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니다: 한 번 들여다본 거울
제목 그대로입니다. 거울을 팝니다. (765단어.)

제목 그대로입니다. 거울을 팝니다.
가격은 협의 가능합니다. 몇 년 동안 제 모습을 보지 않고 지냈으니 이제 제 모습도 좀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선물해 준 물건입니다. 좋은 뜻이었겠지만, 딱히 제게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게 왜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거울이니까요. 제 기능은 합니다. 사물을 비춰 줘요. 여기 계신 분 중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겠죠.
다만 이 거울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제가 좀 겁을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친구들은 거울로 제 모습을 똑바로 좀 보라고 했지만 저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요. 거울은 제 사무실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썼고… 저는 신경도 안 썼습니다.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어 보인 게 전부였어요. 벌써 몇 달째 찾아오지 않는 걸 보면 친구들에게도 그걸로 끝이었나 봅니다만, 그건 지금 할 얘기가 아니고요. 아무튼 어느 날 오메가를 괴롭히는 유난히 골치 아픈 문제를 붙들고 있다가, 명상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울을 보고, 제 모습을 이렇게 ‘비춰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일에 너무 파묻혀서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조차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좀 쉬어야 했습니다. 그런 것 같았어요.
사무실 블라인드를 내리고, 불을 켜고, 시간을 들여 바닥에 카펫을 깔고, 거울을 바닥에 놓은 다음 앉았습니다. 거울을 직접 바라보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속으로 말했어요. ‘이제 천천히 눈을 뜨는 거야… 눈을 다 뜨면 환하게 웃는 네 모습이 보일 테고, 기분도 나아질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는 정말로 어떤 평온함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스스로 떠안은 그 모든 업무의 무게가 모처럼 어깨에서 내려갔고, 그건… 그냥 좋았어요. 얼굴에 미소가 서서히 번지는 게 느껴졌고, 마음속에는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고요함 같은 것이 깃들었습니다. 눈을 뜰 준비가 됐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서 새로운 남자를 마주할 준비가 됐습니다.
그런데 저를 맞이한 것은 따뜻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여자였습니다. 당연히 벌떡 뛰어올랐죠.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남아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봤습니다. 가장 먼저 치밀어 오른 감정은 의심이었어요. 이번에는 누가 나를 골탕 먹이는 거지? 농담인가, 질 나쁜 장난인가? 하지만 그녀의 다정한 눈에는 악의가 티끌만큼도 없다는 게 분명했고, 그 안에는 오직 순수한 기쁨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다가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도 저를 따라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데, 그녀가 있던 방은 낯이 익었고 구조도 제 어린 시절 침실과 이상하리만큼 비슷했어요. 하지만 그건 나중에야 떠올린 생각입니다. 그때 저는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초록색 눈, 가느다란 코… 유일한 차이는 그녀가 활짝 피어나 생기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을 참지 못하자 그녀의 손이 거울을 뚫고 나와 제 뺨을 어루만졌습니다. 저도 똑같이 손을 뻗었고, 제 손이 유리 같은 표면을 뚫고 들어갔을 때 수십 년 동안 느껴 보지 못한 위안이 찾아왔어요. 우리는 그 자세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가라앉는 동시에 그리움이 밀려오는 걸 어쩔 수 없었어요. 그녀에게 있고 제게 없는 것을 갈망했습니다. 고작 한 번 발을 잘못 디뎌 이 불협화음 가득한 공포 속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왜 이 악몽에 갇힌 게 하필 저였을까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제가 절대 잘못 알아들을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잔, 밥 먹으렴, 얘야!” 그녀가 있는 현실의 아래층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왔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는 즉시 손을 빼고 거울을 바닥에 내리쳤어요.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이 어려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갔고, 그러고는 다시 여기로 돌아와 일을 했습니다. 커피는 늘 그렇듯 미지근하고 밍밍했어요.
아무튼 제게는 그 거울이 필요 없습니다. 깨뜨리지는 않았으니 걱정 말고 사 가셔도 돼요. 아니, 씨발, 그냥 공짜로 갖고 싶으면 제 사무실 문을 두드리세요. 제가 어디 있는지는 아시겠죠.
판매자:

JMeier 게시일: 2023년 10월 11일.
구매 제안 보내기
판매자에게 연락하기
공유
신고
작성자
CamaradeAlbabar