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어젯밤 밖으로 나갔을 때 집 앞의 소나무가 사라져 있었다. 늘 나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둥근 구멍만 땅에 뚫려 있었다. 얼마나 깊은지 알아보려고 휴대전화 불빛을 안으로 비춰 봤지만 소용없었다.
안에서 돌풍이 솟아올라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피부에 소름을 돋게 했다. 공기는 내 머리 위에 머물렀고, 이윽고 잡아당겼다—나를 홱 끌어당겨 어둠 속으로 자유 낙하시켰다. 나는 어뢰처럼 구덩이 속으로 더 깊이, 더 깊이, 더 깊이 내려갔고, 그러다 마침내 시야에 빛이 들어왔다. 붉은 빛이었다. 충돌이 일어났고 그 빛은 내 주위에서, 내 안으로, 나를 관통하며 터져 나왔다. 몸의 살갗이 벗겨졌다. 모든 근육이 썩어 부서진 뼈에서 떨어져 나갔다. 모세혈관과 정맥, 동맥, 장기가 터져 피범벅이 되었다.
나는 그 붉음에 둘러싸여 형체 없이 떠다녔다. 아름다운 형상들이 주위에서 춤추듯 뛰놀았고, 저 멀리 위쪽에는 기이하고 해독할 수 없는 단어들이 떠 있었다. 핏줄을 닮은 구조물들이 끝없이 갈라져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 내 영혼과 존재 전체를 타고 흐르는 그 감각은 어떤 생물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황홀경이었다.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다운 존재의 상태여서 내 의식을 갈기갈기 찢어 없애 버릴 것만 같았다. 곧 깨달음이 내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언어의 의미를 짜 맞출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아니, 알았다. 나는 글자들을 들여다보았고, 이해가 막 말을 하기 시작한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저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그러고는 저 멀리서 빛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실체를 보았다. 진홍색 홍채와 길게 갈라진 동공을 지닌 거대한 고양잇과 짐승의 눈이었다. 그 너머 어둠 속으로는 수많은 부속지가 멀리 뻗어 있었다. 나는 그 동공 깊숙이 응시하며 얼어붙을 듯 차갑게 요동치는 바람이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해가 다시 말을 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침실에서 땀에 흠뻑 젖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깨어났다. 창문에서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커튼을 열었다. 그것은 덩굴손이었고,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은 그 눈이 되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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