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대나무의 울음
아래 이야기는 일부 각색되었으며, 비슷한 일이 있더라도 순전히 우연입니다.
어머니가 살던 시골은 논과 대나무숲이 가득한 곳이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아스팔트 도로가 아직 다 깔리지 않았을 때, 일부 구간은 자갈길이었고, 대나무숲을 가로질러 가면 더 빠른 지름길도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아침 수업은 8시에 시작했지만, 어머니는 5시가 좀 넘으면 일어나야 했다. 아침을 먹으려는 게 아니라 과일 따는 일을 도우려는 거였다. 그러고는 7시에 부랴부랴 오빠와 언니, 동생들과 함께 지름길로 학교에 갔다. 가끔은 정말 지각해서 벌을 받기도 했지만, 그 시골에서는 원래 그랬다. 아이들도 일손이었다.
그들이 가장 자주 다니던 지름길에는 대나무숲 사이로 무릎 높이의 돌무더기가 있었다. 시골 민속을 아는 사람이라면 유응공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공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죽응이라고 불렀다.
“죽응공 말이야?”
어머니가 이야기하던 도중, 나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냥 죽응이라니까!”
수류공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알았지만, 죽응이라는 이름은 영 알 수 없었다.
그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죽응은 딱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숲의 대나무들은 대개 높이가 10여 척이나 돼서 하늘을 가렸기에 숲 안은 조금 어둡고 서늘했는데, 죽응 근처의 대나무는 키가 크지 않아 햇빛이 들어왔다.
게다가 그 근처에서는 죽순도 잘 캘 수 있었다.
사람이 묻힌 곳에서 죽순을 캔다니, 듣고 조금 놀랐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이들은 희미하게 빛이 드는 그곳을 보면 대략 절반쯤 왔다는 걸 알았다. 여럿이 함께 다닌 건 나쁜 사람을 피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대나무숲에서는 자잘한 소리가 나서 사실 지나가는 길이 꽤 무서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죽응이 있는 곳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고, 주변도 고요했다.
어쨌든 이상한 곳이라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부모님, 내게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되는 분들은 아이들에게 그곳에 사람이 묻힌 적이 있다고 대놓고 말씀하셨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략 이랬다.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 몇이 있었는데, 아내도 자식도 없었지만 서로 의형제를 맺었다. 나중에 패싸움과 역병이 닥쳤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돈이 없어 서둘러 대충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 신명을 통해 뜻을 나눠 보니 악의는 없었고, 사실상 수호신과 비슷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날마다 지나가도 으스스하지 않았다. 새로 낸 콘크리트 길도 있었지만 너무 더워서 다들 여전히 그 길로 다녔다.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진 뒤로 어머니는 지각할 것 같을 때를 빼면 새로 난 콘크리트 길로 다녔다.
“우리 아빠한테 들었는데, 죽응한테 소원을 빌 수 있대. 그것도 아이들이 비는 소원은 이루어진대.”
집에서 사당을 운영하던 소꿉친구 샤오메이에게 어머니가 들은 말이었다.
“정말이야?” “우리 삼촌이 그러는데, 너희 아빠 맨날 술 마신다며. 또 아무 말이나 하신 거 아냐?”
아슈는 언제나 말이 직설적이었다. 어머니는 샤오메이가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았다.
“진짜라니까. 소원이 정말 이루어진대.” “그냥 바로 빌면 돼?” “아, 향이랑 음식을 준비해서 절을 하고, 근처의 대나무 잎을 주워 먹으로 소원을 써야 해. 다 쓰면 묻는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안 된다는 뜻이고, 소리가 들리면 곧 이루어진다는 뜻이래. 수업 끝나고 같이 갈래?”
어머니는 듣고도 영 이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슈는 너무 이상하다고 대놓고 말했다. 샤오메이는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태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퍼졌다. 샤오메이는 반 친구 세 명을 모았고, 어머니도 조금 가 보고 싶었다. 아슈는 어머니를 붙잡고 말했다. “뭔가 이상해. 옆에서 보기만 해!” “오기 싫으면 괜히 떠들지 마!” 어머니 반의 골목대장 아위가 아슈에게 소리쳤다. 샤오메이는 아위의 사촌 여동생이라서, 아위가 한마디 하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아슈는 어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의식 같은 걸 하면 따라 하지 마. 차라리 소원이 안 이루어지는 게 나아.”
“엄마, 너무 이상하잖아. 누가 판을 짜 놓은 것 같은데?” “아, 시골 애들은 다 순진했지. 그래도 아슈 말이 맞았어.”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 혼나지만 않으면 됐다. 그때 어머니는 역시 집에서 사당을 하는 애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샤오메이는 집에 가서 과자 한 봉지를 가져와 절을 다 하고 나면 다 같이 먹자고 했다. 먹과 향 한 묶음, 지전도 가져왔다.
“대나무 잎을 가져다 다 쓰고 나면 이름도 써야 해. 그래야 죽응이 너희를 어떻게 도와줄지 알지!”
어머니는 물론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소원으로는 늦게 일어나 잠을 좀 푹 자고 싶다고 썼다.
샤오메이는 물건들을 놓고 모두 다 썼는지 확인한 뒤, 아이들을 이끌고 절을 했다.
“죽응, 같은 성을 가진 후손인 저희를 보살펴 주시고, 저희 소원을 이루어 주세요!”
말을 마친 샤오메이는 아이들에게 글씨를 쓴 대나무 잎을 차례로 묻게 했다. 어머니는 그때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대나무숲에서 나는 소리, 자잘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아이가 잎을 묻자 숲 깊숙한 곳에서 분명히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샤오메이는 그 아이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대화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아이도 긴장한 채 사방을 둘러보았다.
“죽응이라는 이름은 소원을 이루어 줄 때 소원을 빈 사람에게 알려 준다는 데서 온 거야!”
샤오메이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을 달랬다. 하지만 가장 기이한 일을 겪은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잎을 묻자 주위의 대화 소리가 멎더니,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아이들이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샤오메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머니를 지나쳐 서둘러 자기 대나무 잎을 묻었다. 울음소리는 점점 또렷해졌고, 어머니는 그 소리가 자신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끝났어. 다들 빨리 가자.”
샤오메이는 서둘러 물건을 챙겼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 겁에 질려 한꺼번에 숲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들은 길목의 토지신 사당에 딸린 정자까지 달렸다.
“샤오메이? 너 때문에 우리 저주받은 거야? 그 울음소리는 뭐야?”
한 아이가 입을 열었고, 모두 샤오메이를 바라보았다. “겁먹지 마. 내 사촌 동생은 나쁜 짓 안 해.” 아위의 목소리로도 아이들은 안심하지 못했다. 어머니 역시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과자 봉지를 뜯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아이 참, 누가 규칙을 안 지켜서 죽응이 슬퍼하잖아. 그 애 소원은 안 이루어질 모양이네.”
모두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꽤 불편했다. 그러고는 다들 흩어졌다. 어머니는 아슈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둘은 더 이상 샤오메이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소원은 이루어졌어?”
“이루어진 것 같아. 누군가는 반에서 일등을 했고, 누군가는 경품에 당첨돼 갖고 싶던 걸 받았고, 도시의 친척이 스테이크를 사 준 애도 있었어.”
나중에 샤오메이가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이사를 가면서, 아버지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상한 건 분명 돈을 갚았는데도 다음 날 집이 텅 비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의식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잇달아 고열에 시달렸고, 어머니도 며칠 동안 열이 심하게 났다. 그제야 죽응에게 소원을 빌었던 일이 알려졌다. 법사가 신명을 모시고 가서 담판을 지은 뒤에야, 당시 아이들이 그들의 양자로 들어가 제사를 지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죽응이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뒤로 오랫동안 중재를 거듭하고 법회까지 마친 뒤, 아이 둘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고 다시는 그곳에 가까이 갈 수 없게 되었다. 남은 아위는 정말로 이름까지 바꿨고, 매달 초하루마다 와서 제사를 지내야 했으니 이 땅을 떠날 수 없는 셈이었다. 당시 부모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법사는 아이에게 수양아버지가 몇 생긴 것이고 그들이 아이를 보살펴 줄 거라며 설득했다. .
“엄마도 제사 지내야 해?”
“그때 엄청 혼났지. 다행히 이름을 안 써서 나는 안 해도 됐어.”
“살을 맞은 거야? 그래서 열이 났어?”
“내 소원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 며칠 동안 정말 비몽사몽했지만 밥은 여전히 먹을 수 있었고, 일찍 일어나 일을 도울 필요도 없었거든.”
-- 입 냄새 없이 상쾌하게 유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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