 대상에게 대응하는 예술 작품이 현실에서 소멸한다.

부록 10000-1: 재단은 프로토콜 훠이훠이(Whisk) Away를 제정해 다가오는 2027년에 인류가 1045번째로 창작한 예술 작품을 기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예술 창작 활동이 급증하며 재단의 기존 방법으로 작품들의 기원을 모두 기록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면서, 프로토콜 훠이훠이는 [편집됨]에서 제시한 반드시 지켜야 하고 절대로 못 바꾸는 기한보다 훨씬 빠르게 발동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에 재단은 논의 끝에 프로토콜 무식쟁이 훠이훠이(Whisk Away) Ignoramus를 추가 제정하였다. 해당 프로토콜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없는 예술 작품들을 종합 정리하여 소각함으로써 서랍 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원 프로토콜을 질서 있게 완수할 여유를 마련하고자 하는 구상이다. 소각 대상으로 선정되는 SCP-10000-1 개체는 현대의 독자층 규모, 인용 빈도, 표준 교육과정 수록 여부, SNS 참여도, 해당 시 스트리밍 및 박스오피스 성적, 2차 시장 가치, 향후 50년 동안 예상되는 문화적 생명력 등 아주 많은 기준을 토대로 결정된다.

확립된 한계선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판정된 작품들은 말하자면 전 세계 일반 대중들의 입장에서 너무 알아먹기 어렵거나 인기가 없거나 해서 현실에서 조용히 사라진다고 해도 장막이 붕괴했다고 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하는 제거된 SCP-10000-1 개체들을 일부 발췌 소개한 목록이다.

제목: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평가: 마지막 부가 출간되지 못했는데도 긍정적인 평론을 폭넓게 받고 있음.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사며, 소비자들이 책을 다시 읽거나 팬 커뮤니티를 꾸리거나 각색된 TV 파생 작품을 시청하거나 최종 출간될지 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마지막 부를 놓고 다양한 추측을 전개하는 등 프랜차이즈에 적극 참여를 이어감. 상품 판매 현황은 분위기가 식을 줄을 모름. 프랜차이즈가 현대 판타지 출판업계에 미치는 소비자 인력이 매우 지대한 관계로 이 작품이 제거된다면 인접 작품들 속에서 매우 큰 부재가 곧장 체감되리라고 예상됨.

결정: 보존

제목: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평가: 극도로 유명함. 소비자 기반이 갈수록 넓어져 4개 세대에 걸쳤으며, 비록 비평계에서 프랜차이즈를 계속 확장시키는 점을 계속해서 비판하고는 있으나 크로스미디어에 적극 참여를 이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함. 관련 인구통계학적 영역을 사실상 완전 잠식했다 여길 정도만큼이나 문화적 침투력을 크게 행사함. 이 작품이 제거된다면 영화계 및 공상과학 장르의 역사에 막대한 부재가 축적되고 20세기 후반의 어린이들의 기억 역시 상당히 상실되리라고 예상됨.

결정: 보존

제목: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의 《소돔의 120일 혹은 음탕 학교》

평가: 영향을 끼치는 영역이 매우 편중되었으며, 현대에는 해당 작품을 비평하는 학계 바깥에서 남은 흔적이 거의 없음. 인쇄 부수 또한 매우 적으며 학술 출판사에 매우 크게 국한됨. 역사적·철학적 중요성이 상당하다고는 하나, 대개는 전문가층에서만 그런 중요성을 이해할 뿐임. 일반 대중이 해당 작품을 인식하는 정도는 전무에 가까움.

결정: 소각

앨리스 포스터(Alice Foster) 연구원 아니아니 잠깐만요. 소돔의 120일은 역사적 저작으로서 굉장히 중요하다구요. 프랑스 혁명의 지적 토대를 심도 깊게 탐구하는 분석마다 항상 등장하는데. 물론 스타워즈 급으로만큼이나 유명하지야 않겠지만, 이런 작품을 소객하면 혼란을 꽤 막중하게 초래하지 않겠어요? 초월적 문학의 주춧돌이나 마찬가지라구요.

코넬리어스 그레이(Cornelius Gray) 박사 소돔의 120일은 저희가 살펴보기로는, 유명하다고 여기는 대상이라 해봤자 고작 현대 연구그룹 몇 곳, 그리고 소수 대학원생들 중에 주로 자격증을 따보겠다는 요량으로 그 작품에 찬탄한다고 굳이 밝히는 사람들 정도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신 "주춧돌"이라는 위치도 대체로 보면 그 작품을 인용하는 과목에서 내부적으로나 일컫는 소리더군요. 안타깝지만 이루 말하지 못할 기한이 임박한 이상 우리는 SCP-10000의 서랍에서 충분한 공간을 계속 확보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목: 블라미디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평가: 《소돔의 120일》과 별반 차이가 없음. 기껏해야 비교적 최근에 발표되었고 겉보기 문체가 비교적 온건하다는 정도. 대학 강의에서 곧잘 언급된다지만 지난 20년 동안 일반 독자들의 작품 참여량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중. 대부분은 해당 작품의 소재를 바라보는 문화적 태도가 크게 바뀌면서 평범한 독자들이 대중교통 이용 중에 꺼내기를 꺼려하는 책이 된 탓임. 판매량은 침체기 그 자체. 소수 언어로 번역한 책도 조용히 절판됨.

결정: 소각

포스터 연구원 잠시만요! 이 책은 소돔의 120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요! 대학 2학년 때 제가 이 책을 가지고 논문을 썼는데 교수님이 도와줘서 진짜 저널에까지 게재됐어요!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의 목록을 꼽으라면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데. 사람들이 그리워한다고 생각도 안 하세요? 작가들은 또 어떻고요?

그레이 박사 포스터 연구원, 기한은 여전합니다. 중요한 소설의 목록을 결정하는 사람은 모두 생계를 위해 중요한 소설의 목록을 결정하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합의한 내용이 꼭 일반적으로 우리가 동요를 멈추도록 해야 할 인구층에게 꼭 맞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인류 예술이란 것은 참 흉악한 영역인데, 삼각형자리 은하에서 오는 외계인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이상 우리 평판도 스스로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포스터 연구원 ???? 뭔 소리예요?

제목: 《어벤저스》 프랜차이즈

평가: 모든 분석된 인구집단에 걸쳐 극도로 인기를 끌며, 수익값이 웬만한 이름난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상회함. 문화적 포화도가 높은 탓에 이 작품을 제거한다면 혼란에 빠진 대화와 서로 무관한 미디어에서 결실된 언급사항, 그리고 팔리지 않은 액션 피규어들이 갑자기 설명 못할 만큼이나 악성 재고가 쌓이는 등 장막의 붕괴를 즉시 촉발할 것으로 관측됨.

결정: 보존

포스터 연구원 놀랍지도 않습니다, 이건.

제목: 루시 엘만(Lucy) Ellmann의 《오리들, 뉴버리포트(Ducks), Newburyport》

평가: 일반 대중이 알아듣기 너무 어려움. 의식의 흐름 구조가 천여 페이지를 문장이 하나밖에 없는 듯이 뭉텅이로 타고 내려가는 탓이 큼. 최초 홍보 활동 이후로 현대인의 반응은 적거나 전무한 정도. 굿리즈(Goodreads) 참여도는 통계적으로 무시가능한 수준. 전세계의 확인된 완독 건수 역시 5,000건에도 미치지 못함.

판정: 소각

포스터 연구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요!

그레이 박사 이해해 주셔서 기쁘군요, 포스터 연구원. 그런 사람 얼마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조차 연못에 한번 살랑 스치는 물결일 뿐이에요. 아직도 훠이훠이 프로토콜엔 서랍 공간이 필요합니다.

포스터 연구원 근데 SCP-10000은 무한 공간 아닌가요?

포스터 연구원 저기요?

포스터 연구원 그레이 박사님, 저 지금 질문하잖아요. 거기 공간 내부가 무한하다니까요. 설명에 딱 적혀 있는데. 심지어 설명을 쓴 게 저라고요! 서랍장 공간이 무한한데 애초에 뭘 태우고 자시고를 왜 하고 앉아 있는데요?

제목: 에드먼드 스펜서의 《선녀여왕》

평가: 처음 발표될 당시엔 합당하게 인기를 끌었겠으나, 16세기에 접어들며 영향 범위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현재로서는 일반 대중들에게 절대로 유명하지도 않고 현대의 시각에선 뜻을 이해하기도 꽤나 어려움. 아직 생존하는 영역은 학술 환경에서 대학원 수준 세미나로 근대 초기의 은유를 주제 삼을 때 교수용 텍스트로 등장하는 정도임. 현존하는 판본 대다수는 일부만 발췌되어 학생들에게 제시되면서 전부 다 읽히지도 못하고 있음.

판정: 소각

포스터 연구원 뭐 하는 짓거린지 더 이상은 모르겠어요. 옥스포드 같은 데서도 가르치는 글이라고요. 학술 커리어를 이 시에다 전부 다 바치는 사람까지 있는데. 물론 마블 만화에서 이런 글 당연히 안 나오겠지만, 진짜 이럴 거예요? 마블을 만능 기준으로 삼는다고요?

포스터 연구원 저기요????? 대답 좀 해줘봐요.

제목: J. R. R. 톨킨의 《실마랄리온》

평가: 이해하기도 어려운데다 같은 세계관에 속하는 더 유명한 전작들과 견주어볼 때 비교적 관심도가 낮음. 일반 독자들은 상당수가 처음 몇백 페이지도 읽지도 못한 채로 포기함. 매출액은 상당하지 않다고는 못하겠지만 완독보다는 굿즈 구매에 심각하게 편중됨. 이 작품이 살아남은 것은 확장된 레젠다리움을 파고드는 팬들이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참고자료였던 탓이 큼.

판정: 소각

포스터 연구원 뭐 하는 짓이냐니까요?

제목: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평가: 내용이 더럽게 모호한데다 언어가 현대 일반 대중이 알아듣기에 너무 어려움. 문화적 발자국을 남긴 것은 다른 매체에서 2차 언급되는 양이 많아서 존속된 탓이 크며, 책임 분석진에서는 원천 자료가 제가되면 언급 사례들 모두 주변 자료로 우아하게 대체될 것이라고 규명함. 최근 상연된 연극은 주요 대도시 시장을 제외하면 관객석 채우기도 버거워함.

판정: 소각

포스터 연구원 저기요???

제목: 케이틀린 포스터(Kaitlynn) Foster의 《어ㅁ마 그리ㅁ》

평가: 일반 대중을 흡인시킬 공산이 없음. 기술적 품질 낮음. 유통량도 저조하고 아는 사람도 하나뿐이며 문화적 발자국 역시 생겨날 가망이 없음.

판정: 소각

by

XCninety

각주

1. 각 음악 고유의 매체에 녹음. 녹음기 발명 이전의 음악은 작곡된 시대에 걸맞은 자료로 기록되었다.

PASS THE STORY ON

이 밤을 함께 읽어요.

XThreadsTelegramWhatsApp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