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때 일터에서 스토킹을 당했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그 일이 점점 더 섬뜩하게 느껴져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릴 때 있었던 일을 하나 나누고 싶었어요. 거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일이거든요. 당시 저는 16살인가 17살이었고, 지금은 20대 중반이에요. 그리고 여자이고요.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에서는 그게 꽤 중요한 부분이에요.
저는 동네 박물관 겸 관광 명소에서 안내원으로 일했어요. 한여름이었지만 그날 오후에는 손님이 뜸해서 혼자 안내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죠. 보통은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 한 분과 함께 일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날은 혼자였어요. 어차피 손님이 없을 때는 주로 앉아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설명을 좀 하자면, 입구의 안내 데스크는 말하자면 ‘방문객을 맞이하는 곳’이었어요. 사람들이 문으로 들어오면 인사를 건네고 전시와 관람 안내 프로그램을 설명해 줬죠. 안쪽에는 데스크가 하나 더 있었는데, 여기서는 기념품점 데스크라고 할게요. 실제로 입장료를 내고, 작고 촌스러운 데다 터무니없이 비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나이 든 남자 한 명이 문으로 들어왔어요. 제 눈에는 60대 중후반쯤으로 보였어요. 그 남자는 안내 데스크 뒤로 들어와 제 옆에 앉았는데, 저는 바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박물관에는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가 정말 많았거든요. 대부분 시간이 남아도는 은퇴자들이었죠. 남자가 웃으며 이런저런 잡담을 하기에, 저도 그중 한 명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잡담을 멈추더니 이곳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거예요. 저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눈을 조금 굴렸던 기억이 나요. 물론 내내 웃으면서요. 저를 시험해 보는 건가 싶었거든요. 나이 든 분들이 으레 그러듯 그냥 조금 놀리는 줄 알았죠. 그래서 전시며 관람 안내 프로그램이며 전부, 평소에 하던 설명을 쭉 했어요.
“설명 잘하네, 예쁜 아가씨.”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참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고, 그제야 그 사람이 사실 자원봉사자가 아니라는 걸 서서히 깨달았어요. 그냥 웬 모르는 남자가 데스크 뒤로 들어와 혼자 일하는 십 대 여자애 옆에 앉은 거였어요.
솔직히 그 뒤에 나눈 대화는 많이 기억나지 않아요. 너무 불안해서 기억을 억눌러 버린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계속 거기 앉아 말을 걸었고, 저는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했다는 것만 기억나요.
그러다 기념품점 데스크에서 일하던 언니가 다가왔어요. 저보다 몇 살 많을 뿐이었지만, 분명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아마 저한테서 관심을 돌리려고 그랬겠죠.
말했듯이 많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가 제 쪽으로 몸을 기울여 조용히 이렇게 물었던 건 기억나요.
“언제 퇴근해?”
온몸이 서늘해졌고, 저는 “아, 아직 한참 남았어요” 같은 말을 더듬거리며 했어요. 그 사람이 계속 주변에 머물다가 제가 일을 마치면 다가올까 봐 무서웠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그 사람은 떠났고 저는 친절한 남자 동료에게 부탁해 제 차까지 함께 갔어요. 떠나기 전에 그 사람의 차를 기억해 뒀고요. 이렇게 간단히 말하는 건, 앞서 말했듯 그때 일이 많이 기억나지 않아서예요.
주차장에는 정문에서 보이지 않는 다른 입구도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아직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날은 그를 다시 보지 않았어요.
저는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까 봐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부모님께만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은 제가 직접 알리지 않으면 상사에게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셨죠. 그런데 기념품점에서 일하던 언니가 이미 상사에게 말한 모양이더라고요. 덕분에 제 입으로 얘기할 수고는 덜었던 셈이죠. 상사에게도 어린아이부터 십 대까지 딸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데 무척 충격을 받으셨어요. 특히 본인이 없는 동안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죠.
그해 여름 박물관의 인력 배치에는 꽤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요. 저 같은 미성년자들이 늘 건물 안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줄 만한 제대로 된 어른이 반드시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날도 사실상 저와 기념품점에서 일하던 대학생 또래의 언니, 그리고 17살쯤 된 남자 동료 한 명뿐이었어요.
상사는 나중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침착하게 뒤쪽 사무실로 가서 비상벨을 누르라고 알려 주셨어요. 그해 여름 남은 기간에는 미성년자가 건물 안에서 일할 때 반드시 ‘진짜’ 어른도 함께 근무하도록 했고요. 정말 다행스러운 변화였어요. 이렇게 안전 대책이 모두 마련됐으니, 저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쯤 뒤, 친구들에게 박물관을 구경시켜 주려고 제 근무가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때 오라고 했어요. 우리는 박물관 출입문 앞에 모여 웃고 있었는데, 빨간색 픽업트럭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저는 공포에 질렸어요.
그 나이 든 남자의 차라는 걸 바로 알아봤어요. 그는 처음에는 우리를 지나쳤고, 주차 구획으로 차를 몰아넣는 걸 보며 저는 몸을 움츠렸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그대로 구획을 가로질러 나갔어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우리 쪽으로 오더니, 창밖으로 뭐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무슨 말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어요. 그러고는 뜻 모를 몸짓을 몇 번 하더니 떠났어요.
그냥… 가 버렸어요. 그곳에 올 만한 이유가 딱히 없었잖아요. 제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는 거기 있었을 뿐 아니라, 안전한 건물 밖에 나와 있었어요. 그 사람 때문에 마련한 온갖 추가 안전 대책에서 벗어난 곳에요.
그 일로 저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원래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라, 그 일이 머릿속의 작은 목소리들이 옳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거나, 해치려 한다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나쁜 짓을 하려 한다고 수시로 속삭이던 목소리들이요.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건 박물관 행사 날 중 하루였어요. 저는 모든 일을 조율하고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특별 행사였고 무료 초대권도 받았기에, 부모님께 박물관을 보러 오시라고 했죠.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저는 박물관 깊숙한 곳에 있어서, 부모님을 만나러 기념품점 데스크로 급히 갔어요.
부모님이 거기 서서 웃고 계신 모습을 봤던 게 기억나요. 그리고 그 사람이 보였어요.
바로 그 남자가 부모님 바로 뒤에 서 있었어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는 않았어요. 제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어요. 표를 사려는 것도, 안내지나 책자를 챙기는 것도, 기념품점을 둘러보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거기 있었어요. 그 자리에 서서 별 목적 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죠.
부모님이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셨던 게 아마 다행이었을 거예요. 아셨다면 엄마가 그 자리에서 목을 뜯어 버리셨을지도 모르겠거든요.
저는 즉시 몸을 돌려 전시실 안으로 돌아갔어요. 그날 안내 데스크에서는 다른 여자분이 일하고 계셨는데, 아마 60대였을 거예요. 그분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부모님께 우선 저를 찾아가 보시라고 했어요. 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고, 부모님은 그 직원에게 알리러 데스크로 돌아가셨어요. 부모님이 도착했을 때는 그 남자가 사라진 뒤였어요.
그가 거기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를 봤는지도, 저를 알아봤는지도, 저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아마 그래서 아직도 그 일이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아요.
그 뒤로 박물관에서는 그 남자의 인상착의와 트럭의 특징을 기록해 뒀어요. 제 근무 일정도 바꿔서 늘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 중 한 분과 함께 일하도록 했어요. 다시는 혼자 데스크에 남겨지지 않았어요.
그 뒤로 별다른 일은 없었고, 그 사람을 다시 보지도 못했어요. 어쩌면 계속 찾아온 데에는 아무 나쁜 의도도 없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냥 지켜야 할 선을 모르는 이상한 노인이었을 수도 있어요. 두 번째로 주차장을 지나갔던 건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고요. 제가 퇴근 시간을 물었던 바로 그 여자애라는 걸 정말 전혀 몰랐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몰라요. 알 수 없고, 앞으로도 끝내 모른 채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요.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도, 저는 16살인가 17살이었고 그 사람은 제 할아버지뻘로 보였어요. 그는 제 일터의 데스크 뒤로 들어와 제 옆에 앉았고, 저를 ‘예쁜 아가씨’라고 부르며 언제 퇴근하느냐고 물었어요. 일주일쯤 뒤에는 제가 기억해 둔 바로 그 차를 타고 다시 나타났고, 그러고는 결국 부모님이 계실 때 박물관에 또 나타났어요. 결국 그 사람이 뭘 원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건, 거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끔찍하고 떨쳐 낼 수 없는 메스꺼운 기분이 든다는 것뿐이에요.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자녀가 있다면 자신의 직감을 믿어도 된다는 걸 꼭 알려 주세요. 지금은 저도 십 대와 청년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까 봐 두려워 입을 다무는 바람에 심각한 사건을 놓치는 것보다는 가끔 좀 지나친 반응을 감당하는 편이 언제나 훨씬 나아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에게까지 예의를 지킬 필요는 없어요. 이런 일을 혼자만 간직해야 한다고 느껴서도 안 되고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 박물관에서 만난 할아버지,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게시자 /u/-dutchcac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