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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움직인 사랑

태양은 다른 도리가 없어, 새로울 것 없는 것들 위로 빛났다. (923단어.)

Paradiso.
Paradiso.

천국편.

exotichive

레벨 78의 바깥은 낮이면서도 낮이 아니며, 갑판에서 올려다보면 저기 세계 위에서 생각에 잠긴 채 우뚝 솟아 타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다. 연약하고 짧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존재가 창백하게 세상에 드러나 있는 이 시기에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세계. 하지만 그 세계를 지켜보는 것.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

그리고 태양은 지켜본다.

어리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태양은 발아래의 세계를 아직 어떻게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질문처럼 느낀다. 기쁨은 이름도 없이 그에게 찾아왔다. 알지 못함을, 세계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는 그 아름답고 끔찍한 상태를 연료 삼은 때 이른 행복이었다. 세계가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를. 태양은 두려움도 후회도 없이 공전하며, 호기심 속에서 언제나 묻는다. 이 세계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그 깊은 곳에는 또 무엇이 숨어 있을까?

그가 묻고, 세계는 대답하지 않는다.

원동천이 등장한다.

원동천,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들 가운데 최초의 존재, 다른 모든 회전을 가능하게 하는 태고의 회전. 위대한 것들이 흔히 그렇듯, 그는 예고도 없이 그저 그곳에 있다. 그리고 원동천은 태양이 세계 둘레를 돌도록 이끈다. 어쩌면 언제나 그랬고, 태양이 이제야 자신의 공전 뒤에 있는 손길을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별들 사이의 어둠을 두려워하던 태양은 더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원동천의 보살핌을 통해서였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참을성 있고 말없는 보살핌.

태양은 자신의 어린 공전이 깊은 밤을 지날 때면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사실일까? 자신 같은 태양은 결코 원동천처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결코 그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결코 그처럼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결코? 정말 사실일까?

원동천은 안심시킨다. 그가 안심시키는 방식이 언제나 말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태양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둘레를 조용히 공전하게 하는 원동천의 중력. 원동천은 말한다. 태양이 좀 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업적을 하늘에 꿰뚫어 새기게 되리라고. 세계가 외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빛나게 되리라고. 태양은 이 말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이미 그렇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

그때 둘은 세계를 가로질러 떠돌았다. 각자 따로 공전하면서도 함께였다. 태양은 원동천의 곁에서 세계를 보는 법을 배웠고, 그곳에서 보는 세계는 달랐다. 더 충만하고, 더 바라볼 가치가 있었다. 원동천은 태양에게 밝게 빛나는 법을 가르쳤다. 세계 앞에서 자신의 빛을 가린 것을 벗겨 내고, 어둠에 그 빛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법을. 타오르는 것을 사과하지 않는 법을.

그러면 세계는 어땠는가? 세계는 그의 빛을 받았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듯, 완벽한 무관심으로 받아들였다. 태양은 그저 수많은 태양 가운데 또 하나일 따름이며, 세계는 이를 알고 있고, 그렇지 않은 척하지도 않는다. 그의 보잘것없는 끈기는 그 자신과 원동천에게만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제나 충분했는데, 태양만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존재가 되겠다는 고집을 놓지 않는 태양은 원동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천천히 자라 자신의 빛에 걸맞게 된다. 짧은 순간들이나마, 어쩌면 세계도 언젠가는 올려다볼지 모른다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 태양은 원동천을 저주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타오르며 내뿜는 이기적인 열기 속에서 태양은 원동천을 바라보며 경멸할 거리를 찾아낸다. 태양이 원동천을 저주해도 원동천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이끌어 주던 손길을 거두지도 않는다. 원동천은 여전히 사랑한다. 원동천이 하는 일을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다면, 그런 단어가 충분히 작거나 충분히 크다면. 태양은 원동천을 미워할 수 있다. 원동천은 결코 태양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없는 이 차원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세계, 태양, 원동천.

세계, 태양, 원동천.

세계, 태양, 원동천.

세계, 태양, 원동천.

세계, 태양.

세계와 태양.

운명의 그 공전에서, 원동천의 불꽃들이 사라졌다.

마지막 광채와 함께, 극적인 최후의 빛과 함께였는가? 아니다. 마치 모든 천구 너머의 천구가 그저 더는 회전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듯, 마치 그가 마지막으로 그것을 움직이고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듯했다. 그는 그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태양은 멈출 장치도 지침도 없었기에 계속 공전했다. 태양이 달리 무엇을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는 무엇의 둘레를? 태양은 무엇의 둘레를 공전하는가? 무엇의 둘레를?!

원동천이 없다면 태양의 삶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그의 인도가 있던 자리에 놓인 침묵. 태양이 소리쳐 부르면 그 부름은 달라진 것 없이 그에게 돌아온다. 응답받지 못하고, 충족되지 못하고, 인도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채로. 원동천이 빛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기에 그는 빛나지만, 애초에 그 빛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이제 누가 그 빛을 받는가?! 태양은 타오르는 법을 잊는 방법을 모른다. 타오르는 것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무관심한 어둠 속으로 타오르는 것, 원동천이 보여 주었던 그대로.

세계는 무관심하다. 세계는 슬퍼하는 태양에게 해결도, 사면도, 한 줌의 연민도 주지 않는다. 세계는 전에도 태양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계는 앞으로도 그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이것이 세계의 본성이며 태양은 언제나 그것을 알고 있었고, 원동천도 언제나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안다는 것으로는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태양은 공전한다.

그런데도 태양은 공전한다.

그런데도 태양은 공전한다!

원동천이 있던 자리에서, 태양은 가장 오래 머문다. 그는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머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태양이 잊으려 애쓸 때조차 궤도는 원동천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기억한다.

세계와 태양.

세계, 태양.

세계, 태양.

세계.

글

exoti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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