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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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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노인

이 이야기는 현재 22살 남자인 내가 겨우 16살이었을 때 일어났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내가 16살치고도 아주 어려 보였다는 거다. 키도 좀 작은 편이고, 당시에는 얼굴에 수염 기미조차 없었으며 얼굴이나 몸이나 전반적으로 아주 어려 보였다. 나는 프랑스 파리 교외에 사는데, 매년 여름이면 조부모님과 브르타뉴 해안 근처로 휴가를 가는 게 일종의 연례행사였다. 갈 때마다 장소는 달랐다.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당시에도 조부모님이 꽤 연로하셨다는 거다. 늘 피곤하게 해드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하이킹을 하거나 해변에 가는 일은, 거리가 너무 멀 경우 혼자 하는 데 익숙했다.

그때는 바다 근처의 작은 휴양 시설에 묵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혼자 수영을 하거나 ‘모험’을 떠나 있는 동안에도 조부모님은 원하시면 편하게 해변에 가서 책을 읽으실 수 있었다. 나는 첫날부터 해변에서 보이는 작은 섬에 무척 관심이 생겨서 현지 사람 몇 명에게 그 섬에 관해 물어봤다.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섬이고 배를 타고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출입이 허용된’ 곳은 섬의 작은 일부뿐이라고 했다. 육지 해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해변도 하나 있는데, 그 해변 전체가 ‘출입 금지’ 구역 안에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원칙적으로 경찰이 육지 해안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로는 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그쪽으로 가려면 깊은 물에서 수영을 하거나 바위를 타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섬의 그쪽에는 경찰차가 다닐 도로도 없어서, 문제가 생겨도 경찰이 신속하게 도착하기 어렵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쪽 해변이 더 넓고 사람도 적어서, 금지되어 있어도 신경 쓰지 않고 가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그 말을 듣자 16살이었던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 섬에 가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조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마지막 배 시간에 맞춰 돌아오지 못할까 봐 안 된다고 하셨다. 나는 마지막 바로 전 배를 타도록 최대한 노력할 테니, 혹시 그 배를 놓치더라도 마지막 배를 기다렸다 타면 된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그러자 허락하셨다. 그렇게 오전에는 조부모님과 마을을 둘러보고, 마침내 배를 타고 오후 4시쯤 섬에 도착했다. 육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는 오후 7시 반쯤이었다. 나는 곧바로 첫 번째 해변, 그러니까 ‘합법적인’ 해변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서 바위를 타거나 헤엄쳐 다른 해변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더운 날, 모서리가 날카롭고 타는 듯이 뜨거운 바위를 맨발로 타고 있었다.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들었던 말과 달리 물이 전혀 깊지 않다는 거였다. 사실 내가 바위를 타기로 한 건 그냥 멍청하고 무모해서였고, 물속으로 섬을 ‘빙 돌아 걸어가려’ 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나는 남자치고 키가 좀 작은 편인데도 물이 몸통 중간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았을 거다. 두 번째로 알게 된 건 ‘암벽’ 사이사이에 ‘아주 작은 해변’이 있다는 거였다. 몇 제곱미터밖에 안 될 만큼 작았지만, 바위 타기를 3초나 4초 정도 멈추고 땅에 발을 디뎠다가 다시 바위를 타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마지막 ‘아주 작은 해변’은 사실 출입 금지 해변까지 가는 길의 중간쯤에 있었는데, 다른 곳보다 크고 작은 동굴 같은 것도 있었다. 그리 깊지는 않았지만, 아마 깊이가 3미터쯤 됐을 텐데, 어둠 때문에 안쪽 벽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 보일 정도는 됐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출입 금지 해변에 도착하니 들었던 대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친구끼리 무리 지어 온 십 대들이거나, 비치타월 위에 나란히 누운 이십 대 커플들이었다. 나는 거기서 45분 정도 수영도 하고 모래 위에 눕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노인 한 명을 봤다. 움직임이 느리고 허리가 굽어 있었으며 양손으로 허리 아래쪽을 짚고 있는 걸 보니 허리 통증이 심한 것 같았다. 그 노인이 내 옆을 지나갈 때 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를 했고, 별생각 없이 넘겼다. 아파 보이는 노인에게 인사를 하는 건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걸어갔다. 그러고 나서 해변에 두었던 내 물건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그가 멀찍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내가 친구들과 함께 왔는지 아닌지 가늠하려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자신을 알아챘다는 걸 보고는 이상하게 웃었다. 나는 덜 어색하게 상황을 넘기려고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진짜 악몽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다시 바위에 올라 출입이 허용된 해변 쪽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모든 게 평범해 보이지만, 바위를 탄 지 5분쯤 지나자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작은 돌들이 아래쪽 물로 떨어지는 소리와 희미한 숨소리다. 뒤를 돌아보니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가만히 멈춰 있으니 그가 보인다. 그 노인이 5미터쯤 뒤에서 바위를 타고 있다. 여기서 그를 봤다는 사실에 놀라 완전히 얼어붙은 나는 또다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이쯤 되면 좀 우스운 거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원래 너무 내성적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하.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대충 옮기자면 ‘아이고, 참 예의 바른 꼬마구나?’라는 말을 하더니, 내가 노인에게서 본 것 중 가장 기괴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바위를 타기 시작하고 속도를 높인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깨닫지 못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 이 소름 끼치는 노인네, 불과 10분 전만 해도 허리를 엄청 구부리고 있지 않았나?? 게다가 애초에 출입 금지 해변에 가려면 바위를 타거나 제법 깊은 물을 걸어서 지나가야 한다. 그 해변에 젊은 사람들만 있던 것도 그래서인데, 몸이 아픈 노인이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게 보여서, 나는 속도를 더 높인다. 얼마 뒤 그가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이 든 몸으로는 무리인가 보다 싶어 조금 안심한다. 그런데 그는 물속에서 내 바로 아래로 자리를 잡더니, 내 발을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내리려 한다. 생각해 봐라. 60대인 이 남자가 나를 물속의 자기 곁으로 끌어내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그 광경에 너무 얼떨떨해서 내내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몸을 떨며 다시 바위를 타기 시작했을 때, 그가 내 발을 붙잡으려는 걸 그만두고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 내가 암벽에서 떨어져 자기 품에 안기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나는 발아래서 벌어지는 일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바위를 탄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보이지 않게 되고, 나를 잡으려고 다시 바위에 올라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말 무서워진다. 그와 동시에 작은 동굴이 있는 아주 작은 해변 근처까지 왔다는 걸 알아챈다. 앞으로 계속 가려면 곧 땅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땅으로 내려가기 전에 ‘가장자리’로 간다. 솔직히 가장자리라기보다는 아주 완만한 경사에 가깝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동굴 안에 뭔가 있다.

그다. 옷을 벗어 던지고 완전히 발가벗은 채 나를 똑바로 보며 웃고 있고, 자기한테 오라고 손짓한다. 이쯤 되니 나는 진짜 존나 무섭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해도 그는 나보다 키가 크고, 나는 힘이 더럽게 없고,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은 그쪽뿐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육지의 조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배를 놓쳐서 그 섬에서 자야 할까 봐도 너무 무섭다. 내가 본 유일한 작은 호텔에 묵을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되돌아가서 누구든 찾아보기로 한다. 처음에 그는 ‘이리 와, 꼬마야. 나한테 와’ 같은 헛소리를 하며 바위 위로 나를 뒤쫓아 오려고 하지만, 내가 아주 빠르게 움직이자 30초쯤 뒤에는 더 이상 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른 꿍꿍이가 생겼거나 나를 쫓는 걸 포기했다는 뜻이다.

‘출입 금지 해변’으로 돌아온 나는 아무 커플에게나 다가가 상황을 설명하고, 무서워서 그러는데 곁에 있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네, 있고 싶으면 있어도 돼요. 그렇다고 우리가 부모인 척해 주거나 잘 집을 찾아주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한다. 내 말을 믿는 것 같지도 않지만, 이쯤 되니 그런 건 상관없다. 그들도 배를 탈 건지 묻자 그렇다고 한다. 사실상 그 뒤로는 그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말없이 그들을 따라 배 타는 곳으로 가서, 마침내 마지막 배를 탄다.

휴양 시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조부모님께 바로 말씀드리지 않았다. 대신 친구들과 단체 통화를 하면서 웃어넘겼고, 그냥 웃기고 이상한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별일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을 보니 그건 분명 웃기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고, 내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나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얼마나 겁에 질려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제는 가족들도 거의 다 이 이야기를 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해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게 정말 슬프고 속상하다. 아무튼 이게 브르타뉴의 해변에서 그 노인을 만났던 이야기다. 그 소름 끼치는 노인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다시는, 절대로 마주치지 말자.

작성자 /u/T_Rob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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