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밤을 기록합니다GLOBAL HORROR ARCHIVE
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창작] 알바하는 아저씨

아래 이야기는 모두 각색했으며, 비슷한 일이 있더라도 순전히 우연입니다.

나는 시간이 나면 꽤 자주 부업으로 알바를 한다. 관심 있는 것들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서다.

사진 촬영, 디저트 수업, 아니면 콘서트. 그런데 직장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SNS에서 알바 자리를 찾아 여러 종류의 알바를 해 봤다.

보통 돈도 많이 주고 편한 알바는 누군가 소개해 줄 인맥이 필요하다. 나는 운 좋게 아저씨 한 분을 알게 됐는데, 마침 같은 숙소 건물에 사는 분이었다.

우리 숙소는 집주인이 한 층을 칸막이로 나눠 방을 여러 개 만든 곳으로, 집주인은 다른 층에 사는 주택형 임대 숙소였다.

그 아저씨는 피부가 가무잡잡해서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말을 섞게 된 건 아저씨가 에어컨 전기료를 아끼려고 문을 열어 두고 있었고, 나는 알바를 마치고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어이, 술 한잔할텨? (술 마실래?) 한밤중에 잠이 안 와서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거여?”

“알바하고 오는 거예요!”

“알바? 고생이네? 차 할부라도 있어?”

“아니에요!”

아저씨는 내 맞은편 방에 살았고, 그 뒤로도 한밤중에 몇 번 마주쳤다. (낮에는 직장에 나가니까.) 아저씨도 알바를 한다고 했다.

공사판에서 일하는 아저씨는 인심도 좋았고, 아는 고용주도 있었다. 뜻밖에도 아저씨가 하는 일은 비교적 편했고, 무거운 물건을 들 일도 없었다. 일찍 정리를 마쳐도 약속한 시간만큼 일당을 줬다. (가령 4시간 일이면 2시간 만에 끝내도 네 시간 치를 줬다.)

같이 일하는 건 꽤 즐거웠다. 어느 날 행사장 설치를 끝내고 아저씨와 일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아저씨는 맥주를 마시고는 (내가 차로 모셔다드리기로 했다) 자기가 신기한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했다.

아저씨는 집안의 막내아들로, 형과 누나들은 모두 번듯하게 자리 잡은 사람들이었다. 아저씨만 공부하기 싫어서 공사판으로 나갔다. 아무튼 가족과 싸운 뒤 중부로 일하러 왔고, 오랫동안 집에 가 보지 않았다고 했다.

“북구에 점쟁이가 잔뜩 모여 있는 데가 있어. 내가 거기서 한동안 알바를 했는데, 어떤 가게가 장사하다가 문을 닫게 됐거든. 선생이 나한테 정리를 맡기더니 부적을 주더라고. 난 그런 거 별로 안 믿는데, 들어 보니 꽤 재미있겠다 싶어서 받았지!”

“네? 무슨 부적인데요? 돈 버는 거요?”

“그보다 더 재미있는 거. 내가 과거로 돌아갔다고 하면 믿겠냐?”

사람은 술을 마시면 다 허풍을 떤다고 생각했지만, 심심해서 들어 보기로 했다.

“어떻게 돌아가는데요?”

“선생이 사방이 막힌 방을 찾으래. 하는 동안 방해받으면 안 되고. 부적 다섯 장 중에 네 장을 구석에 놓고, 주문을 외운 다음 벽을 따라 도는 거야. 다섯 번째 부적은 길잡이 부적이니까 몸에 지니고. 주문은 너무 빨리 외우지 말고, 부적 네 장을 전부 지나서 한 바퀴 돌아야 한대. 거기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랑 관련 있다더라고.”

“그렇게 신기한 게 있어요? 꼭 사술 같은데.”

“그러면 누가 문을 두드린대. 열어 보면 길잡이가 와 있는 거지. 돌아오려면 그 사람을 찾아야 해. 그 사람이 시간을 정해 주는데, 그때까지 못 찾으면 혼을 잃어버리니까 조심하래. 그래도 그 사람도 너무 멀리 가진 않는대. 아,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도 잘 봐 두라고 했어.”

“하는 동안 방해받으면 안 된다면서요?”

“선생이 만일을 위해서래. 길잡이를 못 찾겠으면 그 사람을 건드리고 길잡이를 찾는다고 말하면 된대. 그러면 길잡이한테 데려다준다고.”

아저씨는 원래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어느 날 공사장 일을 마쳤는데, 친구들이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옷을 갈아입기 귀찮아서 그냥 셔츠를 벗고 민소매만 갈아입은 뒤 나갔다.

“내가 노래방에 간 게 오랜만이었거든. 얘기하다 보니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담배 생각이 나더라고. 심심해서 그 층을 어슬렁거리는데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르는 거야. 씨바, 사방이 막힌 공간이잖아. 어쩌면 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다른 층으로 슬쩍 갔더니, 진짜 빈방이 있더라.”

“네? 그런 방을 찾았어요?”

“그럼. 직원도 안 보이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길래 슬쩍 들어갔지.”

“꿈이었다면서요?”

“난 그런 것 같아. 그런데 가방 안에 있던 부적이 없어졌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이 엄청 크고 으리으리했는데, 거길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참 이상해. 아무튼 내가 의식을 했어. 아,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외우고 나니까 좀 허무하더라. 그러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들켰어요?”

“문을 여니까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이 안 나. 그러더니 몇 시에 어디서 만나자고 하더라고. 그 뒤에 내가 좀 놀랐지.”

“놀랐다고요?”

“고개를 돌렸더니 방 안에 사람이 있더라고. 그런데 움직이는 게......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사람 같긴 한데 아주 이상했어. 그래서 방에서 나왔지. 처음엔 사람들이 못 본다는 걸 몰랐어. (아저씨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안 보였다고요? 그럼 아저씨 뭐 하셨어요?”

“뭔 소리야, 인마. 근데 내가 사람한테 닿으면 보이는 것 같더라고. 물건을 잡는 느낌은 이상했어. 손에 쥘 수가 없더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까 진짜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알겠더라고. 버스를 탔는데 옛날 길이며 간판, 가게가 보였어.”

“버스를 탔다고요?”

“그래. XX 보러 갔지. 빈랑 사 먹다가 알게 된 앤데, 아주 예쁜 처자였어. (여자.) 나중에 결혼하고는 일을 그만뒀지. 빈랑 가게 길 건너편에서 기다렸는데, 한참 있어도 안 보이더라고. 그러다 노래방까지 걸어서 돌아갔어.”

“아깝네요.”

“뭘. 시간이 너무 짧았어. 기차 타고 집에도 한번 가 보고 싶었거든. 돌아가는 길에 그 생각을 했지. 하하.”

나는 아저씨가 남은 맥주를 다 마시는 걸 봤다.

“그거 알아? 내가 길잡이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진짜로 까먹었지 뭐냐. 그래서 그 큰 방으로 돌아가 호출 버튼을 누르고, 직원한테 사람 찾는 데 데려다 달라고 했어.”

“그래서 그 직원을 만졌어요?”

“그럼. 어깨를 톡 쳤지. 뭘 봐? 친하지도 않은데 등을 만지냐? 아니면 넌 사내놈이 좋아서 손이라도 잡게? (남자.)”

“아, 뭔 소리예요!”

“그러더니 직원이 금방 길잡이한테 데려다줬어! 그 층에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직원은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더라고. 그 선생이 진짜 거짓말한 게 아니었어. 왜 그래? 네 표정이 좀......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했냐?”

“아니에요. 이제 돌아갈까요?”

“그러자. 사실 길잡이 옆에 바로 XX가 있더라고. 너무 반가워서 말을 걸려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거야. 정신을 차려 보니까 원래 있던 방이었어. 친구들이 취했냐고 놀리더라고.”

“정말 신기하네요.”

“그러게. 그 뒤로 마음을 고쳐먹었지. 다음 날 별일도 없어서 남부에 부모님 뵈러 갔어. 싸우지도 않았고. 그 뒤로는 별일 없으면 한 번씩 내려가. 나중에는 빈랑도 끊었지. 하하!”

--

PASS THE STORY ON

이 밤을 함께 읽어요.

XThreadsTelegramWhatsApp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