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고 싶나요?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오세요.
내가 13살이었을 때, 친구 사라와 나는 서로의 집에서 자주 자고 놀았다. 우리는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걸 더 좋아했다. 부모님이 뒷마당에 나만의 작은 집을 지어 주셨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아주 좋았다. 주변에 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햇볕이 내리쬐면 그늘이 생겼다. 안에는 전기도 들어왔지만, 우리는 TV를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그곳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여러 번 귀신을 불러 보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빛이 깜빡이거나 갑자기 바람이 불면 혹시 귀신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애써 믿어 보려 했지만, 사실은 아무 관련도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우리는 옷을 사러 옆 동네에 갔다. 쇼핑백을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던 참에 골목 안쪽에 숨어 있는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깜빡이는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겁먹고 싶나요?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오세요.” 가게 주변에는 여러 공포 영화 속 캐릭터의 모형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라와 나는 서로를 바라봤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흔히 들리는 종소리 대신 마녀 같은 웃음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둘 다 웃었다. 카운터 뒤에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서 있었다. 마흔쯤 되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들. 특별히 찾는 게 있나요, 아니면 그냥 둘러보고 싶나요?”
사라와 나는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그냥 둘러보려고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 뒤에서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가게를 돌아다니며 공포 영화에 나오는 온갖 소품을 구경했다. 사방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가게 전체가 으스스해 보였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캐릭터 모형도 있었다. 먼지가 한 겹 쌓인 보드게임으로 가득한 선반도 있었다. 하나 가져갈까 고민하며 한동안 살펴보다가, 나는 사라가 무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사라에게 다가가 보니 무엇이 눈길을 사로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라는 책 한 권을 보고 있었다. 검은 가죽으로 된 책이었고, 거기에는 이상한 기호들이 새겨져 있었다. 표지에는 뼛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내 눈이 반짝였다. 책을 펼치고 싶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둘 다 화들짝 놀랐다.
“아가씨들, 이 책을 원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보장하지요. 두 사람이 찾는 게 바로 이 책이라고 거의 확신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에는 책 나름의 규칙이 있어요. 여기서는 펼치면 안 돼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우리는 실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얼마예요?”
우리에게 남은 돈은 얼마 없었다. 다른 가게들에서 대부분 써 버렸다.
아저씨가 미소를 지었다.
“파는 물건은 아니에요. 원한다면 빌려줄 수는 있지요.”
“정말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언제 돌려드리면 돼요?”
아저씨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언제 내게 돌아오고 싶은지는 책이 결정할 거예요.”
“알겠어요. 그럼 어디 서명이라도 할까요? 아니면 이름을 알려 드릴까요?”
아저씨가 다시 웃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어리둥절한 채 가게를 나왔다. 사라가 나를 바라봤다.
“저렇게 해서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책 돌려드릴 때 뭐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런 식이면 망하겠어.” 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너희 둘, 이 시간까지 어디 있었는지 설명 좀 해 볼래?”
나는 죄송한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보며 옷을 사러 갔다가 굉장하고 으스스한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둘은 정말 이런 것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엄마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인형을 갖고 노는, 전형적인 꼬마 공주님 같은 딸을 늘 꿈꾸셨다. 안타깝게도 그 바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릴리라는 내 이름조차 나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아빠가 웃었다.
“사실 난 우리 딸이 다른 애들과 달라서 좋은데.”
“꼭 그렇게 부추겨야겠어?” 엄마가 쏘아붙였다. “자, 식탁으로 가자. 저녁 해 놨어.”
우리는 식탁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엄마가 속을 채워 구운, 모두가 좋아하는 그 유명한 닭 요리였다.
“얘들아, 내일 비디오 대여점에서 그 새 공포 영화 빌려 올 거야. 같이 봐 주면 좋겠는데.”
우리 눈이 반짝였다.
“농담이죠! 어떻게 구하셨어요? 도저히 빌릴 수가 없던데요.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보고 싶어 했잖아요.”
“뭐, 내 매력을 좀 발휘했다고 해 두자.”
엄마가 아빠를 흘겨봤다.
“그래, 그래, 알아. 애들 부추기면 안 된다는 거잖아.”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저녁을 먹고 사라와 나는 부모님께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한 뒤 뒷마당의 작은 집으로 갔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라가 갑자기 굳어 버렸다.
“책! 아, 씨발, 맞다. 우리 완전히 잊고 있었어.”
사라는 배낭에 손을 넣어 책을 꺼냈다. 그러고는 내게 건넸다.
“왜? 무서워?” 내가 웃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네가 나보다 용감하잖아.”
그 말에 우쭐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책을 펼쳤다. 딱딱한 표지 안쪽에 무언가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오래된 단검 같은 물건이었다.
“씨발, 진짜 멋있다.” 사라가 내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페이지를 넘기자 거기에는 벌써 글이 적혀 있었다.
“아직 책을 덮어도 늦지 않았다. 계속 읽으면 돌이킬 수 없다. 무언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두려움에 굴복하겠는가?”
“보드게임 안 가져오길 잘했네.” 내가 사라에게 말했다. “이게 훨씬 재미있겠어. 그래서, 계속 읽을까?”
사라가 씩 웃었다.
“뭘 망설여? 계속해.”
그러고 나서 나는 그 구절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니, 그 구절들을 여기에 적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적는 것만으로도 효력이 생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구절들을 다 읽자 밖에서 천둥이 우르릉거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기 시작해서 작은 집의 문을 세차게 때렸다. 나는 얼른 달려가 문을 잠갔다.
집 안 벽에는 사라와 내가 어릴 때부터 그린 그림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 그림들이 일제히 벽에서 떨어져 날리기 시작했다. 탁자 위에 놓아둔 유리잔들이 갑자기 벽을 향해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 목소리는 방 안에서 들린 게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들렸다. 너무나 끔찍하고, 너무나 쉰 목소리였다.
“이제 너희는 내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 사라와 나는 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내 손이 벽에 세게 부딪히며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꺾였다. 나는 깨진 유리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팔다리가 온통 베인 상처로 뒤덮였다. . 사라는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울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때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책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맨 끝에 이르렀다.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멈출 수는 있다. 하지만 희생이 필요하다. 기꺼이 희생하겠는가?”
“씨발, 그래, 할게.”
나는 서둘러 계속 읽었다. 방법이 적혀 있었다. 손을 베어 책장 위로 피를 떨어뜨리면서 다른 구절을 외워야 했다.
조각 하나를 집으려고 깨진 유리 쪽으로 몸을 돌렸는데, 갑자기 책장이 저절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책은 단검이 있던 맨 앞에서 멈췄다.
“알았어. 좋아.”
나는 단검을 집어 손바닥을 그었다. 구절들을 외우자, 놀랍게도 방 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라가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사라는 걷잡을 수 없이 울고 있었다. 다행히 나와 달리 사라는 몇 군데 긁힌 상처만 있었다.
“너 병원에 가야 해.”
“응. 하지만 먼저 부모님께 전화해야겠어.”
나는 휴대전화를 집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봤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평소에도 그랬다. 부모님은 몇 시간 전에 잠드셨고, 밤에는 늘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 두셨다.
“사라… 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나도. 밖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
몇 시간 동안 우리는 공포에 떨며 나란히 앉아만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을 입에 올릴 용기는 둘 다 없었다. 작은 집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가 가득했고, 우리가 그린 그림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여전히 피 냄새가 감돌았다.
그러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첫 물방울이 지붕에 떨어졌다.
똑.
잠시 뒤, 또 한 방울.
똑. 똑.
우리는 둘 다 말없이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모든 일을 겪은 뒤라서인지, 그 소리는 위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마치 밖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저 평범한 여름밤인 것처럼.
마침내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하자 사라가 나를 바라봤다.
“이제 거의 아침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천천히 문으로 다가갔다. 둘 다 감히 손잡이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잠시 그 앞에 서 있었다.
마침내 내가 손잡이를 잡았다.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신선한 공기였다.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우리는 살아남았다.
다 끝났다.
그때 사라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몸을 돌렸다.
사라는 나에게서 몇 피트 떨어진 곳에 서서 집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쪽을 봤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보았다.
내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우리의 작은 집 위쪽 나무들에 매달려 있었다. 두 분의 목이 그어져 있었고, 그곳에서 지붕 위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똑. 똑. 똑.
문득 우리가 밤새 무엇을 듣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비가 아니었다.
부모님의 피였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나중에 경찰이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찾아낼 수 없었다. 그날 밤 있었던 일에 관한 우리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책은 어떻게 됐냐고?
사라졌다.
우리가 놔뒀던 곳에 없었다.
그 가게도 다시는 찾지 못했다. 가게가 있던 곳을 경찰에게 보여 줬을 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기록에 따르면 그곳에는 그런 가게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도 나는 그날 밤 우리가 무엇을 깨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혹시 깜빡이는 간판에 이런 문구가 적힌 작은 가게를 보게 된다면,
“겁먹고 싶나요? 그렇다면 안으로 들어오세요.”
제발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그저 어디서 봤는지 댓글로 알려 주세요. 나는 몇 년째 그 가게를 다시 찾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게시자 /u/Flashy-Experience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