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내 전자담배가 사라졌다.

아직 아무것도 피우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막 자리에 앉았을 때였고, 일주일이 조금 넘도록 아무것도 피우지 않았다. 하늘에 맹세코 사실이다.

최근 대학에 다니려고 새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귀찮아서 짐을 제대로 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거실은 소파와 작은 커피 테이블 말고는 거의 비어 있다. 소파에 막 누워서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노트북으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니, 이제 “파티”를 즐기기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아직 한 모금도 빨지 않았다. 대신 커피 테이블에 있는 물을 집으려고 몸을 기울였다. 물을 집는 순간, 전자담배가 무릎에서 미끄러져 내려가 소파 방석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방석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나와 소파 등받이 사이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손으로 더듬어 찾다가, 나중에는 구석구석 뒤지고 방석까지 들어냈는데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소파에는 구석이나 틈새가 별로 없고, 찢어진 곳도 없고, 숨겨진 틈이나 구멍도 없다. 완전히 빈틈없이 막혀 있다. 그냥 쑥 빼낼 수 있는 방석을 제외하면 전부 꿰매져 있다.

이쯤 되니 피우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그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소파를 벽에서 떼어놓고, 소파 밑을 확인하고, 소파 주변을 확인하고, 내 옷과 커피 테이블을 확인하고, 방석 밑도 다시 확인했다.

이게 그냥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더 찾아볼 곳이 없었다는 말은 정말 진심이다. 물건이 사라지는 일은 낯설지 않다. 전에도 재킷 하나가 뜬금없이 없어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구 탓으로도 돌릴 수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무릎에서 미끄러져 내려가 허공 속으로 사라진 것 같다.

어쩌면 우주가 담배를 끊으라고 말해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주겠다. 한 수 잘 뒀네, 우주.

작성자 /u/TheHureLemon

PASS THE STORY ON

이 밤을 함께 읽어요.

XThreadsTelegramWhatsApp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