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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란 가족의 사랑

시브스트비

친애하는 독자여,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 『파레시아, 이빨과 발톱으로 석회화된 뼈에 새긴 이야기들, 진실한 거짓의 혈육의 기록』에서 발췌한 글을 전합니다.

더없이 사랑하는 혈육에게,

네 자매가 너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이토록 뚜렷이 드러난 적은 없었지. 그 아이는 날마다 네 이름으로 두개골 천 개를 바치며, 제 칼로 하나도 빠짐없이 이전 주인의 가죽을 말끔하게 벗겨 낸단다. 이런 사랑의 행위는 우리 셋만이 알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존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존재를 향한 우리의 경애를 입증하는 일이야. 천 개의 세계와 천 개의 종족. 만 개의 세계와 만 개의 종족. 십만 개의 세계와 십만 개의 종족.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기에 생명에게 죽음을 선사하지.

아직 우리가 영원의 바닷속에 살던 시절, 네가 한 번은 우리 고대 혈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 기억나는구나. “미생물 잔해로 이루어진 질척하고 축축한 층을 가로질러, 세균은 세균을 집어삼키지. 시간이 흐르자 그 미세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것들은 우리 원시 조상들의 전장 내벽에 자리 잡았어. 우리의 옛 번식지 위로 우뚝 솟은 검은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을 녹일 수 있도록 말이야. 황은 우리의 뒤집혀 밖으로 드러난 골격 안에 쌓이며 성장을 북돋았고, 우리는 더 큰 생물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지. 키틴질 곤충과 껍데기를 두른 벌레들을. 이것이 바로 생명이 끝없이 휘말리는 무궁한 투쟁의 가장 근본적인 면모야.” 너는 이 투쟁에 생존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우리는 거기에 헌신했지.

영원의 물결 아래에서 우리는 한때 떨어질 줄을 몰랐지. 그 짧고도 얼마 안 되는 세월 동안 바다의 침묵만이 우리의 유일한 벗이었어. 강철의 우리가 우리의 항성을 집어삼킬 때조차 너는 네 첫 번째 진실을 굳게 붙들고 있었지. “형제여, 이 메마른 바위 위에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위대한 목적이 분명 있을 거야.” 나는 아직도 우리가 바위틈과 협곡 사이를 자유로이 헤엄치던 옛날을 꿈꾼단다. 우리 자매와 내가 너를 가라앉은 공동의 동굴 같은 깊은 곳으로 데려갔다고 네 어머니가 꾸짖으시던 일이 기억나니? 해저에 놓인 빙산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며 속 빈 산호들 사이를 쏜살같이 오가던 일은? 우리 자매가 베르글라를 처음 보자마자 그곳에 가 보고 싶다고 꿈꾸던 일을 기억하니? 그 아이는 너무도 어렸고 폭풍의 우리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 베르글라의 중력 우물 안으로 떨어지는 위성들을 집어삼키던 그 사나운 대기의 바람을 말이야. 우리의 영원에도 바로 그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우리는 머나먼 별들 사이에 흩어져 있지만, 서로가 없는 동안 서로를 향한 우리의 사랑은 오히려 더 멀리 뻗어 나간 듯하구나. 궁금하단다. 우주를 반쯤 가로지른 그곳에서도 네 자매의 진실이 들리니? 네가 현실의 무한한 심연을 탐험하는 동안, 그 아이는 뼈에 깃든 비밀을 캐묻고 있어. 그 자체로 생존의 지혜가 아니겠니? 네가 네 수많은 진실과 거짓에 의해 빚어졌듯, 그 아이는 우리의 끝없는 사랑과 전쟁을 통해 자신을 빚어 왔단다. 아르콘들은 틀림없이 우리 모두를 자랑스러워했을 거야. 지금 우리가 어떤 길을 걷든 말이지. 너는 아직도 그들의 죽음을 기리니? 그들의 소리 없는 비명은 내 정신의 깊숙한 곳에 새겨져, 우리가 왕좌를 차지하기까지 걸었던 길을 파내고 있어. 그들은 제 망상과 안락에 눈이 멀어, 우리의 힘을 먹어 치우는 것 말고는 영원한 굶주림을 진전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우리 전장에 살던 고대의 세균과 다름없는 기생충들이었어. 더는 쓸모가 없어지자… 우리는 그들을 집어삼켰지.

사랑을 담아, 너의 기쁜 슬픔의 형제가

진실한 거짓의 혈육은 사려 깊게 형제의 편지를 살피며 찌르르 소리를 냈다. 네 개의 큰턱이 서로 부딪쳐 딱딱거렸다. 그녀는 손바닥을 펼쳐 글을 사악한 불길 속에 담그고는, 뒤틀리는 병색 짙은 화염 사이에서 피 묻은 글자들이 말려들며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궁정의 무리가 그녀의 전당에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바짝 모여들었다. 다른 대삼두관의 글에 몰래 눈 하나, 혹은 네 개를 던져 보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녀는 움푹 들어간 출입구와 창가에 달라붙은 자들을 눈여겨보았다. 사악한 불길이 타오르는 벽등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었다. 교활한 생각을 품었으되, 대담하게 앞으로 나서서 그녀의 측근 집단 안에 제 자리를 요구할 야심은 없는 자들. 감히 그녀의 곁에 머물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자들. 머지않아 앞으로 천 년 동안 그녀의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와 영묘를 관리하게 될 자들. 그녀의 신뢰는 얻어 내야 하는 것이며,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으므로.

측근 집단이 내는 찌르르 소리는 곧 그녀의 막성 기낭을 가로지르며 귀청을 찢는 외침이 되었다. 기낭은 그들 고대 조상의 혈통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녀가 손가락 네 개 달린 손을 높이 들어 말없이 몸짓하자 측근들은 침묵했다. 그녀에게 영원의 기억은 아득했다. 헤아릴 수 없이 오래전 별들을 가로지르는 외로운 항해가 시작된 이래 그들 중 누구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건만, 형제는 여전히 위안을 주는 이야기들에 애틋하게 매달려 있었다. 진실한 거짓의 혈육은 형제의 서신이 타고 남아 연기를 피우는 재를 찌푸린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말려든 글자 하나하나는 바닥에 남은 얼룩에 지나지 않았다. 그 어리석은 자는 존재한 적도 없고 다시는 존재하지도 않을 과거를 끔찍이 아꼈다. 그때 그들은 어렸다. 잘못 생각했고 잘못 이끌렸다. 순진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형제에게 다정한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면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겠지…

더없이 사랑하는 형제에게,

이 전갈이 그대에게 닿을 때 그대가 더없이 기분 좋기를 바라. 어쩌면 새로운 적의 목을 어깨에서 말끔하게 베어 낸 직후일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 궁정의 측근 집단들과 음모를 꾸미는 피홍빛 군단의 그 추악한 배신자를 마침내 처리한 뒤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도살 구덩이의 전당에서 그대의 새로운 투사에게 기름을 부어 축성하며, 아르콘의 뼈 안에 그의 이름을 영원토록 모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느 쪽이든 내가 이런 일들을 어떻게 아는지는 묻지 마, 형제여. 내 거미줄이 그 사이에 놓인 곳들의 아래와 위로 뻗어 있다는 사실을 그대도 잘 알 테니까.

내 자매가 나를 그리워한다는 건 알고 있어. 아침에 눈을 뜨면 내 단상 위에 갓 닦아 윤이 나는 두개골들이 놓여 있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1 그 아이의 사랑은 나를 더없이 영예롭게 하지만, 향할 곳을 잘못 찾은 건 아닐까 걱정이야. 그 아이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아이 위로 드리우는 그림자를 사랑해. 그 아이는 이 그림자 밖으로 일어서서 제 길을 차지해야 해. 아직 어리고, 그 아이의 진실은 완전히 형태를 갖추지 못했지. 말로는 이런 경애를 내게 바치지만, 행동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대야, 형제여.

그 아이가 새기는 뼈와 깎아 내는 두개골은 그대의 성전을 희미하게 흉내 낸 것에 불과해. 나는 희생자들의 쓰러진 시신으로 피라미드를 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런 건 야만스럽고 우둔한 자의 방식이니까. 하지만 내 귀족들 사이에서 그런 행위가 재현되는 것은 보았지. 내 측근 집단의 가장 높은 귀부인들부터 내 먼 혈통에 속한 가장 낮은 영주들까지, 그런 행위가 모두 나를 향한다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그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야. 그들의 간청은 공허해. 숭배와 환희를 얇게 덧씌웠을 뿐이지. 다른 이들은 모두 그대를 대삼두관 중 첫째로 알고 그대의 그림자 아래에서 걷고자 해. 그대가 자신들을 받아들여 주기를 갈망하지. 우리 셋이 그랬듯, 그들도 신의 살을 배불리 먹고 싶어 해.

영원의 기억에 관해서는, 그대가 그 교훈들을 잊지 않았다니 기쁘고, 내 진실도 잊지 않았다니 더욱 기쁘네. “너희 조상들은 집이라 부르던 열수 분출공의 벽에서 황을 핥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파멸할 운명이었다. 온기와 양분을 굳게 붙들면서. 생명이 생존이라 이름 붙이는 그 절박한 본능을. 너희는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 태동하는 설계자와 눈먼 자궁 사이의 끝없는 투쟁 속에서 태어난, 악취 풍기는 변칙. 그녀의 설계에 생긴 실수.” 내 측근 집단의 학자들은 그 구절을 거듭, 거듭, 또 거듭 옮겨 적는 데 온 생애를 바쳤어. 오직 아르콘의 말만을 바탕으로 무한한 의미를 끌어내고 무수한 결론에 도달했지. 진실일까, 거짓일까, 아니면 어쩌면 그 이상의 무엇일까?

우리가 실수라면, 우리 셋은 어떻게 영원의 얼어붙은 황무지를 횡단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 되었다면, 어째서 우리는 생존할 권리를 입증했고 아르콘은 우리 사랑의 자비를 받았을까? 나는 그들의 거짓말하는 혀에서 나 자신의 진실을 가져왔지만, 그것은 내 진실이며 오로지 나만의 진실이야. 이제 그대가 똑같이 할 차례지. 우리의 체계는 종교적 희생과 폭력적인 환희, 봉건적 위계주의가 뒤얽힌 복잡한 것이야. 우리의 방식은 통상적인 도덕관을 따르지도 않고, 어떤 의미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무수한 적들이 우리를 이질적이고 사악하다고 선언했지만, 승리하는 것은 우리뿐이지. 우리는 존재할 권리를 입증했어. 우리가 더 우월해. 우리는 선해.

내 모든 사랑을 담아, 너의 진실한 거짓의 혈육이

그녀는 별 없는 하늘 아래에서 창백한 룬 문자들이 사악한 불길로 타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나하나가 뼈와 키틴과 힘줄로 만든 바늘로 의식 제단의 둥근 표면에 새겨져 있었다. 그녀를 수행하는 귀부인들이 가까이 모여들었고, 커다란 찌르르 소리가 두개골 안의 소리 전달막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진실한 거짓의 혈육에게는 단순한 편지 따위로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형제는 곧잘 고귀한 전통과 고대의 관습을 갑옷처럼 둘렀지만, 그녀는 좀 더 직접적인 접촉을 선호했다. 그녀는 시간 속에 잊힌 기억에서 자신이 정복했던 어느 종족에게 이 아름다운 의식을 배웠다. 전쟁은 수 세기 동안 맹렬하게 이어졌다. 수많은 전쟁 중 하나였다. 그다음 전쟁만큼이나 하찮았다. 그들은 별 사이의 굶주린 공허를 통해 소통할 수 있었고, 진실한 거짓의 혈육이 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항성계 전체에 그녀의 도래를 알렸다. 그런 우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종족을 절멸시키고 그들의 재능을 제 것으로 취했다. 그것이 우주를 향해 그녀 스스로 짊어진 의무였다. 그녀는 거짓 속에서 진실을 베어 내어 모든 것을 알게 될 터였다.

충직한 시녀 둘이 앞으로 나서서 두 갈래로 길게 끌리는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손에 모아 들었다. 무수한 종의 뼈와 이빨이 의례복을 장식하며, 저마다의 죽음에 담긴 진실을 그녀의 의식에 공물로 바쳤다. 생명의 죽음 속에서 힘을 얻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자매는 손을 내려 침묵을 명하며 불타는 룬 문자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룬 문자들은 그녀의 주위에서 솟구치고 소용돌이치며 그 몸을 탐욕스럽게 핥았다. 그녀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원을 장식한 룬 명문 곳곳에 바이러스성 상징 체계로 응축된 그녀의 전언이 비명을 지르며 틈새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곳에서 전언은 틀림없이 수신자에게 스스로 찾아갈 터였다…

더없이 사랑하는 자매에게,

십만 년이라는 세월은 네 음흉한 본성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는 데에만 쓰였구나. 한때 네가 우리 아버지께서 총애하시던 딸이었다 한들, 내가 우리 형제의 통치에 대한 반항을 조금이라도 용납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지금 우리 형제는 우리의 이름에 공공연히 반기를 든 엔카마인 군주가 일으킨 군대와 싸우느라 여념이 없고, 그가 새로이 거둔 투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 함대와의 교전을 거부하는 적을 상대로 출정하고 있다. 네 이름으로 두개골 천 개를 바쳤거늘, 네가 내게 이렇게 보답하는구나! 내 심문관들이 최근의 이단 행위에 네 발톱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단 한 조각이라도 찾아낸다면, 내가 직접 네 살아 있는 시체에서 키틴을 도려내어 우리 형제를 위한 영광스러운 판금 갑옷으로 벼려 내겠다! 네 배신으로 가득한 머리를 취하겠다! 네 온 가솔의 피와 살점으로 장식한 왕좌에 그 머리를 꿰어 놓겠다. 네 죽음을 만끽하겠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니!

죽음인 사랑을 위하여, 너의 자매, 사랑의 전쟁을 베푸는 이

의식의 원들에서 빛나던 잔불이 사그라진 재와 불탄 키틴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말이 일만 파섹의 거리를 건너도록 일만 영혼이 불탔다. 그녀의 눈에 그토록 하찮은 공물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바쳐진 무수한 희생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마치 아직 어린 새끼였던 시절 포에버의 암모니아 바닷가에서 그랬듯, 현실이라는 천 위로 조약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뜬 것과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말을 자매의 통곡하는 보루 심장부로 쏘아 보냈다. 친애하는 독자여, 그녀가 행한 것은 배신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그리고 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어린 여동생아.”

글

Cyvstvi

각주

1. 그녀에게 이런 헌신을 그만두라고 전해도 좋다. 내 자식들에게도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을 기릴 공간이 필요하며, 내 영묘 안에서 자매의 선물로 장식할 만한 자리도 빠르게 동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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