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확실해?’ 나는 친구 베아트리스에게 물었다. 남편이 젊은 금발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봤다며 전화를 걸어온 참이었다.
‘맹세코 네 남편이었어, 제니퍼. 브램버리 거리의 커피숍 앞에서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었다니까.’
‘그 사람일 리 없어.’ 나는 우겼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미안해, 제니.’
그래. 그러니까 이십 년을 함께 산 남편이 다른 여자 때문에 우리 사이의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는 거였다.
왜 그랬는지는 몰랐지만, 남편은 그렇게 했다.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집에 앉아 책을 읽으며, 내 나이 또래 여자들이 흔히 그러듯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고 있었다. 남편이 내 스무 번째 생일에 선물해 준 책이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향한 사랑의 황홀경에 취한 두 젊은 영혼이었다.
거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내 꼴은 형편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아이 셋을 낳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남편이 다른 사람을 원할 만도 했다.
가끔 남편이 나를 약 올리기는 했어도 나는 그를 정말 사랑했다.
나는 그의 아내로 사는 것 말고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발을 끌며 문을 열러 갔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그런 식으로 나를 배신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받은 첫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말했다. 대학에 다니는 내 아들보다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듯했다.
‘월간 정기 점검을 하러 왔습니다!’ 남자는 딱하고 불운한 사람답게 공손하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정확히 뭘 점검한다는 거죠?’ 내가 물었다. 자신이 만나러 온 사람이 꼭 나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 듯, 그가 살짝 움찔했다.
그는 클립보드를 꺼내 들고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여기 댁에서 이상적인 배우자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으시는 걸로 되어 있는데요. 아니면 저희 특별 패키지를 원하시나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정말이지 그게 궁금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아, 여기 보니 업그레이드를 선택하셨네요. 구형 모델을 폐기해 드리면 될까요?’
아마 나를 두고 하는 말일 거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어도 그 정도는 알아들을 만큼 나는 똑똑했다.
남편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나는 퇴비 더미에 던져 버려도 되는 쓸모없는 감자 자루 따위가 아니었다.
나도 여전히 사람이었다.
나는 뒤로 물러섰고, 긴장으로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저 드러누워 모든 일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바랄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남편이 차를 몰고 진입로로 들어왔다. 그는 차에서 내려 백조처럼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아름다운 금발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때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가 신음하듯 불만을 토했다.
‘저 여자가 왜 아직 여기 있어요?’ 그가 징징거렸다. 버릇없고 툭하면 짜증을 내는 어린애 같은 본모습 그대로였다.
‘통화했던 사람은 몇 시간 전에 틀림없이 폐기해 준다고 했다고요.’
문 앞에서 만났던 젊은 남자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금발의 미녀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사이, 그가 남편에게 다가갔다. 남편도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갑자기 냅다 달아날 수 있을지 가늠하느라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어야죠.’ 젊은 남자가 얼굴 전체를 뒤덮을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폐기해야 할 대상이 아내라고는 아무도 말한 적 없거든요.’
작성자 /u/RosetheSpin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