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과에서 일하는 외과의사다. 환자의 몸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 그런데 내 눈에만 보인다. (2부)
또다시 일어났다. 무언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https://www.reddit.com/r/nosleep/s/aubIQl2yqX 자세한 경위를 알 수 있도록 이전 글의 링크를 첨부했다.
처음으로 내가 정신적으로 무너진 사건 이후, 병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뜸해졌고 일상적인 잡담도 몇 마디를 주고받는 정도로 줄었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건지, 그냥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런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고, 오늘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알다시피 내가 본 것을 바탕으로 퇴원 요약서와 진료 경과 총평을 작성하려 했다가는 의견 불일치로 곧바로 폐기될 터라, 그 일은 보조 집도의에게 넘기기로 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겠다.
어제 진료실에 앉아 있는데 정형외과 전문의에게서 의뢰서가 왔다.
“정밀 검사 후 반월상연골 손상으로 진단함. 최소 침습 수술이 필요한 사례임.”
관절경 수술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환자의 입원을 승인했다.
오늘 오전 8:00, 우리는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의대생이 가장 먼저 왔다. 임상 실습을 도는 여섯 달 동안 어쩌다 보니 정이 들었다. 아주 조용한 아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관찰력이 좋으며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스물세 살의 라나는 의대 삼 학년보다는 길을 잃은 여학생처럼 보였다.
“좋은 아침이야, 라나. 잘 버티고 있나?” 내가 물었다.
“네, 필립 선생님…… 그냥 준비하고 있어요.” 라나는 수술용 장갑을 탁 소리 나게 끼며 내 눈을 피한 채 중얼거렸다.
“좋아. 나도 늘 똑같지.” 나는 거짓말을 했다. 우리 사이의 침묵에는 차마 꺼내지 못한 모든 말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때 보조 집도의가 들어온다. 말하자면 내 오른팔이다. 이 분야에서 일한 지는 이제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마흔 살의 앤드루는 덩치가 크고 다부져 수술복이 몸에 꽉 찼다. 경계심을 풀게 하는 친근한 인상으로, 환자들이 보자마자 신뢰하는 그런 얼굴이었지만 눈은 언제나 계산적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필립.” 앤드루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하며 명랑하게 인사했다.
“점심 전에 또 한 건 해치울 준비 되셨습니까?”
“이만하면 됐지. 자네는 어때?”
“나쁠 거 없죠. 하루 일하면 청구서 하나는 해결하니까요.” 그가 웃었다.
잠시 후 마취과 의사가 들어온다. 그녀는 늘 내 소중한 친구였고, 우리는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으며, 아내를 소개해 준 사람도 그녀였다. 직원 대부분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한때는 자유분방한 영혼으로 칠십 년대에 평화 집회에도 다니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은퇴까지 남은 마지막 사 년을 손꼽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안녕, 돌리……”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 그녀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수술실을 준비한 지 삼십 분 뒤, 환자가 들어왔고 마취가 이루어졌다. 나는 관절경 수술을 시작했다. 작은 삽입구 두 곳을 절개했지만, 조직을 살피려고 관절경을 조정하다가 본능적인 공포에 뒤로 펄쩍 물러났다.
슬개골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젖은 눈 하나가 깜빡이지도 않은 채 절개구 너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은 내 눈에 곧장 고정되어 있었다. 관절 아래에는 생물학적 기형체가 자리 잡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필립, 세상에.” 돌리가 마스크 너머로 메마른 숨을 쌕쌕 내쉬며 불안한 웃음을 흘렸다.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네. 조기 은퇴할 때가 벌써 온 거야, 아니면 관절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린 거야?”
라나는 무릎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보조 집도의는 내가 또 무너지려 한다는 징후를 알아차리고 그저 쟁반에서 자기 기구들을 천천히 집어 들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쉬어야 했다. 당장. 뒷걸음질을 치자 구역질이 밀려왔고 혈압이 치솟았다. 나는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고, 등줄기가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정신을 추스르며 수술을 계속하려 했다. 그 시선이 내 두개골을 꿰뚫고 있지 않은 척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마지막으로 용기를 짜내 수술을 이어 가려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조금 앞으로 뛰듯 움직이자 내 발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체중이 옮겨지는 순간, 검은 동공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더니 순식간에 홍채를 뒤덮었다. 한밤중 고양이의 동공처럼 정확히 그렇게 확장되었고, 오로지 먹잇감의 움직임에만 고정되었다.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지켜보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추적하고 있었다.
나는 숨이 막혀 수술실 밖 복도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을 저것과 함께 남겨 두고 싶지 않았고, 환자 역시 두고 나오고 싶지 않았지만 몸이 마비된 것 같았다. 일 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머리 위 형광등 불빛이 눈을 태웠고, 구석마다 내가 차마 마주할 수 없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간호사와 보조원들은 은근히 나를 피했다. 다른 사람의 눈 속에서 무엇이 나를 마주 볼지 두려워 나는 바닥만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일 센티미터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바닥의 리놀륨에서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다. 나는 시간과 공간 속에 얼어붙은 겁쟁이였다.
내게는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뒤, 문이 활짝 열렸다. 먼저 라나가 눈에 띄게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복도에 들어섰고, 그다음에는 돌리가 나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내 바로 옆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눈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 이어서 환자가 이동식 침대에 실려 나와 마취 후 회복실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앤드루가 나왔다. 그가 내 앞에 우뚝 서자 그의 그림자가 복도의 눈부신 불빛을 가렸다.
“제가 여기까지 온 건 선생님 덕분입니다, 필립. 아시잖아요.” 앤드루가 직원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안에서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완전히 무너지셨잖아요. 완전히요. 차트에 뭐라고 써야 합니까?”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설명들이 꼬리를 물고 소용돌이쳤다. 조기 발병 치매,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환각. 정신과 병동에 갇히는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 답을 찾았지만, 말이 도무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리놀륨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그 눈이 아직도 선명하게 타오르며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모르겠어.”
게시자 /u/Revolutionary-Fox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