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로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는데, 그 열쇠는 이미 집 안에 있었다
오늘 밤 집에 돌아와 평소처럼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자물쇠에서 열쇠를 직접 빼서 주머니에 넣은 기억이 난다. 침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놓인 내 열쇠를 보기 전까지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내 것과 똑같은 열쇠고리에 구부러진 식료품점 포인트 카드까지. 전부 그대로였다. 다만 기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당연히 내가 다른 걸 들고 있었던 게 틀림없으니까 바로 주머니를 확인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현관문으로 돌아가 자물쇠를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주머니를 전부 비우고 현관문에서 침실까지 몇 걸음 안 되는 길을 되짚어 봤다. 책상 위의 열쇠는 건드리지 않았다.
기름이 이상하다. 열쇠 자체의 주변과 홈 안쪽에 가장 두껍게 묻어 있고, 열쇠 아래에는 몇 시간째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처럼 기름 자국이 윤곽을 따라 나 있다.
전에 내가 "세 번째 몸 체험"이라고 부르는 일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몇 순간 동안 지금 있는 몸을 완전히 의식하면서도, 내가 다른 어딘가에 존재하는 게 느껴졌던 일이다. 그때 이후로 가끔 아주 잠깐씩, 뭔가가 이미 일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다만 내 기억 속에서는 조금 다르게 일어났었다.
열쇠를 보자마자 그 느낌이 다시 들었다.
아마 1초쯤, 내가 열쇠를 책상에 놓았던 기억이 났다. 상상한 게 아니었다. 기억이 났다. 손가락에 묻은 기름이 느껴졌다. 그런데 정확히 그와 동시에, 1분도 채 되기 전에 그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던 기억도 났다.
머릿속에서 그 두 기억은 서로 모순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무섭다. 둘 다 똑같이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놓치고 있는 뻔한 설명이 분명 있을 거다. 어쩌면 복사해 둔 열쇠인데 어쩌다 그걸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현관문을 열었다는 기억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두 가지 다 기억하는 걸까?
그리고 저게 내가 책상에 두고 간 열쇠라면, 나는 대체 뭘로 현관문을 연 걸까?
추가: 사라진 47분 때문에 이웃과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 더 혼란스럽다.
이웃은 아까 괜찮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아주 빠르게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한때는 고함인지 비명인지도 질렀다고 했다. 내가 말다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중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열쇠에만 신경 쓰는 대신 집 안을 제대로 둘러봤다. 침대는 벽에서 떨어진 쪽으로 밀려 있고, 의자 하나가 넘어져 있고, 서랍도 두어 개 열려 있다. 욕실 세면대에는 머리카락이 조금 있고, 내 손톱 하나가 갈라져 있다. 어느 것도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상태는 아니라서, 더 괴롭다.
아직도 그 47분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희미한 기억 하나가 돌아오고는 있지만, 믿을 수가 없다. 다시 그 세 번째 몸 체험 같은 느낌이다. 복도 저편을 바라보다가 내 침실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내가 누구를 보고 있었는지 떠올리려고 하면, 그게 나였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작성자 /u/ABQmech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