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찾아간 무대
이런, 그만 길을 잘못 들었네. (3k 단어)
안녕하신가, 코미디언.
자네의 다음 테러 호텔 극장 공연은 다음 주 수요일 5pm으로 잡혔네. 부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준비에 쏟아 주게.
지난주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건 보고 싶지 않네. 자네 농담을 무시한다고 난투극을 벌이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야. 손님들을 웃기려고 자네가 얼마나 애쓰는지는 잘 알고 있네만, 충분히 연습한다면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장담하지.
자네에게는 이 손님들을 즐겁게 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네. 그리고 실패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자네도 너무나 잘 알 테지.
진심을 담아, — 신사
코미디언은 긴장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또 시작이군.’ 코미디언은 속으로 생각했다.
(일주일 후…)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호텔의 고풍스러운 벽 너머로 먹먹하게 울리는 박수 소리가 들린다. 사장은 바로 지금 흡족해하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아, 젠장!” 예정된 공연이 코앞인데 코미디언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준비가 가장 덜 된 코미디언에게 주는 상이 있었다면 진작 이 친구 차지가 됐을 것이다. 경쟁이라고 부를 것도 없었을 테다.
지난번 공연은 망했다. 그 전 공연도, 그 전전 공연도, 계속 그랬다. 이건 정말 불공평하다. 왜 상식 있는 사람 중 누구도 자기 농담을 재미있어하지 않는 걸까? 분명 자신의 노력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번에 화를 참지 못하고 난투극을 벌인 것도 당연하다. 사람을 웃기는 법에 관한 중요한 세부 사항을 하나… 하나… 빠짐없이 다듬는 데 몇 달, 아니, 몇 년을 쏟았다.
다른 이들에게 조언 구하기: 실패. 유머 안내서 읽기: 실패. 사장에게 도움 청하기: 실패. 절박한 나머지 그 도서관에서 세상에 있을 법한 책은 모조리 읽기까지 했다.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전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뽑아낸 것인데도 말이다. “난 왜 못 하는 거지?” 또 실패한다면 신사는 이번에 분명 훨씬 가혹한 벌을 내릴 것이다.
“아, 젠장, 더는 딴생각하면 안 돼.” 코미디언은 준비를 하면서 벌써 열 번째는 되었을 성가신 생각들을 떨쳐 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코미디언?”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흠칫했다. 홱 돌아보니 벨호퍼가 문간에 서 있다. 부엉이를 닮은 얼굴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시간 좀 더 줘. 댁의 코미디언이 준비도 덜 된 채 나가야 한다니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코미디언이 다급하게 쏟아 냈다.
“전에도 수없이 그렇게 말했잖아. 그러고는 매번 뭔가를 잊어버리지. 뭐, 됐어. 신사께서 오 분 뒤에 무대에 오르라고 하셔.” 벨호퍼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 소식에 코미디언의 걱정만 더 커진다.
“오 분?! 아니, 아니, 아니, 그건 선 넘었지. 오 분으론 안 된다고!” 코미디언은 준비 시간을 어떻게든 늘려 보려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신사께서는 이제 그런 핑계 안 받아 주셔. 참을 만큼 참으셨대. 그만 딴생각하고 너무 늦기 전에 준비해. 아, 그리고 이번에는 제발 손님들한테 싸움 걸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벨호퍼는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난다.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코미디언은 정신없이 서두르며 어떻게든 매무새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손을 댈 때마다 상태는 더 엉망이 된다. “에라, 모르겠다!” 어쩌면 관객은 흐트러진 꼴을 보고 더 크게 웃지 않을까? 끝내 코미디언은 또 한 번 공연하러 무대로 가기 위해 서둘러 방을 나선다. 이제 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공연을 했고, 하나같이 망신으로 끝났다. 새로운 걸 시도할 때다. 방금 자다 일어난 것 같은 사람을 보면 관객은 틀림없이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농담까지 시작하면 더 좋을 테고.
코미디언은 방을 나와 무대를 향해 달린다. ‘또 늦으면 안 돼. 사장이 날 죽일 거야!’ 속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딱 하나였다. 이 호텔에 온 지 여러 해가 지났고 그동안 줄곧 이곳에서 일했는데도, 아직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실히 몰랐다. 하지만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백룸은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미로로 설계되어 있다. 신사조차 “손님들에게 쉽게 나갈 길을 내주는 셈이지”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길을 알려 주지도, 안내 표지를 세우지도 않았다.
코미디언은 온전히 기억에만 의지해 왼쪽으로 달렸다. 갈림길. 또 왼쪽으로 갔다. 다시 갈림길. 이번에는 오른쪽. 복도에 문이 여러 개 있다. 그런데 어느 문이지? 이쯤 되자 코미디언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사장한테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 거야? 복도에 망할 표지판 좀 달라고. 이제 또 늦겠네. 하나뿐인 익살꾼을 아주 잘도 챙겨 주는군.” 코미디언은 분통이 터지는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코미디언은 아무 문이나 골라 들어갔다. 머릿속으로 공포가 밀려들었다. ‘늦으면 어떡하지? 공연을 놓치면? 사장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까?’ 문 너머에는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뻗은 긴 복도가 또 있었다. “장난하는 거지.” 코미디언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복도를 내달렸다. 오 분은 족히 넘었을 시간 동안이었다. 너무 멀리 달린 탓에 다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호텔 직원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맹렬하게 질주한 끝에, 마침내 복도 끝에서 화려한 황금빛 문의 모습으로 구원이 나타난다. ‘잠깐, 전에는 이런 문을 지난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지금은 딴생각할 때가 아니다. 코미디언은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든다. 좋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들어선 곳은 극장이었고, 좌석마다 손님이 앉아 있었다. 코미디언은 크게 안도했다. 코미디언은 뛰어들자마자 말했다. “아, 따개비 같으니, 또 늦었네! 아무래도 제가 넘어졌나 봐요… 헤헤, 알아들으셨죠, 넘어졌다니까…” 이상하게도 반응은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움직이는 사람도 없었다.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웃음도 없었다. 그냥… 아무것도. 꽤 기묘했다.
그러다 코미디언은 이곳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고,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이 덮쳐 왔다. 여기가 전에 올랐던 무대일 리 없다. 그럴 수는 없었다. 손님 수도 더 적고, 무대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으며, 건축 양식도 달라 보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붉은 벨벳 커튼 뒤가 아니라 객석 입구로 들어왔다는 사실까지 알아차렸다. ‘사장이 내가 들어오는 곳을 바꾸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나?’
어쨌든 코미디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가 성큼성큼 무대에 오르면서, 미심쩍은 기색을 감추려고 최선을 다한다. 앉아 있는 손님들을 바라보니 조금 낯이 익은 것도 같지만, 여전히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무대에는 의자 두 개와 거치대에 꽂힌 마이크가 있다. 물론 의자는 코미디언에게 쓸모가 없다. 앉아서 하는 농담은 충분히 재미있지 않으니까. 의구심이 들기는 해도, 웅장한 무대에 오르면 코미디언에게는 언제나 목적의식이 생긴다. 그런 감정들을 마음 뒤편으로 밀어 두기에 충분할 만큼. 대신 이제 머릿속에는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할 아이디어가 쉴 새 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코미디언은 마이크를 움켜쥐고 뽑아 든 뒤, 더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공연을 시작한다.
곧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하게 될 공연을.
“에헴, 안녕들 하신가요?!”
…
대답이 없다.
“여러분께 들려드릴 재미있는 농담을 잔뜩 가져왔어요. 들어 보실래요?”
…
대답이 없다.
“좋아요, 그러니까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요, 네, 그 친구가 말이죠,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네…?”
스트레스투성이인 이 일을 해 오는 동안, 이렇게 관객에게서 아무 반응도 없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드디어 실력이 나아진 걸까? 그 많은 연습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걸까?
“그러다가 시간을 본 거예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죠. 아, 안 돼, 늦었잖아! …듣고 계세요?”
그 순간, 갑작스러운 고음의 비명이 극장을 가득 채운다. 코미디언의 생존 본능이 발동했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보인 것은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두운 형체가 뒤쪽에 있는 관객 한 명을 난폭하게 난도질하는 모습이었다. 코미디언은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호텔에서는 언제나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마음에 걸린 건 축음기가 없다는 점뿐이었다. 공연 중에 이렇게 계획된 일이 벌어질 때면, 축음기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코미디언은 그 이유를 알아낸 적이 없었다. 물론 호텔을 운영하는 건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의문을 제기한 적은 없었다. 어차피 그 기계가 있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성가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축음기가 없다는 사실은 코미디언의 의심을 더욱 부추겼다. 그렇다고 공연을 멈출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 친구가 문밖으로 뛰어나가는데, 문이 닫힌 채로 잠겨 있어서, 그 친구가—” 코미디언은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얼굴부터 들이받은 거예요!”
…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다. 농담은 몹시 재미없었지만, 극장 안에는 코미디언이 걷잡을 수 없이 웃어 대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런데 또 다른 비명이 웃음소리를 끊는다. 코미디언이 예상한 대로, 또 다른 형체가 관객 한 명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코미디언은 무시했다.
“어… 다들 그냥 그렇게 앉아만 계실 거예요? 좋아요, 좋다고요. 그래도 여러분께 들려드릴 게 더 있어요.”
이 관객들에게는 어딘가 코미디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이전 공연들의 관객과 비교하면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왜 자기 농담에 반응하지 않는 걸까? 공연 도중 코미디언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건 처음이었다. 농담이 형편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어… 네—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 코미디언은 생각을 정리하려고 잠깐 관객에게서 눈을 돌렸고, 다시 돌아봤을 때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무도 없었다. 한순간에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호텔은 손님들에게 사라지는 맛을 보여 주는 일을 밥 먹듯이 하지만, 이렇게 빨리 모두를 치워 버렸을 리는 없었다. 눈을 돌린 건 고작 일 초였다. 이쯤 되자 마음 뒤편에 밀어 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불현듯 깨달음이 닥치면서 코미디언은 등골을 타고 한기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여긴 호텔일 리가 없어. 완전히 다른 곳이었어.’
“정확히 맞혔네, 코미디언.” 뒤에서 목소리가 말했다.
코미디언은 즉시 홱 돌아선다. 그곳에는 신사가 위풍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사장님. 여기 계셔서 정말 다행이— 잠깐만요, 여긴 호텔이 아니잖아요. 아니죠?!”
신사는 재미있다는 듯 낮게 웃는다. “자네는 영리하군. 보통 우리 손님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거든. 하지만 자네는 손님이 아니야. 그 정도는 말해 줄 수 있겠군.”
그 말에 코미디언은 혼란스러워진다. 왜 코미디언의 상사는 그 많은 직원 중 하필 자신을 영리한 녀석이라고 부르는 걸까? "뭐…? 무슨 말씀이세요?"
"네가 여기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극장은 오직 인간만을 위한 곳이야." 이상하다. 공연하라고 한 건 신사였는데, 이제 와서 코미디언이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혹시 길을 잘못 든 걸까?
"잠깐만요, 지금 제가 무대를 잘못 찾아왔단 말씀이세요?!"
"그렇게 말하겠다면야. 내 이득을 위해 공연을 열려던 참인데, 네 화가 날 만큼 형편없는 농담이 방해를—"
"에이, 왜 그러세요, 유머 감각은 어디다—"
"내 말 끊지 마!" 신사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아까 듣지 못했을까 봐 말해 주는데, 이 극장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외부에서 온 비인간은 엄격히 출입 금지야!"
"이건 내가 아는 신사가 아니야. 그분은 저렇게 화내는 법이 없는데."
"누, 누구시—"
"내가 누군지 알고 싶으냐, 침입자야?" 신사가 피식 웃었다. "사실 난 그 흉측하고 못생긴, 얼굴에 점액이 흐르는 턱시도 차림의 짐승이 아니야. 네 짐작이 전적으로 맞다, 침입자야."
"그, 그, 그럼 다, 당신은… 정말 누구예요?" 두려움이 스며드는 가운데 코미디언이 묻는다.
"모습을 바꾸는 자, 이곳에 들어오는 자들의 생각을 훔쳐 흉내 내는 자다."
"미, 믿을 수가 없어. 다, 다, 당신이 그, 그분을 훔—"
"기회가 생겼을 때 네 훤히 들여다보이는 머릿속에서 그자의 정체성을 훔쳤느냐고? 당연히 그랬지. 이제 잡담은 그만하자. 널 영영 없애 버릴 때가 됐어."
이 순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공포가 순식간에 코미디언의 혈관을 타고 밀려들었다. 신사, 아니 그게 누구였든 간에, 그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낯익은 공포 호텔의 직원들이었다. 적어도 코미디언의 기억에서 꺼내 만든 그들의 가짜 복제체였다. 맨 앞에는 컨시어지가 서 있다. 하우스키퍼는 튼튼한 빗자루를 휘두르며 그 뒤에 머문다. 그리고 맨 뒤에는 진홍빛 피로 얼룩진 커다란 칼을 든 셰프가 있다.
"우리 침입자에게 나가는 문을 안내해 주겠나?"
이제 도망치거나 싸워야 한다. 코미디언은 몸을 돌려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하지만 당황한 나머지 무대에서 아래의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으로 떨어지고, 들고 있던 마이크도 놓친다. 기회를 포착한 컨시어지 복제체가 주먹을 내지를 태세로 코미디언을 향해 뛰어내린다. 코미디언은 재빨리 판단해 몸을 굴려 피한 뒤 일어선다. 주먹이 코미디언의 얼굴이 있었을 자리에서 불과 몇 인치 떨어진 마룻바닥을 내리쳤다. 이어 컨시어지의 수많은 눈이 돌아가 황급히 달아나는 코미디언과 시선을 마주쳤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코미디언이 아는 유일한 출구는 들어왔던 곳이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계단을 향해 곧장 달리지만, 무대 위에는 하우스키퍼 복제체가 기다리고 있다. 코미디언이 빠르게 지나가자 하우스키퍼는 완전히 기절시킬 작정으로 얼굴을 향해 빗자루 자루를 휘두른다. 하지만 코미디언은 반사 신경이 좋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다.
이제 계단을 전속력으로 뛰어 올라가고 있으며, 심장은 지금껏 어느 때보다도 세차게 뛴다. "침입자가 나가게 두지 마!" 가짜 신사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순간, 가짜 컨시어지와 하우스키퍼가 살의에 휩싸여 코미디언을 뒤쫓아 계단을 돌진해 올라온다. 곧 코미디언은 출구에 도착한다. "거의 다 왔어." 그때 그것이 보인다. 가짜 셰프가 완벽한 정확도로 던진 커다란 칼이 무방비 상태인 코미디언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코미디언은 칼이 요란하게 쿵 하고 박히기 직전,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호텔로 돌아와 있다. 지금은 안전하다. 밀려드는 안도감은 컸다. 엄청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코미디언은 이 틈을 타 달리느라 가빠진 숨을 고른다. 걷는 것보다 전력으로 달리는 데 훨씬 더 많은 기운이 들었다. 하지만 곧 코미디언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일을 두고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씨발,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진정해야 한다. 심호흡… 심호흡… 괜찮아, 안전해. 그 가짜 신사는 이제 해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내가 거기 들어가는 바람에 그 변신하는 놈이 사장님에 대해 알게 됐다고?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아, 여기 있었군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와 코미디언의 생각을 멈춘다. 돌아보니 옆 복도에 벨호퍼가 서 있다. "어디 있었어요? 한 시간이나 안 보이던데요. 사장님이 아주 걱정하셨어요. 정말이에요, 제가 그분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신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코미디언은 대답하지 않는다. 방금 겪은 일의 충격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혹시…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그러자 코미디언이 말을 쏟아 냈다. "아뇨, 아뇨, 그게, 어… 아무것도 아녜요. 고, 공, 공연은 아직 하나요?"
"안타깝지만 놓치셨어요."
"아, 젠장! 사장님한테 죽었다!"
아무도 모르는 편이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호텔의 위대한 신사가 이토록 우스꽝스러운 존재에게서 나온 이토록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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