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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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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서 벌어지는 일

제리가 목욕을 시킬 차례였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애비는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를 만큼 목욕을 끔찍이 싫어했다. 목욕은 지옥이었고,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저렇게 조그만 몸에 달린 아주 자그마한 폐로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요즘 들어 둘 다 TV 음량을 한두 칸씩 더 높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그게 이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애비에게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목욕을 좋아했다. 옹알이를 하고 웃으며 더없이 귀여운 표정을 짓곤 했다. 예전에는 목욕 시간이 어찌나 두려웠던지 자기 자신조차 샤워하기 싫어질 지경이었지만, 이제 제리에게는 갓 태어난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신생아용 욕조를 졸업하고 제대로 된 욕조에 들어가게 된 덕분인지도 몰랐다. 물론 거기에는 또 다른 두려움이 따랐다. 애비가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탓에, 제리는 단 일 초라도 눈을 뗄 때마다 아이가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둘이 한창 놀고 있을 때였다(제리는 애비에게 양동이를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려고 했지만 아이가 자기 작은 욕조에 가만히 앉아만 있기에 그 물을 머리에 부어주었고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그가 웃음이라고 받아들인 소리를 꽥 지르고 웃었고 그의 심장은 흉강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의 몸속에서는 피가 빛났다). 그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제나가 집에 있으니, 제나가 나가볼 터였다.

제리는 양동이를 내려놓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고무 오리를 꺼내 애비의 손에 쥐여주려고 했다. 아이는 분명 물건을 잡을 수 있었다. 직접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잡기 싫은 건지, 이 오리만큼은 도무지 잡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애비가 다시 꽥 소리를 질렀다. 제리는 얼굴 전체가 미소 속으로 접혀 들어가는 것 같았다.

다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더 크고 다급하게 들렸다. 제리는 아래층의 제나에게 소리를 지를까 생각했지만, 아래에서 들려오는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발걸음 소리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찰칵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설령 한마디 한마디가 선명하게 들렸다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그의 존재 전체를 움켜쥔 애비가 그의 관심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도 제리는 아래층에서 벌어지는 일에 한쪽 귀를 반쯤 기울이고 있었다. 목욕 수건을 집어 거품을 냈다. 아래층 현관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고 자물쇠가 찰칵 잠기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제나는 아직도 문 앞에 온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는 애비의 깃털처럼 가벼운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은 다음 손가락으로 매만져 눕히며, 부드럽고 가느다란 감촉을 즐겼다. 애비는 마치 신의 손이라도 보는 듯 그의 손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더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애비는 온몸에 비누 거품을 묻힌 채 더없이 행복하게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제리는 눈이 거의 감길 만큼 활짝 웃었지만, 그러자 살짝 덜컥 겁이 나 곧바로 현실로 돌아왔다. 애비에게 다른 장난감을 가져다주었다. 아이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물장구를 치느라 바빴으니까. 물장구는 중요한 일이니까.

아래층에서 웅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보다 커졌지만 제리는 여전히 어느 한 단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말투가 어딘가 이상한 듯했는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짚을 수 없었다. 제나는 평소에 저렇게 빨리 말하지 않았고, 목소리의 높이도 영 달랐다. 너무 높고 삑삑거렸다. 애비가 드디어 붙잡고 그 보잘것없는 힘을 다해 누르고 있는 고무 오리처럼. 제리는 아이를 보며 웃었지만, 이번에는 눈까지 웃지는 않았다.

이제 아래층에서 발소리가 더 들렸다. 다가오는 건지 멀어지는 건지, 누구의 발소리인지 제리는 알 수 없었다. 어딘가 다급한 듯했지만,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 있는 건 없었다.

제리가 일어섰다. 제나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욕실 문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다 똑같이 의지와 무관하게, 그의 주의가 홱 애비에게로 돌아갔다. 혼자서도 목숨을 지킬 거라고 믿을 수 없는 아이였다. 제나는 믿을 수 있었다. 어른이었고, 이런저런 상황에 대처하는 데 익숙했다. 아주 유능했다. 게다가 아래층에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확실히 알지 못했다. 몸이 온갖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지만.

제리는 망설임의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아래층 상황이 위험하다면 제나 혼자 맞서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하지만 애비 역시 혼자 물에 맞서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욕조의 물을 빼더라도 고작 일 인치 깊이의 물에서조차 익사할 수 있었다. 대학에 다닐 무렵 언젠가 TV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 방은 아직 아기가 다치지 않도록 완전히 손봐두지 못했고 안전문도 아직 설치하지 못했으며, 어쨌든 그가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나가면 아이가 겁먹지 않겠는가. 그는 다시 제나를 소리쳐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못 들은 걸까? 무슨 이유로 대답을 못 하는 걸까?

그는 애비를 들어 올렸다. 품 안의 아이가 미끄러웠다. 몸에 묻은 비누를 헹궈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는 아직 목욕을 끝내고 싶지 않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제리는 정신없이 아이의 수건을 찾았다. 늘 놓아두는 자리인 욕조 옆 바닥에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진정하라고 말했다.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는 다시 아내를 소리쳐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발소리가 더 들렸다.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할 기회마저 빼앗기는 걸까? 잘못된 선택이 있을까? 옳은 선택은 있을까?

게시자 /u/unloufo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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