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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내 서재 0

마닐라 방

제2장 | 주요 레벨 411페이지

레벨 0의 비극

The_Backrooms_-_Digitally_Rendered.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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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엔티티가 들끓고, 환경이 가혹하며, 출구가 드문 백룸의 위험한 레벨들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레벨들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한 레벨 0은 해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레벨 중 하나다. 지구에서는 매년 약 50,000명이 실종된다. 그중 20,000명은 불운하게도 현실의 경계 밖으로 떨어져 백룸의 첫 번째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을 기다리는 위험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새로 온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노란 복도를 필사적으로 헤매며, 존재하지 않는 지구로 돌아갈 길을 찾다가 레벨 1에 도달하기도 전에 탈수로 쓰러지거나 희망을 완전히 잃고 죽어 간다.

지구에서 온 사람들 중 전초기지나 공동체에 도달할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의 수와 해당 장소의 위험도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약 60-70%의 사람들이 끝내 탈출하지 못한 채 레벨 0에서 사망한다. 이는 한 해에 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더 끔찍한 것은 우리가 그들을 도울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고립 효과 때문에 이 레벨 안에서는 누구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있어도 서로를 보거나 대화할 수 없다. 레벨 0에 있을 때는 오직 혼자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레벨 0을 탈출하고 나면, 이제 여러분이 도울 수 있다! 레벨 1이나 레벨 2, 혹은 그 이후의 레벨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발견하면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건네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안내해 주자. 힘을 합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메리 미첼의 증언, 1951년 5월 7일

내 몸과 무거운 등산 가방의 무게 때문에, 축축한 카펫을 한 걸음 밟을 때마다 카펫에서 짜인 액체가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래도 가방에 모든 물건을 담을 수는 없어서 천장 타일 하나는 옆에서 끌고 갔고, 카메라는 목에 건 끈에 매달려 흔들렸다.

이 노란 복도에 온 것은 십육 년도 더 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던 때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그 끔찍한 경험을 겪었을 때였다…… 어린 소녀였던 나는 강가의 바위들을 폴짝폴짝 건너뛰고 있었는데, 바위 하나가 조류로 뒤덮여 있어 미끄러지고 말았다.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대신, 나는 그 끔찍한 노란 카펫에 세게 부딪혔다.

나는 다른 사람을 찾으려고 몇 시간이나 헤맸다. 고립 효과 때문에 그 노력이 헛수고라는 사실도 모른 채.

출구는 꽤 빨리 찾았지만, 그 너머에서 나를 맞이한 것은 나를 잡아먹으려는 괴물들이 가득한 콘크리트 복도였다. 그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출구를 찾는 일은 결국 운에 달려 있다. 이번에는 등에 짊어진 보급품의 무게에 짓눌리고 전등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시달리며 사흘째 걷고 있었지만, 아직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지구에서 온 사람이 이곳에 떨어져 지금까지 나가지 못했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음식과 물을 챙겨 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지 생각하면 속이 메스껍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내가 무언가 할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런 생각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 내가 왜 임무를 맡아 노란 지옥으로 돌아왔는지 기억해야 한다.

나는 다른 생존자들과 한 팀이 되어, 이 세계들을 보금자리로 삼은 사람들에게 배움과 즐거움을 줄 새로운 박물관을 짓고 있다2. 백룸에 관한 박물관인데 가장 상징적인 세계의 유물이 없다면 이상할 것이다. 나는 천장과 바닥, 전등과 벽의 조각들을 모아 등산 가방에 담았고, 그것들을 박물관으로 운반하는 중이었다.

멀리서 빛을 내며 깜빡이는 벽을 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을 빠져나갈 출구였다. 벽으로 다가가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린 남자아이가 우는 소리였다. 그럴 수는 없었다. 노란 지옥에서는 누구도 서로를 만날 수 없어야 했다.

빛나는 벽에 가까이 갈수록 울음소리가 커졌다. 또 이상한 것이 있었다. 노란색 사이로 갈색 벽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마닐라지로 꾸며 놓은 듯했다. 한가운데에는 나무 문 하나가 보란 듯이 열린 채 버티고 있었다.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여 심장이 마구 뛰었다. 분명 이 세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역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에 새로운 지식을 전하려면 이곳을 조사해야 했다.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랐지만, 한 손은 총에, 다른 손은 카메라에 얹은 채 준비를 마쳤다.

나는 문 너머로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render of the manila room with a table inside
render of the manila room with a table inside

나는 안에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똑같이 마닐라지로 덮인 벽과 나무 마룻바닥, 팔각형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있는 커다란 정사각형 방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눈에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어린 남자아이로 보이는 존재가 벽에 기대 웅크린 채 풀이 죽어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아이는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목소리를 높여 다시 한번 물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풀이 죽은 채 그대로 있었다.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깜짝 놀라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짜내 환호하기 시작했다. 내게 걸어오던 아이는 내가 총을 겨누자 두 손을 들고 뒤로 물러섰다.

자세히 살펴보니 적대적인 엔티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 총을 내렸다. 말을 걸어 보았지만 아이는 내가 모르는 언어를 썼다. 아몬드 워터가 든 병들을 건네자 아이는 허겁지겁 마셨다. 나는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려는 마음으로 손을 잡았지만, 갈색 방을 나서자마자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경악했다.

나는 아이를 찾으려고 노란 방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마닐라 벽지가 있는 방으로 돌아가 문밖에 서자, 아이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공포에 질린 채 방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 여기 있어!” 내가 소리쳤지만, 아이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는 공포에서 벗어나 기뻐하며 내게 달려왔다.

그제야 나는 고립 효과가 노란 복도의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존 등급 0

자원: 5/5 마실 수 있는 액체 없음

출구: 0/5 탈출 보장

환경: 0/5 환경적 위험 없음

엔티티: 0/5 적대적 엔티티 없음

마닐라 방은 레벨 0에 있는 작고 찾기 어려운 방으로, 이 레벨을 통과하는 방랑자들이 만나는 지점이자 이제 막 노클립해 들어온 방랑자들이 레벨 1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An image of The Manila Room.
An image of The Manila Room.

마닐라 방의 사진.

설명

마닐라 방은 레벨 0 안에 있는,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가로 여덟 미터, 세로 여덟 미터의 독립된 방이다. 마닐라지를 연상시키는 벽지의 독특한 베이지색에서 이름을 따왔다. 나무 마룻바닥이 깔려 있으며, 팔각형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고, 각 벽에는 나무 출입문이 하나씩 있다. 음식이나 물은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탁자 위에는 백룸에 관한 정보와 노클립 안내가 담긴 쪽지들이 놓여 있어, 레벨 0을 탈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탁자 아래에는 수납장도 몇 개 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다른 곳에서 가져온 음식과 물, 백룸에 관한 추가 문서들이 들어 있다.

An image of the walls of the Manila Room
An image of the walls of the Manila Room

마닐라 방의 벽 사진

마닐라 방 가까이 다가가면 레벨 0의 고립 효과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방 안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마닐라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이 같은 지점으로 마닐라 방에 들어오면, 둘 중 하나가 움직일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레벨 0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고, 편안한 피아노 음악이 들린다. 이 음악은 마닐라 방의 지붕과 벽에서 흘러나오는 듯하며3, 며칠 동안 레벨 0의 웅웅거리고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이 하위 레벨에 들어온 모든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레벨 0의 구조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끊임없이 변하며, 마닐라 방의 위치도 레벨 0의 다른 모든 방과 함께 이동한다. 하지만 마닐라 방의 내부는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 마닐라 방의 가구, 벽, 천장, 바닥에 생긴 손상은 직접 관찰하지 않으면 몇 주에 걸쳐 복구된다.

역사

마닐라 방이 현재의 형태로 처음 나타난 것은 1950년으로, 레벨 0이 형광등을 갖춘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된 해와 같다4. 기록이 부족하여 그 이전의 역사는 불확실하다.

메리 미첼이 마닐라 방에는 고립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백룸 생존자들이 설립한 I.M.B.H.5는 신속히 마닐라 방에 종이 문서를 비치했다. 열두 개 언어로 작성된 문서에는 백룸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담겨 있었으며, 여러 주제 가운데 특히 노클립, 가장 흔하고 위험한 엔티티에 관한 현장 안내, 주요 레벨에 관한 안내를 다루었다. 많은 사람이 이 문서들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까지 도달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문서들을 수시로 가져갔기 때문에, I.M.B.H.는 문서를 보충하려고 정기적으로 마닐라 방에 사람들을 다시 보내야 했다. I.M.B.H.의 거점인 레벨 216과 마닐라 방 사이를 오가는 여정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위험한 도보 이동이다. 그 경로는 아래에 시각화되어 있다.

Route used by the I.M.B.H. to travel between the Manila Room and Level 216.
Route used by the I.M.B.H. to travel between the Manila Room and Level 216.

I.M.B.H.가 마닐라 방과 레벨 216 사이를 오갈 때 이용한 경로.

I.M.B.H. 내부의 많은 사람은 이 방법으로 사망을 막을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이 활동을 이끌던 메리는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메리 미첼의 증언, 1951년 8월 30일

나는 기다리며 허브의 어슴푸레한 복도를 응시했다. 이 황량한 오아시스에서 내 곁을 지켜 주는 것은 쓸쓸한 초록색 출구 표지판들뿐이었다. 조명은 단단한 콘크리트 벽과 텅 빈 아스팔트 도로 위로 노란빛을 흩뿌렸다.

박물관 안내 데스크를 맡을 차례가 나에게 돌아왔다. 출입문은 자동으로 잠겼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다가 레벨 열쇠로 문을 열어 방문객을 들여보내야 했다. 하지만 백룸에는 사람이 워낙 드물어 방문객을 보기란 흔치 않았다. 서류 작업을 하지 않을 때면 나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맞은편 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나는 얼마 전 마닐라 방에 다녀온 여정을 떠올렸다. 노란 황무지에서 버틸 만큼 물자를 가득 실은 화물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며칠을 버텼다. 죽을 고비도 두 번 넘겼다. 한 번은 바닥없는 구덩이에 굴러떨어질 뻔했고, 또 한 번은 급한 모퉁이를 돌다가 붉은 방으로 들어갈 뻔했다. 그 여정이 결국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를 바란다. 운 좋게 마닐라 방을 찾아낸 사람들에게 그 문서들이 생명줄이 되어 주리라고 나는 낙관한다.

저 멀리서 어두운 형체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나는 공상에서 깨어났다. 그가 밝은 곳으로 들어서자 온몸이 멍투성이라는 게 보였다. 그는 커다란 배낭을 등에 메고 왼손에 칼을 든 채 절뚝거리고 있었다.

방문객마다 늘 하던 인사말을 건넬 준비를 하고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그는 그 자리에 굳어 서더니, 여기가 그 종이에 적혀 있던 박물관이냐고 물었다. 나는 숨을 들이켜며 두 손으로 탁자를 짚고 벌떡 일어났다. "네, 맞아요. 어서 오세요." 나는 반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탁자를 향해 달려오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해냈어… 해냈어…"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나는 그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여기까지 온 자신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해도 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문서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말했다. "…그 문서들이 없었다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사람들은 가끔 왜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마닐라 방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늘 이렇게 답한다. "구조된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나면, 그때 느끼는 감정만으로도 무엇이든 감수할 가치가 있어요."

그 뒤 십 년 동안 백룸의 인구가 늘고 교역로가 발달하면서 I.M.B.H.는 석유6를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그 거리를 이동할 때 자전거 대신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메리 미첼의 증언, 1965년 6월 9일

우마르는 거주 가능 구역에서 자원을 모으던 중, 찢어진 옷가지와 살점이 깨끗이 발라진 금 간 뼈, 붉게 물든 배낭이 썩는 냄새를 풍기며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엔티티 습격의 희생자였다… 나는 이런 모습을 너무 자주 본다. 그때마다 적막 속에 메아리치는 그들의 공허한 비명이 들려온다.

그는 배낭을 뒤지다가 마닐라 방에서 가져온 서류철을 발견했다. 종이 몇 장은 정보를 줄 수 있지만, 먹을 것을 주지는 못한다. 며칠을 걸어 굶주리고 지친 사람에게는 장기적인 이점이 아무 의미도 없다.

백룸의 잔혹함을 끝내야 한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

1965년부터 메리 미첼은 식량과 물, 의료용품, 무기를 가방에 가득 담아 정기적으로 마닐라 방을 찾았다. 그녀는 며칠씩 방에 머무르며 지구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내기를 기다렸다. 그들의 갈증을 풀어 주고, 장비를 제공하고, 살아남는 법을 알려 주었다. 그들 대부분은 나중에 다른 레벨들을 무사히 여행할 수 있었다. 물자가 떨어지면 그녀는 보급품을 다시 채우러 레벨 216으로 돌아갔다.

1970년까지 그녀는 이백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남을 돕기 위해 애쓴 덕분에 백룸의 여러 공동체에 널리 알려졌고, ‘마닐라 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녀에게 보급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며, 다른 이들도 그녀와 함께 마닐라 방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활동에 영감을 받은 백룸의 다른 사람들은 여러 레벨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돕거나, 환자를 돌보거나, 레벨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등 다양한 목적의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데일리 룸스

끝없는 방, 끝없는 소식

마닐라 메리 사망

Manila Mary in 1969 with one of the people she rescued.
Manila Mary in 1969 with one of the people she rescued.

1969년, 자신이 구조한 사람 중 한 명과 함께 있는 마닐라 메리.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마닐라’ 메리 미첼이 1973년 4월 24일 레벨 1에서 46세의 나이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오토바이는 벽에 충돌해 부서져 있었으며, 유해는 주변 일대에 흩어져 있었다.

오늘은 백룸에 슬픈 날입니다. 메리 미첼의 친구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녀는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친절하고 이타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I.M.B.H. 소속 우마르 하루나

그녀는 석 달 전 실종된 것으로 발표되었으며, 정기적으로 다니던 마닐라 방으로 떠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엔티티에게 쫓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엔티티를 따돌리려다 빠른 속도로 벽에 충돌해 그 충격으로 사망했거나, 충돌 직후 엔티티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프런트룸 출신으로 훗날 I.M.B.H.의 창립 구성원이 된 마닐라 메리는 레벨 0에 갇힌 사람들을 돕는 데 헌신했으며, 수많은 기부자 및 자원봉사자와 함께 수백 명을 구조했다. 그녀의 유해는 그동안 세상을 떠난 다른 동료들 곁에 안장하기 위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백룸을 여행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메리는 그 위험을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도 그녀가 구할 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백룸은 살아가기 혹독한 곳입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레벨들을 여행하며 길 잃은 사람들을 구조하고, 엔티티를 연구하고,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는 이들이 모두의 삶을 더 낫게 만듭니다. I.M.B.H. 소속 우마르 하루나

I.M.B.H.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마닐라 메리가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마닐라 방에 계속 물자를 보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 니파이 밀러, 편집: 민 첸.

1

메리가 죽자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도 목숨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 또한 많은 기부자들이 마닐라 방에 물자를 보충하는 일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 자원을 다른 활동에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은지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백룸에서 식량과 물은 매우 귀했으며, 여러 집단 사이에서 계속되는 각종 분쟁으로 이러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웠다.

몇 달 뒤, 대중의 의문 제기에 따라 가브리엘 트레브는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I.M.B.H.에는 마닐라 방에 식량과 아몬드 워터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자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1973년에는 하루 평균 세 명이 먹고 마실 것을 절박하게 찾아 마닐라 방에 도착했으므로 보급품은 금세 바닥나곤 했다. 마닐라 방에 도달하려면 레벨 0을 평균 750킬로미터 가로질러야 하는 데다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오토바이7에 실을 수 있는 보급품은 몇 킬로그램에 불과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려면 너무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여정 중에 식량과 물의 약 50%를 소비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닐라 방은 수십 년 동안 버려진 채로 남았다. 접근하기 어려운 탓에 어느 집단도 그곳에 자리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2010년대에 등장한, 백룸 탐사를 주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집단인 주요 탐사자 그룹은 과거 I.M.B.H.가 그랬듯 마닐라 방에 간헐적으로 안내 문서를 비치했지만,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일은 여전히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2017년, 백넷에서 잘 알려진 I.M.B.H. 직원 피닉스 케이시는 소셜 미디어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담은 글을 올렸다.

phoenix_casey_logo.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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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케이시 2017년 3월 1일 아들의 고등학교 경계지리학 교과서에서 레벨 0에 관한 내용을 봤습니다. 레벨 0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것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적혀 있더군요.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까요?

수십 년 전, I.M.B.H.의 위대한 영웅 마닐라 메리는 마닐라 방에 머무르며 자신을 찾아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물과 조언, 보급품을 제공하여 레벨 0에서 수백 명을 구했습니다.

메리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자원이 훨씬 부족했지만, 지금은 백룸 곳곳에 식량과 물8, 그 밖의 보급품이 남아도는 기지가 많습니다.

메리가 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는 왜 할 수 없겠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마닐라 메리 재단의 설립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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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마닐라 방을 찾아가 백룸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명한 문서와 아몬드 워터 병, 수천 명이 버티는 데 필요한 물자를 비치할 것입니다.

물론 이 보급품들은 바닥날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적대적인 집단이 많으니, 사악한 자들이 방비가 허술한 이 방을 훼손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가 충분하다면 정기적으로 물자를 채우고 수리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몇 대 있으면 마닐라 방을 오가는 일은 어렵지 않으며, 보급품은 레벨 1 곳곳의 여러 기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데 동참하는 방법 manila-mary-foundation.org에서 자원봉사자로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

기부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manila-mary-foundation.org에서 확인하세요 💗

I.M.B.H.의 안전은 1950년 다자간 평화 협정에 따라 여러 집단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마닐라 메리 재단도 비슷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단에 보호 지위를 부여하는 협정을 지지하신다면 아래 청원에 서명해 주세요: manila-mary-foundation.org/protect-the-foundation

피닉스 케이시가 마닐라 메리 재단을 설립했고, 청원이 20,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자 이 단체를 보호하기 위해 백룸의 여러 집단9 사이에 2018년 다자간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첫해에는 자원봉사자 10명이 합류해 오토바이가 끄는 수레로 기부받은 보급품을 운반하며 마닐라 방의 물자를 채웠다. 이 과정은 여전히 대단히 비효율적이었지만10, 자원봉사자들의 의지는 더 많은 사람이 재단에 합류하도록 이끌었다. 마침내 수많은 자원봉사자 덕분에 방에 끊임없이 물자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방에 함정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곧바로 제거되었다.

블루 젤 배터리가 발명된 뒤, 전기 모페드 여러 대가 마닐라 메리 재단에 기증되었다11. 이 모페드는 3일 동안 연속으로 주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의 전력이 다하면 레벨 0과 레벨 1 곳곳에 있는 각종 전기 콘센트나 전구 소켓으로 손쉽게 충전할 수 있다. 덕분에 활동 효율이 크게 높아졌으며, 많은 자원봉사자가 식량과 물 외에도 호신용 물총 같은 다른 장비를 함께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다리를 물어뜯어 잘라낸 개체에게서 간신히 도망쳤습니다. 노클립으로 새로운 레벨에 들어갔지만, 걸을 수 없으니 탈출할 방법도 없어 죽도록 내버려진 처지였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낯선 사람이 나를 발견하고 그 레벨에서 구해 주었습니다.

탐사 도중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이 있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 덕분에 살아 있으니, 그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리 하나를 잃었으니 새로운 레벨을 탐험하던 시절은 끝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데는 다리 하나가 없어도 되니까, 2023년에 재단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레벨 0에 갇힌 지구인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 마닐라 메리 재단 자원봉사자, 엘던 니데켄

입구 및 출구

Manila Room Map
Manila Room Map

마닐라 방 지도

입구

마닐라 방에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레벨 0을 돌아다니다 나무 문이 달린 갈색 벽을 찾는 것이다.

레벨 0의 구조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마닐라 방을 찾기는 어렵다. 레벨 0에서 쉬지 않고 24시간을 내리 걸어도 마닐라 방을 발견할 확률은 약 15%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이 때문에 레벨 0에 들어온 사람 중 약 ~12%만이 마닐라 방에 도달하므로, 대부분은 비축된 물자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의도적으로 마닐라 방을 찾아가려 할 때는 레벨 0의 광대한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통 동력 차량을 이용한다.

출구

마닐라 방의 나무 문 중 하나로 나가면 레벨 0으로 돌아가게 된다.

벽을 부수고 드러난 공허석 바탕벽에 손을 대면 레벨 287로 이동하게 된다.

마닐라 방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레벨 1로 이어지는 출구가 있다.

logo of the Manila Mary Fonudation
logo of the Manila Mary Fonudation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마닐라 메리 재단이며, 여러분을 돕기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이 방에 있는 음식이나 물은 무엇이든 가져가시고, 고생하신 만큼 편히 쉬세요. 여러분은 여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을 마쳤습니다. 여러분이 들어오게 된 이 차원은 백룸이라고 합니다. 다른 많은 사람도 이곳에 갇혔으며, 곳곳에 다양한 공동체와 정착지를 세웠습니다. 여러분은 남은 평생을 이 차원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므로, 이 정착지 중 한 곳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두고 온 지구와는 달라 적응하기가 몹시 힘들겠지만, 희망을 잃지 마세요. 이 낯선 세계에서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서로가 있습니다. 이 황량한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건설할 것입니다. 이 대우주에 있는 모든 인류가 이 일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아래 수납장에 여러분이 생존을 위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설명한 문서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저 깜빡이는 벽들 안으로 들어서고 나면, 앞으로의 탐사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각주

1. 재스민 싱의 교과서 『리미노그래피 입문 제5판』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백룸 전역의 여러 학교에서 이 교과서로 수업해 왔다.

2. 과거에는 '레벨' 대신 '세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3. 이 음악에는 실제 음원이 없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소리는 백룸 전역에서 흔히 나타나며, 이를 통틀어 환영음이라고 부른다.

4. 1950년 이전 레벨 0의 모습은 레벨 0.7에서 볼 수 있다.

5. 차원 간 백룸 역사박물관

6. 이들은 화염 소금을 액화하여 기름을 얻곤 했다.

7. 당시에는 오토바이용 연료를 정제하기가 여전히 상당히 어려웠으므로,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았다.

8. 레벨 695에서 아몬드 워터를 추출한 덕분에 상당한 잉여분이 있었다.

9. 최초 서명 단체는 다음과 같다. • 주요 탐사자 집단

• 백룸 비동맹 무역 집단

• 자유 탐사자 연합

• 차원 간 백룸 역사박물관

• 보베타 공화국

• 수도

• 계곡 공화국

• 아르고스의 눈

• 슬램 시티 행정위원회

• 백룸 여행사

• 아리안 서클

10. 오토바이는 추가 중량을 싣고 다녔기 때문에 하루도 안 되어 보유한 화염 소금 연료를 전부 소모하곤 했다.

11. 이는 영토 전체가 백룸에 있는 국가인 보베타 공화국에서 제공했다.

글쓴이

Br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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