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에서의 하루
“하느님 걸 함부로 건드리면 이 꼴이 나는 거야.” 그녀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그녀는 나와 몇 피트 떨어진 곳, 강화 안전유리 너머에 서 있었다. 그녀 뒤에서 거대한 초대형 충돌기가 웅웅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미 대피한 뒤였다.
“네가 담배 피우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했다.
“아니, 봤어. 수백 번이나.”
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탁월한 과학자인 소피 보스 박사가 스스로 실험실 안에 들어가 문을 봉쇄하고 충돌기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놓았다. 폭발하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다.
“소피, 문 잠금 풀어.” 나는 목소리에 공포가 묻어나지 않도록 애쓰며 애원했다. “방사선 피폭은 치료할 수 있어. 아직 늦지 않았어.”
“네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알아?”
그녀는 흐트러진 모습이었고, 실제 나이보다 믿기 어려울 만큼 늙어 보였다.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말했다. “실험은 완벽하게 성공했어. 우리가 얻은 데이터는 세상을 바꿀 거야. 왜 이러는 거야?”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몇 번을 설명해도 넌 이해를 못 해. 하지만 이 일은, 이 모든 일은, 전에도 일어났어…… 그리고 또 일어날 거야.”
“소피, 내 말 들어. 넌 지금 정신적으로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 네가—”
“—너무 오래, 너무 무리해서 일했어. 거기서 나와. 얘기로 풀 수 있어. 어쩌고저쩌고. 그 대본은 줄줄 외워.” 그녀는 내가 하려던 말을 그대로 가로채며 말했다. 갑자기 오한이 일었다.
“시간이 없어.” 그녀는 말을 잇다가 웃었다. “실험이 물리 법칙을 깨뜨렸어. 너도, 나도, 연구소도,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 거품 속에 갇혀 있어. 거품은 퍼지고 있어. 매번 내가 충돌기를 파괴하지 않으면 거품은 끝없이 팽창할 거야…… 온 세상이 갇히게 돼.”
나는 아연실색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논리가 그녀에게 통하기를 바라며 내가 말했다. “왜 나는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걸 기억하지 못하지?”
“연옥이니까.”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종교를 믿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내가 그럴 줄은 몰랐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봤어. 여러 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내 실험이었어. 내 생각이었고. 나는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세상을 끝장낸 벌을.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거야. 네가 기억 못 하는 건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지.”
미친 소리였다.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충격을 줘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그동안 얼마나 여러 번 말하고 싶었던가—
“날 사랑하는 거 알아.” 그녀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매번 말해 주니까. 그리고 고마워. 네가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그녀는 그때 유리에서 물러나 빠르게 가동을 거듭하는 충돌기에 등을 기대고 앉더니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금방 죽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떠나지 않았다. 봉쇄 절차가 작동해 나도 안에 갇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틀렸다는 것도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 둘 다 벌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일이 다시 일어나고 내가 잊어버린다면, 그녀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처음만큼이나 고통스러울 테니까.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게시자 /u/Wellsy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