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잠들 수 없다
나는 삼십 년 전에 남편을 만났다. 그때는 내 삶이 마침내 의미를 찾은 것 같았다. 보통의 연애에 비하면 우리는 진도가 꽤 빨랐다. 몇 달 만에 동거를 시작했고, 약혼을 했고, 아이까지 생겼다. 그때 내가 미쳤거나, 아니면 사랑에 미쳐 버렸다고 혼자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부디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내게 남편은 매력적이고, 자상하고, 지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이십 대의 나는 우리 삶을 회오리바람 같은 로맨스라고 여기곤 했다. 남편은 종종 꽃을 들고 직장에 불쑥 찾아오거나, “그냥 그러고 싶어서” 집을 청소하거나,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늘리겠다며 느닷없이 주말여행에 나를 데려가곤 했다.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내 눈에 콩깍지가 씐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젊었을 때 남편의 행동에는 불길한 낌새가 전혀 없었다. 남편이 얼마나 멋지고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인지라면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남편에게도 흠이 하나 있다.
남편은 잠버릇이 아주 사납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남편이 끊임없이 뒤척이는 통에 밤에 몇 시간씩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처음에는 꽤 짜증이 났지만, 나중에는 걱정이 되었다. 밤마다 그렇게 계속 몸을 뒤집고 신음하면서 어떻게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베개도, 이불도, 시트도 바꿔 보고, 매트리스까지 새로 사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듯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몇 차례씩 잠버릇이 도지는 정도였는데, 차츰 매주 그러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주일에 며칠씩으로 늘어났다. 우리가 만난 지 일 년이 되는 기념일에는, 처음으로 꼬박 일주일 내내 매일 밤 잠버릇이 도졌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남편은 한 번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매일 아침 내 이마에 입을 맞춰 나를 깨우고, 부엌에 아침밥을 차려 놓았다고 말한 뒤 출근하러 나갔다.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게 남편의 유일한 “별난 점”이었다.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내 눈 밑에는 늘 그늘이 졌고, 머리숱이 줄기 시작했으며(하지만 나는 임신 호르몬 때문이라고 여겼다), 짜증도 부쩍 늘었다. 어쨌든 이 “뒤척이는” 밤들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어째 나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소파에서 자 보려고 해도 남편의 소리가 들렸다. 내게는 피할 곳이 없었지만, 이런 일 때문에 남편을 떠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남편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일인 게 분명했고, 낮에는 남편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몇 년이 흐른 뒤, 나는 마침내 나만의 밤 일과를 만들었다. 베나드릴을 먹고 남편이 침대에 들어오기 한 시간 전에 확실히 잠들기만 하면, 밤새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정말로 드디어 해법을 찾았다는 기분이었고, 우리 관계도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다. 나는 짜증을 덜 냈고, 남편은 한결같았다. 아이들까지 내가 더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곤 했다.
아들이 10살 생일을 맞은 날 밤, 내 일과에 처음으로 문제가 생겼다. 나는 평소처럼 모든 순서를 밟았다. 베나드릴을 먹고, 샤워를 하고, 세수를 하고, 콜드크림을 바르고, 머리에 롤을 말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기어들어 가 불을 껐다. 하지만 그날 밤에는 새벽 3:30 가까이 되어 속삭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무슨 말인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피부가 뜨거워질 만큼 소리가 컸다. 처음에는 아이들인 줄 알았지만, 알레르기약 때문에 여전히 너무 졸려서 신경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돌아누워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같은 양상이 되풀이되는 걸 알아보지 못한 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뒤척이던 잠버릇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 있었던 일이 나중에는 매일 밤 벌어지는 일로 번졌다. 남편이 내는 소리라는 걸 알아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어떻게 그러는지 알아내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어느 날 밤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는 바람에 침대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내가 소리를 낸 것 같지는 않지만, 속삭임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나는 두 손을 눈으로 가져가 손바닥 아래쪽을 눈에 누르고 가볍게 비볐다. 손을 내리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틀림없이 자고 있을 남편을 보았는데, 입안이 바싹 말랐다. 남편은 내 옆에서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앉아 있었다. 두 눈은 굳게 감겨 있었고, 얼굴은 내 얼굴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었다. 속삭이며 씩 웃고 있었다. 낮게 억누른 속삭임이었고, 웅얼거리는 소리에서 단 한 단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홱 뒤로 물러나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손을 가슴에 올리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푹 내려놓아 반듯이 누웠다. 그러자 남편이 침대에 앉아 있던 자리에서 뒤로 홱 몸을 젖혔고, 나는 그 모습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남편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가슴에 올렸다가 다시 누웠다. 그날 밤 이후로 남편은 자면서 다시는 뒤척이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베나드릴을 끊기로 맹세했다. 너무 오래 먹어서 의존성이 생겼거나, 이제 무슨 이상한 심리적 반응이라도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분명 그 때문이어야 했다. 내가 봤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본 게 아닌 게 분명했다. 그때부터 새로운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의사는 내 “노화하는” 간이 벤조디아제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좀 더 자연적인 방법들을 시도해 보라고 권했다. 그때 남편이 선물해 준 소중한 가죽 표지 수첩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뭐라도 달라질 것처럼, 매일 밤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을 쏟아 놓았다.
그 후로는 잠드는 일이 어려워졌다. 정말이지 잠들 수가 없었다. 일기를 쓰면 오히려 잠이 더 깨는 듯했고, 내가 쓴 글은 하나같이 답답함과 분노로 가득해 보였다. 내가 침실에 들어온 지 한 시간 뒤 남편이 발을 끌며 들어와 내 옆으로 기어들어 오는데, 눈시울이 따끔거렸던 기억이 난다. 남편이 몸을 기울여 내 관자놀이에 입을 맞췄을 때 첫 눈물이 떨어졌던 것도 기억한다. 몇 년 동안 밤마다 그랬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어김없이 시작될 발길질과 뒤척임, 신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피로가 나를 초대하듯 온몸으로 흘러들었고, 나는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보다 늦게 잠들 수 있었다.
시계처럼 정확하게, 나는 또다시 새벽 3:30에 잠에서 내팽개쳐졌다. 다만 이번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
“당신은 잘 때 참 아름다워.” 남편이 속삭였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당신은 잘 때 참 아름다워... 당신은 잘 때 참 아름다워...당신은 잘 때 참 아름다워, 모라이어.” 내가 왜 무서워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남편은 나를 칭찬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훌륭하고 천사 같은 내 남편은 나를 너무나 사랑해서 잠을 자면서까지 나를 칭찬하고 있었다. 어떻게 무서워할 수 있겠는가? 잠에서 깬 충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남편이 자면서 제대로 된 말을 하는 걸 실제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그 목소리의 어조가 내 남편 같지 않았고, 내가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잠들려면 매일 밤 와인을 두 병 넘게 마셔야 했다. 불행히도, 그러면 제시간에 일어날 수도 없었다. 남편은 나를 무척 걱정하는 듯했고, 일을 그만두라고 권했다. “당신 그 거지 같은 상사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이제 몸에 나타나는 거야, 모어. 다른 일을 찾아볼 때가 됐어.” 남편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그게 아니라고 바로잡을 수도 없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같았다. 우리가 아이들 대학 학비를 대 줬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는 했는지도. 깨어 있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라고는 그날 밤 어떻게 잠들 것인지, 내가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언제 술을 마시기 시작할 것인지밖에 없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망가진 것은 내 몸이었다. 술이 내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건 분명했지만, 나는 늘 술기운에 젖어 있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남편은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에게 여자는 나 하나뿐이며,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 주곤 했다. 잠결에도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문처럼 되풀이하곤 했던 것처럼. 남편이 이제 내 어디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내 몸은 실제 나이를 먹는 속도보다 여섯 배는 빨리 늙어 버린 것 같다. 내 흰머리는 친정 부모님 두 분의 흰머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스물여섯 살 때 눈가에 잔주름을 발견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고관절이 굳어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눈부시게 생기 있어 보인다. 지금도 처음 만난 날 그대로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는 흠 하나 없고, 머리숱도 예나 지금이나 풍성하다.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남편의 유전자를 더 많이 물려받았으면 정말 좋겠다.
남편이 언제부터 밤마다 새로운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남편이 내게 하는 말들이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 말들을 들으면 몹시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매일 밤 새벽 3:30이면 남편은 몸 전체를 내 쪽으로 옮겨 내 베개에 머리를 올린다. 내게 직접 속삭이려고 그러는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나 의도적으로 느껴졌지만, 남편이 잠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늘 꼼짝도 못 하게 된다. 손을 들어 뺨을 간질이는 머리카락 한 올을 치울 수도 없었다. 눈을 깜박일 수도 없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해도 남편은 믿지 않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그 이야기를 해 주는 걸 남편이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놀이처럼.
“당신 피부는 참 아름다워...당신 피부를 내가 입으니 참 아름다워.” 남편은 내 귀에 그렇게 속삭이곤 했다. 밤마다 얇아지는 내 피부에 닿는 남편의 숨결이 얼마나 뜨거운지 느껴졌다. 달궈진 스테인리스 팬 위에서 물방울이 춤추는 것처럼 내 고막이 떨리는 듯했다. 그다음에는 메스꺼움이 밀려와 아침까지 가시지 않는다. 그러고 나면 나는 시간 속에 얼어붙어, 그저 듣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예전에는 내 몸이 안에서부터 스스로를 먹어 치우는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매일 밤 남편이 내 귀에 속삭이고 나면, 뜨거운 핀과 바늘이 장기 하나하나를 훑으며 긁어 대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와인이 정말로 내 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게 틀림없다.
이제는 늘 몸이 아프다. 위에 생긴 궤양은 목구멍에 생긴 궤양만큼이나 아프다. 내 “수면 보조제”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의사는 제발 술을 끊으라고 애원하지만, 잠을 자려면 술이 필요하다는 내 말은 믿어 주지 않는다. 의사라는 사람이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는 걸까? 성인 여성이 제대로 생활하려면 하룻밤에 적어도 7-9시간은 자야 한다는 걸? 적어도 밤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분간하기가 어렵다. 가끔은 남편이 내게 속삭이고 나면 그냥 몸이 꺼져 버리는 것 같다. 매일 밤 심장이 멈췄다가 아침에 남편이 침대에서 일어날 때에야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처럼.
매일 밤 나는 침대에 누워, 한 시간 뒤 남편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예전에 지키던 그 바보 같은 일과처럼.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간격도 점점 짧아졌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가 기억난다. 관절이 갈수록 삐걱거리기 시작했을 때도. 의사의 얼굴에 어린 걱정을 볼 수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 표정은 보기 싫었으니까. 검사 결과는 하나같이 내가 더없이 건강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혈압은 정상이었고,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어느 하나 부족한 적이 없었으며, 흔한 감기조차 걸린 적이 없었다. 의사는 왜 거울에 비친 37살의 내가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지 못했다. 왜 다음 술병의 코르크 마개를 뽑을 때마다 손이 떨리는지. 왜 입술이 갈라지기 시작한 뒤로 다시는 제대로 아물지 않는지.
더는 신경 쓰지 않게 된 건 아마 28번째 결혼기념일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의사를 만나지 않았다. 그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남편이 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던 게 기억난다. 참 바보 같은 의사다. 내가 잠을 못 자는 건 신경도 안 쓰면서, 감히 남편이 무슨 악의적인 짓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다니? 더는 상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침대에서 일기를 쓰는 건 계속하기로 했다. 휴대폰으로 바꿔야 했다. 이제는 펜을 잡을 수가 없다.
나는 더 이상 우리 침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시트를 갈거나 베개를 두드려 부풀린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척추를 따라 난 상처가 벌어져, 한때 초록색이었던 시트가 등가죽에 들러붙은 게 분명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지 않아서, 이제는 깨어 있을 때도 움직이지 않는다. 남편이 출근하려고 일어날 때도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 온종일 그곳에 머물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따금 옆에 있는 아무 술병이나 집어 꿀꺽꿀꺽 마신다. 뺨 옆으로 흘려도 상관없다. 내 피부가 이미 시트에 남긴 얼룩은 적포도주가 더해져도 구분이 안 되니까. 몇 달 전에 후각을 잃은 게 정말 감사하다.
피부가 뼈에서 늘어지기 시작했다. 체중이 줄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몸이 서서히 악취 나는 웅덩이로 녹아들어 시트와 하나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제 머리카락은 완전히 빠졌다. 납작하게 꺼진 베개 위, 내 머리 둘레에 엉킨 덩어리들로 흩어져 있다. 가끔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도 더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침대에서 볼일을 봤는지 아닌지도 느낄 수 없다. 남편은 내 상태에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다. 매일 밤 내 이마에 입을 맞춰 준다. 다만 최근 몇 주 사이에는 그것도 아파졌다. 가끔은 남편이 나를 무는 것 같다. 아니면 피부가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근육 조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늘어진 탓에 그 압력이 신경 말단으로 전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는 손을 가슴 위로 들어 올릴 수 없다. 다행히 휴대폰을 쓸 수 있을 만큼은 간신히 들 수 있다. 이렇게 일기도 쓰지 못한다면 너무 비참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하는 일은 이것이 전부다. 팔꿈치가 굳어 버려서 팔을 몸 옆으로 내려놓는 모험을 할 수가 없으니까. 다시 들어 올릴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매일 밤낮으로 나는 바로 여기 누워, 내 멋진 남편이 침대로 기어들어 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남편이 이윽고 몸을 뒤척여 옆으로 돌아눕고 내게 바짝 다가와 귓속에 새로운 칭찬을 속삭일 때까지도 여기 누워 있다.
“째깍째깍, 내 사랑.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세월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었어.” 어젯밤 남편은 내 귓바퀴에 숨결을 내뿜으며 말했다. 입술을 움직일 수 있었다면 웃었을 것이다.
내일은 내 50번째 생일이다. 잠을 좀 자 보겠다고 애쓰느라 인생을 허비한 것 같다. 이 글을 쓰려니 손에 든 휴대폰이 너무 무겁다. 화면을 누를 때마다 뼈가 마침내 투명한 손끝을 뚫고 나올 것 같다. 지금 남편은 내 옆에 누워 있다. 잠든 모습이 참 잘생겼다. 처음 만났던 날과 똑같다. 오늘 밤에는 아주 좋은 꿈을 꾸고 있나 보다. 지금 남편의 속삭임이 나직한 웃음소리처럼 들리니까. 오전 3:29, 남편이 방금 몸을 돌렸다. 오늘 밤에는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남편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어둡고 내 시야도 너무 뿌예졌다. 이제 남편은 소리 내어 웃고 있다. 그의 머리가 베개 위 내 머리 바로 옆에 있다.
드디어 졸음이 온다. 정말 오랜만에 처음으로. 남편이 내일 내 생일 선물로 뭘 준비했는지 어서 보고 싶다. 몸이 다시 온통 뻣뻣해지는 게 느껴지고, 뼈만 남은 손가락 사이로 휴대폰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푹 자, 모라이어.”
게시자 /u/lazzyt91y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