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안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편집증일까? (610단어)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기묘한 바람이 당신의 귓가를 스친다. 끝없는 복도로 이루어진 미로가 눈길이 닿는 데까지 뻗어 있고, 당신이 주위를 살피는 동안 이 바람은 당신을 휘감으며 흐른다.
불안해진 당신은 이 섬뜩한 미로에 혼자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며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당신이 확인할 수 있는 한,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편집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편집증 탓이다. 버려진 장소들로 이루어진 이 끝없는 지옥에 떨어진 뒤로, 당신의 본능은 줄곧 극도로 곤두서 있었다.
백룸의 다른 실내 레벨 대부분에서처럼, 당신은 낡고 버려진 복도 미로를 탐색하고 있다. 믿을 만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 자신이 어느 레벨에 갇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당신의 정신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알아 버려서 상태를 더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모르는 편이 나을까?
당신의 떨리는 몸이 서둘러 걸을 힘을 쥐어짠다. 당신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무 바닥이 삐걱거린다…
끝나지 않는 걸음을 이어 가는 동안, 당신의 발소리가 주위로 계속 울려 퍼진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 문 하나와 마주하자 마룻바닥의 삐걱거림이 멎는다. 너덜너덜한 벽지가 붙은 벽에 달린 화려한 문으로, 손을 대면 표면이 매끄럽고 나무에는 진주처럼 흰 페인트가 칠해져 있으며, 평범한 문과 비교해도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불빛을 발견한 나방처럼 당신은 이 문에 시선을 빼앗긴다. 지금껏 이 수많은 복도를 헤매는 동안 문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출구일까? 도움이 될 만한 물자가 있는 방일까? 아니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을까?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다.
당신은 손잡이를 움켜쥐고 문을 힘껏 당겨 열려고 한다. 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럼 그렇지, 잠겨 있겠지.’ 당신은 속으로 생각한다. 이런 기묘한 것들은 언제나 그렇다. 하지만 아예 내버려 두고 떠나기 전에, 문에 귀를 대고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들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당신이 듣게 된 것은…
안에 무언가 있다. 살아 있는 무언가가. 매끄러운 문 표면에 귀를 대자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들린다. 틀림없다. …아니면 당신 자신의 심장 박동인데, 하필 그때 편집증이 도진 것일까? 누구의 것이든, 당신은 그 심장 박동이 자신의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당신은 서둘러 그 기이한 것에서 멀어지며, 끝없어 보이는 여정을 이어 간다. 그대로 머물렀다면 미쳐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
당신은 긴 여정을 계속하며, 다른 곳으로 나아가려고 근처 모퉁이를 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불이 꺼진다. 어둠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공포가 당신의 온몸을 타고 스며든다. 이 공포 속에서, 당신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꼭두각시처럼 조용히 문 쪽으로 되돌아간다. 줄곧 떨리는 당신의 몸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바닥은 계속 삐걱거린다. 문 앞에서는 머리 위에 매달린 전구 하나가 깜빡이며 그 광경을 비춘다.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놀랍게도 아직 경첩에 붙어 있다. 안에는 두 사람이 서 있어야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방이 있다. 톱밥이 뒤덮인 목조 공간으로, 바닥과 벽은 거칠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 전까지 안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확신하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때, 당신의 시야를 밝혀 주던 유일한 전구가 난데없이 꺼지면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공간마저 심연 같은 암흑 속으로 빠뜨린다.
이 어두운 복도 안에서 공포가 계속 당신의 몸을 사로잡는다. 당신은 움직일 수 없다. 오로지 엄청난 공포만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끔찍한 생각들이 무서울 만큼 빠르게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당신은 뒤를 돌아본다.
글
pnn we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