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새벽
일련번호: SCP-XXXX-JP
객체 등급: Dagdagiel1
특수 격리 절차: [미수립]
설명: SCP-XXXX-JP는 현재 저에게 발생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저는 잠에 빠져들 당시 재단 제8181기지에서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시각은 아마 0시를 넘겼을 것입니다. 2026년 8월 29일에는 제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의 발표가 있는데, 그날까지 이제 4일도 남지 않아 발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저는 연일 이어지는 격무로 인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잠에 빠졌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각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기간은 꿈속 시간으로 1 2 3 4일입니다.
꿈속의 저는 신체와 주변 환경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뀌고 정신만 제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기억은 유지되지 않았기에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현재 있는 세계는 제가 원래 있던 세계의 서사적 상위 세계로도 추측됩니다. 이 현상이 단순한 자각몽인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는 현시점에서 판별할 수 없으며, 잠재적 위협은 매우 높습니다. 잠정적으로 SCP-XXXX-JP 번호와 Dagdagiel 객체 등급을 부여하여 문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이 보고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일련번호: SCP-XXXX-JP
객체 등급: Uncontained
특수 격리 절차: [미수립]
설명: SCP-XXXX-JP는 상위 서사 존재와 하위 서사 존재의 정신이 뒤바뀌는 현상입니다.
저는 SCP-XXXX-JP 현상으로 인해 제가 창작한 존재인 재단 직원과 정신이 뒤바뀌어, 현재 재단 직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이 보고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탐사 기록1 날짜: 8/26
저는 낯선 방에서 깨어났습니다. 당시 시각은 정확히 7:00였습니다. 저는 제가 있는 건물을 잠시 탐색했습니다. 제가 있던 방은 2층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저는 세면실에서 몸단장을 하고 아래층에 있는 거실로 향해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이때 저는 집의 구조를 전혀 몰랐고, 게다가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도 일면식이 없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정신이 다른 사람과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신체 소유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인물에게서 “기억이라도 잃었니? 오늘 너, 뭔가 이상해” 등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제가 소지한 학생증에 학교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기에 스마트폰의 길 안내 시스템을 따라 등교했습니다.
그 후로는 신체 소유자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뭔가 상태가 이상해” 등의 반응을 받으면서도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스마트폰의 연락 앱으로 동아리 활동에 불참하겠다고 연락하고 그대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귀가한 뒤 지금까지의 현상을 기록하기 위해 제 방에 있는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브라우저에 SCP 재단의 데이터베이스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꿈속에서는 평범한 여학생이며, SCP 재단과의 관계를 시사하는 것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SCP 재단의 데이터베이스에는 “꿈의 경연 투고 기간: 8/29까지”라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표기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이 자각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꿈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 자각몽에는 현실감이 있습니다. 어떤 변칙성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겠지요.
이 탐사 기록은 컴퓨터의 문서 앱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제가 재단 직원이라는 긍지를 지니고 현재는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 탐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일지 항목1 날짜: 8/26
저는 컴퓨터 앞에서 “꿈의 경연”에 출품할까 생각 중인 글을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앞장서서 투고하기 위해서요. 정신을 차려 보니 1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계속 쓰고 있었고, 피로 탓에 저는 어느새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저는 컴퓨터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곁에는 빈 컵이 잔뜩 있었습니다. 냄새로 보아 그 안에는 커피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 자각몽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니, 제가 있는 곳은 무슨 사무실 안이었습니다. 사무실 안에서는 저 말고도 몇 사람이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7시를 막 넘긴 참이었지만, 창문이 없는 것 같아 아침인지 저녁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흰 가운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같은 것을 입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흰 가운의 가슴께에는 낯익은 로고가 있었습니다.
SCP 재단의 로고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저는 곧장 화장실로 갔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은 제 얼굴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 얼굴은 제가 언젠가 썼던 글에 등장시킨, 제가 창작한 직원과 같았습니다.
창작 직원이라는 것은 작가의 아바타 같은 것입니다. SCP 재단의 글에 인물을 등장시킬 때, 종종 그 캐릭터를 자기 취향에 맞게 만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마치 자신을 SCP 재단의 세계에 집어넣은 것처럼 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창작한 직원과 뒤바뀌고 만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눈을 떴을 때 제가 놓여 있던 상황은 제가 쓰고 있던 글의 상황과 완전히 같았습니다. 8/29의 발표를 앞두고 잠잘 시간도 아껴 가며 작업하는, 저는 바로 그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당연히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제 글에 나오는 창작 직원들이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흰 가운 아래의 옷차림도 전부 똑같았습니다.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그 글을 쓴 것은 대략 4년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글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혼란스러워서 주변 직원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SCP 재단의 보고서처럼 지금 일어난 일을 적어 보니 조금 진정되었습니다. 맞아, 여기는 꿈속이야. 당황할 건 아무것도 없어. 곧 꿈에서 깨어날 거야.
저는 마치 재단 직원인 것처럼 냉정하게 행동하기만 하면 됩니다.
일단 제 글에 대한 기억을 되찾으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 보고자 합니다.
탐사 기록2 날짜: 8/27
저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어제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심을 받으며 생활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데다 저에게 일어난 현상에 관한 의구심을 품게 할 우려가 있기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진 척하고 학교에 결석했습니다.
저는 우선 방 안을 조사했습니다. 갖추어져 있는 물품은 아마 일반적인 제품이며 변칙성은 없는 듯 보였지만, 두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달력의 8/29 칸에 “이날까지 반드시 글 쓰기!!”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8/29는 제가 어제 SCP 재단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한 “꿈의 경연”의 마감일과 일치하며, 아마 “글”은 SCP 보고서 관련 문서를 가리킬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에 있는 컴퓨터로 SCP 재단 데이터베이스의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꿈의 경연”이라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제목과 링크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경연의 내용은 SCP 관련 문서를 쓰고, 그 문서에 받은 평가(기준은 불명)를 겨루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있는 세계는 상위 서사층이며, 이 사이트에서 제가 있던 하위 서사층, 엄밀히 말해 재단이 존재하는 세계로 서사 개변이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상위 세계에서 SCP 재단은 가공의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며, 하위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다른 평행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 나아가 일어나지 않은 사건 등도 있습니다. 대체적인 내용은 대단히 악취미적입니다.
또 한 가지는 뒤바뀌기 전의 신체 소유자가 남긴 일기입니다. 아래에 중요도가 높은 부분을 발췌합니다.
8/25 (생략)지금까지 꿈의 경연에 아무것도 투고하지 못했으니 마지막 1주일 동안 몰아붙여 집필한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 버리는 일을 반복하는 건 이제 싫다.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는 전부 잊고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으로 글을 쓴다.(생략)
아마 신체 소유자는 꿈의 경연에 참가할 예정인 듯합니다. 쓰다 만 그 글이 단서라고 보고, 저는 “SCP-JP 샌드박스”라는 사이트의 신체 소유자 개인 페이지에 도달했습니다.
그중 1개, 마지막 수정 시점이 대략 4년 전인 글에 제가 재단에서 보낸 생활이 이야기 형식으로 전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글을 통해 저는 어느 쪽이든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지 항목2 날짜: 8/27
저는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와 뒤바뀌기 전의 직원이 맡고 있던 일을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일을 진행하면서 일지를 쓰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일을 따라가 보니 문서 안에서 Keter 등급 변칙존재의 연구 및 격리 방법 확립에 고전하는 직원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아래에 적습니다.
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단 시설 중 하나인 제8181기지에서 근무하며, 최근 격리된 Keter 등급 변칙존재의 연구 및 격리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변칙존재는 기존 격리 방법으로는 D계급 인력의 소모가 필요합니다. 제8181기지는 이때 만성적인 D계급 인력 고갈에 빠져 있었으며, 하루빨리 더 나은 격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발표는 바로 새로운 격리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이 변칙존재는 격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불안정해지면 다른 변칙존재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다른 변칙존재의 활성화와 그에 따른 격리 실패를 유발합니다. 너무나 위험한 변칙존재이기에 격리 전문 기지로 이송해야 하지만, 상호작용을 일으킬 위험 때문에 보류되어 있습니다.
저는 격리 설비를 견학한다는 명목으로 Keter 등급 변칙존재의 격리 상태를 잠시 시찰하러 갔습니다. 정말로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아무리 중죄인이라 해도, 아무리 산 제물을 요구하는 변칙존재라 해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이런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생각하니 저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재단 직원이 아니라 일반인입니다. 일반인으로서 참혹한 최후를 맞는 사람을 구해 줘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떠오른 것도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격리 실패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발단은 분명 D계급 인력의 고갈로 인한 격리 불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2일 이상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자신은 없습니다. 저는 2일 뒤인 8/29일 또는 그 전에 발표 자료를 완성하고, 한시라도 빨리 격리 방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의 기억에는 매우 모호한 부분이 많아 잘못된 서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격리 실패에서 벗어나고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고자 합니다.
탐사 기록3 날짜: 8/28
저는 어제와 같은 수단으로 학교에 결석했습니다.
신체 소유자가 집필한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 이야기가 하위 세계의 제8181기지에 파급되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확실합니다. 제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를 대비하여 격리 실패를 어떤 방법으로든 저지하는 것이 저의 급선무입니다. 따라서 저는 격리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이야기를 고쳐 쓰고, 서사 개변의 작용으로 격리 실패를 막겠습니다. 이상은 제가 현재 있는 세계가 현실이라고 가정한 행동입니다. 재단 직원으로서 가능한 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계획을 수행합니다.
제게는 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꿈의 경연”에 출품하는 일입니다. 신체 소유자가 “꿈의 경연” 마감에 쫓겨 정신적으로 지친 탓에 서사 개변을 통해 이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저는 신체 소유자를 8/29일의 마감에서 해방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조금 읽다 보니 든 생각이 있습니다. 전부 다 배드 엔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주인공들이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재단에 바랐던 것은
탐사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꿈의 경연” 출품은 보류해야 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지 항목3 날짜: 8/28
기억났습니다. 전부.
격리 실패는 일어납니다. 이 변칙존재의 힘은 강대하여 제8181기지는 반파되고, 직원의 삼분의 일이 목숨을 잃습니다. 격리 실패가 일어나는 날은 발표와 같은 날인 8/29이며, 저는 발표 자료를 제때 완성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 진지하게 기억을 되찾아서 발표 자료를 완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바보입니다. 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을까요.
저 변칙존재는 격리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격리 실패를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격리 방법을 변경하는 순간의 틈을 타서 격리 실패가 일어나잖아요.
변칙존재가 제8181기지로 이송되어 온 시점에서 우리의 파멸은 확정되어 있었던 겁니다. 격리 담당자인 제가 제8181기지로 이송시켰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겁니다.
제가 아니군요, 저와 뒤바뀌기 전의 직원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제8181기지는 붕괴합니다. 결국 붕괴가 늦느냐 빠르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뭘 해도 의미가 없어요.
조금 전에는 일에 진척이 없다고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상사가 뭐라고 구시렁거리는 동안 앞으로의 일을 머릿속에서 맴돌게 하고 있자니, 포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사고가 무척 명료합니다. 후련하게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상사가 제 글 속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여기 있는 사람 중 삼분의 일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그런 사실은 실감조차 할 수 없이 그저 시간만 흘러갑니다.
부디 저를, 8/29의 속박에서 해방해 주세요.
누구든.
탐사 기록4 날짜: 8/29
저는 또 학교에 결석했습니다.
저는 마침내 글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트 규칙”이라는 항목을 보니 글은 비평을 거쳐야만 투고할 수 있는 듯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 저는 비평 과정을 건너뛰고 그대로 투고했습니다.
기간 내였고 투고 조건을 충족했기에 “꿈의 경연”에 글을 출품했습니다.
이것이 꿈이라면 이 일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저는 하위 서사층의 주민들을 구한 셈입니다. 저는 재단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일단은 수행했습니다.
일지 항목4 날짜: 8/29
저는 지금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애초에 이곳은 꿈속일 터. 분명 언젠가 꿈에서 깨어나면 평소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뿐.
마음 한구석에서 격리 실패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거기에 휘말려 제가 죽기를 바라는 제가 있습니다.
제가 원래 품고 있던 소망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재단 직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줄곧 똑같은 일만 반복되는 지루한 나날에서 벗어나, 변칙성이라는 것의 신선함과 매력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아이디어를 쏟아 내고는 버리고, 걸러 낸 뒤 몇 퍼센트쯤 남은 것을 글로 구현하는 작업에 질려 가고 있었습니다. 사 년이나 그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창작에 대한 열정도 식어 갔습니다. 그 끝에 집필을 시작하고 초창기에 떠올랐던 아이디어의 세계로 전이하다니. 진작에 버린 아이디어인데. 기막힌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재단의 세계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지 않게 지루하고 고통스러웠고, 아니, 그 이상으로 고통스러웠네요.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탐사 기록5 날짜: 8/30
저는 어제와 같은 수단으로 학교에 결석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의심이 담긴 말을 했기에 내일부터는 학교에 등교하기로 합니다.
저는 글의 평가가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위 세계를 구할 수도 있었고, 게다가 평가도 올라가고 있다.
이 일이 자각몽 같은 것이 아니라 현실이면 좋을 텐데. 이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제가 재단 직원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마음 깊숙이 꾹 눌러 두었습니다.
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SCP-XXXX-JP로 삼아 보고서를 편찬하고, 앞으로의 일에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제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탐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꿈속인데도 오늘 밤은 아주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일지 항목5 날짜: 8/30
격리 실패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시나리오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마음 깊이 절망했습니다. 아아, 앞으로도 이 몸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구나, 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SCP 재단이 이제는 쓰레기보다도 밉게 느껴집니다.
친구인 요원에게 권총을 구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졸랐더니 의외로 쉽게 넘어와 주더군요.
이걸로 머리를 꿰뚫으면 꿈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저는 제가 창작한 직원처럼 재단 직원이라는 신념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저는 그저 글을 쓰고 있었을 뿐인 일반인이니까요.
저는 재단 직원이 아닙니다. 확보도, 격리도, 보호도 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의 수상쩍은 것들을 형태로 만들어 갈 뿐. 거기에 신념 같은 게 있어? 나는 그저 즐거웠을 뿐인데.
나, 사실 알고 있었어.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럼, 잘…
탐사 기록6 날짜: 8/31
컴퓨터 안에 있던 “탐사 기록” 문서에 이어서 이 문서를 적고 있습니다.
눈을 뜨니 제 방이었습니다.
드디어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안심했습니다.
어떤 경위로 돌아온 것인지, 분명 제가 총으로 자살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지를 다 쓸 무렵 전후의 기억이 모호해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무척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보니 SCP 재단의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제 계정으로 꿈의 경연 tale 부문에 글이 투고되어 있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저와 뒤바뀐 직원의 정신이 제 몸을 써서 투고한 모양입니다.
그 글의 내용은 제가 사 년 전에 버린, 제가 뒤바뀌어 들어갔던 세계의 그 아이디어였습니다.
저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뒤바뀐 뒤의 직원이 제가 진작에 버린 글을 다시 써 주고, 나아가 꿈의 경연에까지 투고해 주다니, 이렇게 기쁜 일이 있어도 되는 걸까요.
저는 줄곧 제가 신념도 없이 그저 쓰고 싶은 것만 쓰는 보잘것없는 작가 한 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쏟아 낸 아이디어가 이런 식으로 형태를 이루어서, 저는, 저는.
이 문서를 보니 뒤바뀐 뒤의 직원은 무척 즐겁게 이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돕겠다는 신념과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이것이 올바른 집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제 신념과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단 직원처럼 사람을 돕고 세계를 지키는 모습이 멋있어서 재단 직원이 되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나 타인의 죽음에 책임을 지는 일은 제게 아무래도 너무 버거웠습니다.
제가 사람을 돕는 방법. 저는 글을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즉, 글로 사람을 구하는 겁니다. 그리고 글에는 서사 개변의 작용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할 것은 이것입니다.
우선 저를 구해 준 눈앞의 한 사람을 구해야 합니다.
일지 항목6 날짜: 8/31
컴퓨터 안에 있던 “일지 항목” 문서에 이어서 이 문서를 적고 있습니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습니다. 곁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삐, 삐, 하고 계속 울리는 기계가 있었습니다. 벌떡 몸을 일으키자 옆구리 부근에 격통이 내달렸습니다. 팔이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곳을 보니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거울을 볼 것도 없이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원래 몸으로 돌아왔구나, 하고.
제가 눈을 떴다는 소식을 들은 아는 직원이 제게 달려와 주었습니다.
일지 항목을 보니, 아무래도 정신이 뒤바뀐 상태의 저는 총으로 자살을 결행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아는 직원의 말에 따르면 옆에 있던 제가 갑자기 일어서서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댔다고 합니다. 격리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 탓에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던 중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Keter 등급 변칙존재의 폭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러운 사태로 자살을 하지 못하게 된 대신, 폭발의 충격으로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는 직원은 부상을 입으면서도 의식은 있었던 모양으로, 제 응급처치와 이송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이송 당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하루 만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아는 직원은 말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는 8/30 도중에 멈춰 있습니다. 따라서 그 후에 일어날 일은 이야기의 공백을 보완하는 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보완되어 격리 실패가 일어났다고 추측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가능한 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시나리오로 고쳐 쓴 덕분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폭발로 발생한 자원의 손상은 무시할 수 없지만,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안심했습니다.
격리 실패는 최종적으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재단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구해야 할 대상을 구했을 따름입니다. 저는 일련의 뒤바뀜 현상을 SCP-XXXX-JP로 잠정 지정하고, 공상과학부문에 연구를 제언하고자 합니다.
제 정신은 원래대로 돌아왔으며, 저를 창작한 사람의 정신도 분명 원래대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저는 그녀의 정신에 무슨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을지, 그 점만이 걱정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병원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누워 있던 침대의 베개를 덮듯이 놓여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상위 세계에서 보았던 그 일기와 같은 글씨로.
나는 괜찮아. 너도 분명 괜찮을 거야. 내가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구해 줘서 고마워.
저는 재단 직원으로서 사람을 돕고 세계를 지키는 것이 제 책무라고 생각하며 실행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하위 세계의 모두를 구하기 위해 재단 직원으로서 분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상위 세계의 그녀가 제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도록 서사를 개변하는 것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이보다 감사한 일이 있을까요.
앞으로도 저는 재단 직원으로서 직무를 다해야 합니다.
상위 세계의 당신, 정말 감사합니다.
각주
1. 이 보고서는 꿈속에서 집필되었습니다.
작성자
shiyon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