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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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가치가 있는 과거

충동이 시작되기 전의 시절을 기억한다.

삶이 단순하게 느껴지고, 내게 자연스러운 일들을 의심하지 않던 시절을.

나는 늘 모험을 좋아했다. 하지만 모험이라는 말조차 그것을 담기에는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말 같다.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 있었다. 가끔은 뭔가를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이미 중턱까지 올라가 있곤 했다. 무섭지는 않았다. 서두른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저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아기였을 때 이야기를 하곤 했다. 가구 가장자리를 향해 기어가던 이야기. 공기를 시험해 보기라도 하듯 일어서서 앞으로 몸을 기울이려 하던 이야기. 어머니는 늘 아슬아슬하게 나를 뒤로 잡아당겼다고 했다.

나는 그중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을 의심한 적은 없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네 살 무렵의 것이다. 최초라는 느낌이 드는 그런 기억 중 하나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켜지는 순간.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색은 더 밝게 느껴졌다. 소리는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저 소음이던 세상에 갑자기 의미가 부여된 것처럼.

마을 바로 외곽에 들어선 작은 이동식 놀이공원에서 대관람차를 타고 앉아 있었고, 부모님은 양옆에서 온기가 느껴질 만큼 가까이 계셨다.

시큼하고 짙은 담배 냄새가 공기 중에 무겁게 맴돌며, 아직 혀에 남아 있던 튀긴 반죽의 희미한 단맛과 뒤섞였다. 무엇인지 모를 것이 묻어 끈적한 내 작은 손은 옆구리에 붙어 있었다.

우리 위에는 지붕이 있었다.

발판 둘레에는 작은 안전 난간이 있었다.

그걸 눈여겨봤던 기억이 난다.

투광등은 아래쪽 들판을 군데군데 강렬한 흰빛으로 표백해 놓았고, 그 탓에 임시로 세운 놀이기구와 가판대들은 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전선과 골조가 실수로 그곳에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곳 전체가 벌써 반쯤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놀이공원 너머로 펼쳐진 빈 땅과 그 너머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에는 거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보름달이 낮고 환하게 떠서, 어둠을 위에서 빛을 받은 바다처럼 넓고 끝없는 무언가로 바꾸어 놓았다.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달을 바라보았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알아보는 느낌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찍찍이가 달린 내 작은 흰 신발이 가장자리에 너무 가까이 놓여 있었다. 발판의 턱과 난간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곳으로 올라간 기억은 없다.

이미 그곳에 올라가 있다는 걸 깨달았던 기억만 있다.

두려움이 나를 찾아오기 전에 힘센 두 손이 내 몸통을 감쌌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들어 뒤로 옮겼다. 어머니는 날카롭고 갑작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주 잠깐, 두 분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다음에는 두려움이 찾아왔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

더 오래된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참을성 있는 무언가.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어 하는 무언가.

두 번째로 오래된 기억은 할머니가 세상에 태어난 여동생을 맞이하러 나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다.

그날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다.

여동생을 안았던 기억은 없다.

풍경은 기억한다.

지상에서 몇 층이나 올라간 병원의 높은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던 작은 마을.

사진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나는 가족에게서 고개를 돌려 유리창을 향하고 있다.

내 뒤에 있는 사람들보다 창문 너머에서 기다리는 무언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충동은 사라지는 대신 더 강해지고 더 잦아졌다.

열 살쯤 되었을 때, 어머니와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젠은 나와 젠의 딸 메도를 거대한 바위 지형으로 유명한 주립공원에 데려갔다.

그때는 지금과 다른 시대였다. 태블릿도, 스마트폰도, 소셜 미디어도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몇 시간씩 숲속으로 사라져서 올라갈 수 있어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올라갔다.

메도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메도는 천성이 말괄량이였지만, 늘 엄마가 만들어 준 밝은 색 원피스에 튼튼한 부츠를 신었다.

우리는 늘 ‘남자애들이 하는 놀이’를 했다. 메도는 인형을 싫어했다. 메도가 인형의 집 현관문을 발로 차 부숴 놓았을 때 메도의 엄마는 경악했다. 우리가 내 지아이 조 장난감들을 데리고 그곳을 습격해 안에 숨어 있는 코브라 비밀 요원들을 수색할 수 있도록 부순 것이었다.

우리는 늘 말썽을 피웠다.

공원에는 거대한 바위가 가득했고, 그중에는 윗면이 넓고 평평한 것도 있었다. 바위들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을 만큼 기묘한 모습으로 풍경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잊힌 시대의 빙하가 남겨 놓은 그 바위들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바위라기보다는 고대의 기념물 같았다. 누구의 기억도 닿지 않는 먼 옛날 얼음 아래 묻힌 세계의 잔해였다. 그 사이에 서 있으면, 그 바위들이 누구도 보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목격했으리라는 생각이 쉽게 들었다.

우리는 쳐들어오는 카우보이들로부터 동굴을 지키는 마지막 부족인 척하며 하루를 보냈다. 안성맞춤인 바위들을 찾아다니며 그 풍경을 우리만의 작은 세상으로 바꾸었다.

어머니는 피넛버터와 마시멜로 크림으로 근사한 소풍 도시락을 싸 오셨고, 우리는 가장 높은 바위 꼭대기에서 먹었다. 한쪽에는 평평한 꼭대기로 이어지는 완만한 비탈이 있었지만, 반대쪽은 거의 사십 피트 아래로 뚝 떨어졌다.

그곳에 앉아 발아래 모든 것을 내려다보던 기억이 난다. 경치는 굉장했다. 바람, 탁 트인 공간, 세상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 아이가 결코 잊지 못할 만한 순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높은 곳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 되리라는 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메도는 아직 모험을 끝낼 수 없다고 마음먹었다. 메도에게는 원하는 것을 얻어 내는 재주가 있었다.

어머니와 젠이 짐을 모두 차에 싣는 동안, 메도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돌을 주우러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딱 이 분만 있다 올게요.” 메도가 약속했다.

어엿한 말괄량이답게 메도에게는 시계가 있었다. 젠은 메도를 보고 말했다. “좋아, 꼭 이 분만이야.”

메도는 타이머를 켰고, 우리는 달려갔다.

우리는 눈에 띄는 바위 중 가장 큰 바위로 올라갔다. 바위가 워낙 높아서 어머니가 있는 곳에서는 우리 모습이 가려졌다. 어머니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었다.

메도는 가장자리에서 멈춰 서더니 몸을 홱 돌려 내 팔을 붙잡았다. 메도는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짙푸른 두 눈이 내 영혼을 곧바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메도가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니, 나 믿어?”

나는 내 의지로 “응”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메도는 내 다른 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움켜잡았다.

그런 다음 가장자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덜컥했다.

메도가 먼저 가장자리 너머로 넘어갔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내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움켜잡은 채였다. 그다음에는 내가 넘어갔다.

길어야 몇 초였겠지만, 그 순간에 평생을 산 것 같았다. 지금도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밀려들었다. 두려움과 경이로움 사이의 무언가가.

그러고는 모든 것이 깜깜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는 다시 바위 가장자리에 있었다. 메도는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었고, 우리는 둘 다 그곳에 서서 웃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잡고 차로 달려갔다.

우리는 메도와 메도의 엄마를 메도의 부모님 집에 내려다 주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었다.

메도는 떠나기 전에 내 손을 꼭 쥐고, 우리를 공원에 데려가 줘서 감사하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때 머릿속에서 메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알았지?

나는 마음속으로 알았다고 말하려고 했다.

통했던 모양이다. 메도의 미소가 조금 달라졌으니까.

나는 작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직도 스타워즈 시트가 깔려 있는 바로 그 침대였다. 몰래 빠져나가 메도의 집까지 걸어간 다음, 메도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침실 창문에 작은 돌을 던지는 생각을 자꾸 했다.

그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 메도도 가장자리 근처에 있으면 나와 같은 기분이 드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왜 메도와 함께 그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는지 알고 싶었다.

평생 가려웠으면서도 가렵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곳을 긁은 것 같았다.

그때 메도가 같은 침대에서 내 곁에 누워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선명하게 목소리가 들렸다.

“조니… 안 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응, 하고 생각하자 머릿속에서 메도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메도.” 나는 생각했다. “너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몰라.” 메도가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같은 꿈을 꿨어. 우리가 그 바위 위에 서 있는 꿈을… 몇 번이고 계속.”

나는 완전히 충격에 빠진 채 그저 침대에 누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 애썼다.

긴 침묵이 흐른 뒤, 메도가 마침내 속삭였다.

“잘 자, 조니.”

그날 밤, 나보다 두 학년 아래인 남자아이가 자기 침대에서 사라졌다.

아이가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어떤 창문도 깨지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이 잠자리에 들 때 아이가 자고 있었다고 했다.

부모가 눈을 떴을 때, 이불은 누군가 막 빠져나온 것처럼 젖혀진 채였다.

하지만 아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작성자 /u/Itchy-Environment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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