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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행MIDNIGHT G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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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길: 2장

칠흑 같은 밤하늘이 텅 빈 동네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유일한 빛은 황량한 거리를 따라 드문드문 늘어선 나트륨 증기등에서 흘러나오는, 물릴 만큼 진한 주황빛이었다. 그 빛에 은은히 잠긴 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를 기묘하게 옆으로 기울인 그는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빈집 지붕 위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앞을 멍하니 바라보며 은빛 보위 나이프 끝으로 무심코 지붕 널을 긁고 있었다.

여자는 그 매끈한 공백을 응시했다. 한때 사람의 얼굴 윤곽을 이루었을 굴곡과 형태를 눈으로 좇았다. 남자가 천천히 팔을 들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마 살아 있을 적 몸에 밴 동작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 여자는 경멸에 몸을 떨었다. 더는 견디지 못한 여자의 입가가 살짝 일그러졌고, 여자는 그제야 부스러지는 지붕에서 칼을 떼어 냈다.

“처리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잖아.” 자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정적을 깨뜨렸다.

여자는 일어서며 칼을 매끄럽게 돌려 역수로 쥐었다. 지붕 널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건물 가장자리로 걸어가는 발에서는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여자는 단단히 발을 디딘 뒤 처마 홈통에서 그 기이한 생물을 향해 뛰어내렸다. 두 발이 놈의 가슴에 닿았고, 양손으로 쥔 칼을 놈의 얼굴에 박아 넣는 순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놈은 고통 없이 즉사했다. 살해보다는 안락사에 가까웠다.

“봤지?” 어느새 지붕 가장자리 근처에 서 있던 다른 여자가 소리쳤다. “점점 쉬워져.”

여자는 사냥감의 메마른 살에서 칼날을 뽑았다. 페이스링이 남기는 밀랍 같은 고름 잔여물 너머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작고 더러운 수건으로 칼날을 깨끗이 닦았다.

“계속 가자.” 여자는 무뎌져 가는 칼을 작은 가죽 칼집에 밀어 넣으며 차갑게 대답했다.

지붕 위의 여자가 발길을 돌렸다. 두 사람은 시체 한 구와, 지붕에 작게 새겨진 “제임스”라는 이름만을 뒤에 남겨 두고 떠났다.

그래, 그렇게 역겹지는 않아. 그냥 입안 느낌이 이상할 뿐이지.

제임스는 수통 하나의 심연 같은 내부를 들여다보며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안의 물에서는 이제 영문 모를 아몬드 맛이 났다. 나쁜 건 아몬드 향이 아니었다. 미뢰를 뒤덮고 어쩐지 치아를 지나치게 매끈하게 만드는 기름진 입안 감촉이었다. 혀는 그 새로운 질감에 호기심이 생긴 듯 입안을 더듬었다.

벽에 몸을 기대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한층 묵직해졌고, 거친 노란 벽지가 피부를 긁었다. 이제 두 발은 완전히 물에 잠긴 꼴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바닥은 피할 수 없을 만큼 한결같이 짜증 나도록 젖어 있었다. 대비한다고 온갖 물건을 챙겨 놓고도, 신발은 편하다는 이유로 평소에 습관처럼 신던 형편없는 등산화를 신고 왔다.

기능보다 편안함을 택한 것이 그의 목숨을 앗아 갈지도 몰랐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는 미아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 사실 누구의 흔적도 없었다. 고립은 그에게 실질적인 위협이었다. 불쾌하게 웅웅거리는 조명 소리와 끝없이 반복되는 복도에 정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하중을 받치는 기둥부터 붉은 기가 도는 방들까지 온갖 변형을 보았다. 그 방들은 너무나 끔찍해 보여 눈에 들어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

뭐,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보긴 했다…… 그러니까, 시야 가장자리로 얼핏 나타났다 사라지는 형체 같은 것들을. 하지만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전부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거의.

미아가 정말 이 안에 있을까? 둘이 어떻게 다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더 깊이 탐색할수록 제임스의 생각은, 이미 지독한 편두통을 안겨 준 온갖 이상 현상보다는 대부분 미아에게로 향했다. 그는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남기로 했다. 머릿속에서 쿵쿵 울리는 통증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거룩하고 사랑스러운 아기 예수님의 이름으로, 난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형사였지만 로버트 시웰은 딱히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범죄 현장은 대개 좁은 구역 안에 한정되어 있었다. 느긋하게 현장을 살핀 뒤 집으로 돌아가 탄산수 한 캔을 따고, 재방송을 보다가 곯아떨어지면 됐다. 그런데 대체 무엇에 홀려 그 이상하고, 으스스하고, 소름 끼치고, 기이하고, 이상하고, 소름 끼치는 깜빡이는 벽을 통과했던 걸까?

오만이지. 그는 나무 상자에서 구한 수상쩍은 수통의 아몬드 맛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생각했다. 넌 오만으로 가득 차 있어. 이름을 이카로스로 바꿔. 날개가 녹아 버렸잖아. 벽을 통과해 떨어진 곳은 의외로 밝은 복도들이었고, 쇼핑몰의 잠긴 문 뒤에 있는 “직원 전용” 구역을 닮아 있었다.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나무 팔레트, 빈 상자, 설치류의 사체들. 낡은 제분소 아래에 이런 게 전부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진짜, 여긴 엄청나게 넓잖아. 대체 누가 여기 전기 요금을 내고 있었던 거지?

로버트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제임스가 벽을 뚫고 뛰어드는 것을 보고 그를 뒤따랐다. 그 남자가 아내를 찾는 일을 도울 생각이었다. 불과 몇 초 뒤에 들어왔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둘은 서로 떨어진 듯했다.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그는 기진맥진했지만 어쩐지 배는 고프지 않았다. 로버트가 문 하나를 열자 작은 방이 나왔다. 구석에는 기름때 묻은 매트리스가 처박혀 있었다.

롭, 이러다 빈대 옮는 거야. 스스로에게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누웠고, 마침내 쉴 수 있었다.

그가 자리를 잡자 조명이 깜빡이다 꺼졌다.

M.E.G. 요원 두 명이 레벨 5라고 부르는 곳의 깊숙한 곳, 살짝 열린 문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문은 대리석 같은 무늬가 아름다운 마호가니로 만들어져 있었고, 두 사람은 문틈으로 호텔 곳곳에 있는 호화로운 라운지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웅장한 붉은 카펫은 모여드는 페이스링 무리에 거의 가려져 있었다. 놈들은 모두 텅 빈 얼굴을 무리의 중심으로 향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다른 문들로 더 많은 놈들이 천천히 기어들어 와 조금씩 방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다.

먼저 한 요원이 다른 요원에게 속삭였다. “저놈들 뭐 하는 거지?” 다른 여자 요원은 꿈틀거리는 몸뚱이 덩어리가 안쪽으로 밀려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겠어. 여기서 나가야 해. 당장.”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눈에 띄지 않도록 벽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벨을 빠져나가던 중, 먼저 말했던 요원이 속삭임에도 못 미치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나 저런 행동을 한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무슨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집단의식 같은 건가?”

“그럴지도. 아니면 여기서 다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저놈들이 정말 우리 같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야?”

먼저 말했던 요원이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지만, 맞아. 저놈들 때문에 친구 여럿을 잃었어.” 그는 조용히 다른 문을 열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 이 어두운 세상에서라면 나쁜 일일 수밖에 없지.”

문을 열자 칠흑 같은 복도가 나왔다. 그 끝에는 사악하게 활짝 웃는 얼굴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끊임없는 윙윙거림이 유난히 크게 치솟는 소리에 제임스가 잠에서 깼다. 신발도, 엉덩이도, 어쩐지 영혼까지도 흠뻑 젖어 있었다. 관절이 쑤셨다. 편하게 잘 곳을 단 한 군데도 찾지 못했다.

미로에서 새로운 변형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것은 조금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노란색 때문에 정말 눈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사방을 뒤덮은 촌스러운 벽지 못지않게 지독했다. 칼로 벽지를 조금 긁어 보았지만, 그 아래에도 노란색이 더 있을 따름이었다.

그의 짐작으로는 헤맨 지 엿새가 되었다. 마실 것은 신중하게 나누어 아꼈지만, 이렇게 오래 떠나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물이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고 두려움이 마음을 좀먹었다. 바닥에 있는 액체가 무엇이든 그걸 마실 수는 없었다. 썩은 냄새가 났다. 절박해지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사각 구덩이와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계속 헤맸다. 또 며칠이 더디게 흐른 뒤에야 그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 주는 무언가를.

또 하나의 깜빡이는 벽이었다.

글

DivineAt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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