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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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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가가린은 우주에 진입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의 업적은 거의 모든 사람이 아는 듯하고, 이 소련 우주비행사의 이름은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발을 디딘 최초의 사람이었다. 어쩌면 훨씬 더 위대한 업적일 이 이정표가 미국을 우주 경쟁의 승자로 굳혀 놓았을 것이다. 가가린과 마찬가지로, 이 미국 우주비행사 역시 인류의 집단의식 속에 영원히 기억될 운명이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날 특허청으로 달려갔음에도, 전화기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는 사람은 일라이샤 그레이가 아니다. 그 주인공은 특허를 먼저 승인받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모든 것의 최초를 기억한다. 최초로 우주에 간 사람, 최초로 달에 간 사람,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 그런 것들. 모든 최초의 인물은 자신의 전설을 완성하는 날 더 이상 한 인간이 아니게 된다. 신화가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지위는 빼앗길 수 없다. 두 번 다시 되풀이될 수도 없다. 무언가를 두 번째로 해낸 사람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전화기의 두 번째 발명자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내의를 입기 시작한다. 먼저 운동복 바지와 상의를 입고, 그다음에는 환기와 냉각 장치가 내장된 특수 제작 전신복을 입는다. 배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저귀는 이미 차고 있다. 안 차는 것보다는 차는 게 언제나 낫다. 만일을 위해서.

내가 몸을 밀어 넣는 이 옷은 우주처럼 통상적인 냉각 방식이 통하지 않는 환경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다. 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옷 안쪽에는 물이 채워진 관들이 배치되어 착용자의 몸을 식혀 준다. 아울러 날숨으로 생길 수 있는 습기를 배출하도록 작은 환기구도 내장되어 있다.

그 먼 옛날에는 이 일이 얼마나 더 어려웠을까. 그 사람들은 이런 옷을 처음 입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 운명적인 업적을 이루기 직전에 입었을 때는 어땠을까?

불안했을까? 들떴을까? 두려웠을까? 경이로웠을까? 그 모든 감정에 그 이상의 것까지 있었겠지만, 거기에는 누구도 겪어 본 적 없는 무언가가 결부되어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상상할 수는 없고, 오직 직접 느낄 수만 있는 무언가. 사상 처음으로 일어나는 무언가. 이전의 누구도 당신과 같은 위치에 서 본 적이 없다. 최초라는 위치에. 이후의 누구도 자신이 최초였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당신과 바로 그 순간만이 있다.

우주에 두 번째로 간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앨런 셰퍼드다. 그래, 그 정도는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는? 네 번째는? 다섯 번째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일은 더 이상 그토록 놀랍지 않게 되고, 또 한 번 일어난 일에 그친다. 어느 순간부터는 몇 번째인지 세는 것도 그만둔다. 그래도 최초는 기억한다. 825번째를 누가 기억하겠는가?

달에 두 번째로 발을 디딘 사람은 어떤가? 버즈 올드린, 맞다. 어렸을 때 나는 우주에 완전히 푹 빠져 있었다. 달 착륙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올드린도 마땅한 공로를 인정받게 해 주곤 했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발을 디딘 최초의 사람이야” 대신, 꼭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에 착륙한 최초의 사람들이야”라고 말했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인생은 참가만 해도 트로피를 주는 게 아니다. 실제로 동시에 착륙했을지는 몰라도, 최초로 밖에 발을 내디딘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그 사람의 이름은 불멸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인류가 이룬 성취의 바탕 자체에 새겨져 있다. 달 표면에 두 번째로 발을 디딘 사람의 중요성은 우주에 825번째로 간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머리에 모자를 쓴 뒤, 부피가 큰 흰 우주복의 하반신 부분을 입는다. 그런 다음 힘들이지 않고 공중에 떠서 상반신 부분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장갑까지 모든 부분을 서로 연결한다. 이 거대한 우주복은 상상하는 것만큼 무겁지 않다. 어쨌든 중력이 없으니까. 헬멧이 마지막 부품이다. 머리 위로 헬멧을 끼우자 나와 주변을 가르는 장벽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사실상 온몸을 감싸는 장갑 속에 갇힌 셈이다.

전에도 다 해 본 일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평생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다. 역사의 대부분 동안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인류의 역사만이 아니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이 모든 것은 상상의 영역 밖에 있었을 것이다.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이론을 세우는 사람들은 이미 있었지만, 실물과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위대한 성취조차 이제는 흔해 빠진 물건이다. 825. 씨발, 웃기지도 않는다.

자라면서 나는 나만의 최초에 도달할 때까지 그저 문제를 뒤로 미루면 된다고 생각했다. 조각들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처럼. 대학은 수월하게 마쳤다.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나 자신을 단련했다. 이제 여기까지 왔고, 이토록 공허했던 적은 없다.

나는 살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다. 솔직히 별 관심이 없다.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다. 살아야 할 목적도 없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 꽤 이상한 일인데, 여기 다섯 번째로 올라오고서야 그걸 깨달았다. 다만 이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 모든 걸 해 놓고 고작 역사책의 각주가 되는 건 싫다. 고작 백 개쯤 되는 문단으로 이루어진 위키백과 페이지 하나를 갖는 것도 싫다. 직접 세어 봤지만 문단 수는 종종 달라진다. 나는 역사의 행진에 깔려 뭉개질 개미 따위가 아니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우주를 항해하게 되면, 825번째와 십억 번째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등 뒤에서 에어록이 닫히고 공기가 빠져나간다. 문이 열리며 깊은 우주가 펼쳐진다. 영원히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공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체가 흩어져 있는 헤아릴 수 없는 공간. 나의 첫 우주 유영은 아니다.

우주에서 최초로 죽은 사람들은 소유스 11의 소련 우주비행사 세 명이었다. 게오르기 도브로볼스키. 빅토르 파차예프. 블라디슬라프 볼코프. 그들은 사상 최초의 우주정거장인 살류트 1에 전원 탑승해 그 안에서 총 스물두 날을 보냈다. 지구로 돌아오는 도중, 그들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는데 밸브 하나가 손상되고 말았다. 그들은 일 분도 안 되어 질식으로 숨졌다. 시신은 착륙 후 수습되었다.

승무원들은 우주와 지구의 경계인 카르만선에서 68킬로미터 위에서 사망했다. 따라서 그들은 우주에서 죽은 최초의 사람들이 되었다. 밸브가 실제 고장 난 지점보다 68킬로미터 아래에서 고장 났더라면. 카르만선 아래에서 고장 났더라면. 그랬다면 우주에서의 첫 죽음은 아직 차지할 수 있는 자리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적응력만큼은 있다. 나는 수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패널 쪽으로 기어간다. 안전줄은 아까 잘라 놓았는데도 내 몸에 매달려 있다. 내가 정말 떠내려간다면 그저 나와 함께 부드럽게 빠져나갈 것 같다. 지금은 아직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걱정 마라,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우주에 발을 들인 모든 사람은 가가린을 떠올렸다. 달에 발을 디딘 모든 사람은 암스트롱을 떠올렸다. 영원히 그렇게 될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을 넘어선 사람들. 우리 종의 미래와 동의어가 된 사람들. 잊는 것이 불가능할 사람들.

질소를 조절해 짧게 분사하며, 수리하는 척했던 패널에서 몸을 날린다. 내가 안전줄을 망가뜨려 놓은 다른 우주비행사를 향해 몸을 날린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추진기까지 손상시켜 놓은 그를 향해. 장비를 더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건 그의 초보적인 실수다.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나는 모든 우주비행사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것이다. 우주 유영을 할 때마다, 심리 평가를 받을 때마다. 내 이름은 영원히 알려질 것이다. 내 업적은 나만의 것, 오직 나만의 것일 것이다. 나는 여기 남을 것이다. 인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로. 그들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모두가 알 것이다.

우주에서 최초로 벌어진 살인 후 자살을 기억하지 못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저자: pookap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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