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소녀 속의 꿈

부록: SCP-990과의 면담을 시도한 직원의 보고를 통해, 알 수 없는 원리로 SCP-239와 SCP-990이 몇 차례 꿈속에서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각 부서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어느 것도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난 꿈이 좋아.”

그렇게 말하며 시구로스는 井자 모양으로 나뉜 경계선의 오른쪽 위 칸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손끝을 뒤따라가듯, 분필로 그은 것처럼 불완전한 흰 곡선이 둥근 원을 그려 내며 그녀가 승리를 눈앞에 두었음을 나타냈다.

“한바탕 일을 마친 뒤에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그에 응하듯 정장을 입은 남자는 자신의 주위를 떠다니던 검은 가위표를 손에 집어, 동그라미가 대각선으로 두 개 나란히 놓인 그 끝, 왼쪽 아래 칸에 붙였다. 천에 와펜이 착 달라붙듯, 그 표시는 시구로스의 승리를 단단히 가로막았다.

“꿈은 말이야, 상상할 수가 없어. 정확히는 내가 상상한 걸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상상은 언제나 내가 깨어 있을 때 생각하는 걸 뛰어넘거든.”

으음, 하고 고민하는 시늉을 하며 마법사라는 이름을 지닌 그녀는 오른손에 소용돌이무늬가 그려진 하늘색과 분홍색 막대사탕을 만들어 냈다. 그러고는 사탕이 붙어 있지 않은 쪽 막대 끝으로, 이번에는 비어 있던 왼쪽 위 칸에 다시 원을 그렸다. 막대에서 뿜어져 나온 오션 블루 색의 반짝이 가루가 빛나며 그 모양을 이루어 갔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오른쪽 위 칸과 가운데 칸에 그려져 있던 같은 도형에서 털북숭이 다리 4개가 돋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가 눈을 깜박이는 사이, 그것은 다람쥐처럼 크고 둥근 눈을 가진 작은 동물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생겨난 동물들은 사탕 냄새라도 맡았는지, 발을 종종 움직이며 시구로스의 빨간 드레스 자락으로 뛰어올랐다.

“봐, 그렇지? 난 지금 이기려고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그러고는 드레스와 사탕의 주인이 난처한 듯하면서도 기쁜 듯한 표정을 띠고, 왼손으로 그 2마리의 머리를 번갈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한동안 그녀가 그러고 있자, 그것으로 만족했는지 동그라미에서 태어난 생물들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잠든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그런데 곤란하네, 이러면 내가 불리해지잖아.” “꼭 그렇지도 않아. 여긴 꿈속이니까.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난다고, 네가 방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남자는 다시 공중에 떠 있는 가위표를 집었다───찰나, 그것들은 만화처럼 익살스러운 의성어를 물리적으로 출현시키며, 펑 소리를 내고 터져 날아갔다. 그러고 나니 그의 손끝에 집혀 있는 것은 ‘한 번 쉬기’라고 유난히 달필로 적힌 흰 종잇조각뿐이었다. 상대는 그 모습을 즐거운 표정으로 킥킥 웃으며 보고 있었다.

“〇× 게임에 한 번 쉬기가 적용되다니 놀랍구나. 이번엔 단번에 내가 불리해졌는걸.” “응, 그러네. 그럼 내 차례.”

미소를 머금은 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나부끼며, 시구로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이 투박한 망치로 모습을 바꾸었다.

“에잇.”

그녀는 첫 수에 표시했던 곳과 같은 오른쪽 위 칸을 그 망치로 가볍게 두드렸다. 높은 쇳소리가 그곳에 단 한 번 울려 퍼지고, 칸 안에는 단순화된 토끼 그림이 중앙에 그려진, 원을 바탕으로 한 도장 같은 표시가 나타났다. 그 순간 시구로스의 드레스 자락에서 자던 다람쥐들이 눈을 뜨더니,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리기라도 한 듯 서로 몸을 맞대며 맨 윗줄 가운데 칸을 채우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가로로 나란히 놓인 동그라미 3개를 보고, 그녀에게만 져 본 남자는 한숨을 쉬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가로로 나란히 놓인 동그라미 3개를 보고, 그에게만 져 본 마녀도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50전 34패인가. 좀처럼 이길 수가 없구나.” “후후, 그러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는 거 아닐까.” “그렇지. 이렇게 많이 ○× 게임을 해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그런데.” 모자를 가볍게 고쳐 쓰며, 꿈속의 남자는 망치를 풍선으로 바꾸어 연한 하늘색 하늘로 날려 보내는 시구로스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그 모습으로 지내는구나. 그 드레스가 마음에 드니?”

그의 말에 ‘성인 여성용’ 빨간 드레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시구로스는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며 대답했다. 치맛자락이 사뿐히, 천천히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무릎까지 올라갔다.

“응. 저쪽에서는 마음 놓고 멋을 낼 수도 없는걸.” “그렇겠지. 네가 갑자기 그런 일을 시작하면, 그들은 세상의 종말이라며 탄식할지도 모르겠구나.”

남자의 말에 시구로스는 “사실은 훨씬 더 여러 가지로 꾸며 보고 싶어. 학교 교복도 입어 보고 싶고, 케이크 가게 주인도 되어 보고 싶은걸.” 하고 대답했다. 그동안에도 그녀의 옷차림과 키, 얼굴 생김새는 그녀가 입에 올린 모습들로 눈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바뀌어 갔다.

“나로서는 처음 만났을 때의 순진무구한 너도 조금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야.” “그래? 하지만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대체 몇 년이나 흘렀을까?”

그렇게 말하며 시구로스는 “으음.” 하고 다시 고민하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외모는 8살쯤 되는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이거 힘들어. 너와 처음 만났던 그 꿈속을 떠올려야 하니까.”

그녀의 말에 남자는 “그렇구나.” 하고 대답하더니, 다음 순간 조금 짓궂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꿈을 꾸지 않으면 소녀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니?”

그러자 작은 마법사는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실례네. 꿈을 꾸는 한 소녀로 있을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아주 많~이, 멋진 꿈을 꾸게 해 주세요, 아저씨?” “그렇구나, 그건 실례했어. 그렇다면 마법사님, 앞으로도 싫증이 날 때까지 아저씨와 놀지 않으시겠어요?”

공손히 가슴에 손을 얹고 가볍게 인사한 남자의 손을, 소녀는 즐겁게 웃으며 꼭 잡았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SCP-239는 외관상 8살 소녀이며, 신장은 1미터, 체중은 20킬로그램입니다.

글쓴이

nemo111

PASS THE STORY ON

이 밤을 함께 읽어요.

XThreadsTelegramWhatsApp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